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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Oct 11. 2019

태교의 진실

태교보다 중요한 것은 엄마의 마음가짐

 태교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임신 초기를 지나 중기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임신 초기에는 가끔씩 소량의 출혈이 있어 일이 끝나면 거의 누워 지냈다. 당시 나는 주로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휴대폰을 만지는 일상을 보냈다. 그러자 순식간에 맘스*릭 카페 주부 구단이 되었다. 임신 6개월 차에 접어들자, 무슨 이유에선지 태교를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나는 하나에 꽂히면 냄비 근성 마냥 모든 감각이 하나에 집중이 되는데 태교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 길로 나는 먼저 중고서점에 갔다. 그곳에서 태교라고 검색을 한 후, 이와 관련된 책들을 사들였다. 그리고 집에 가서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책을 읽었다. 태교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태교를 정복(?) 해야 한다는 마음에 <태교신기>라는 고서를 시작으로 <태아는 알고 있다>, <태아는 천재다>와 같은 영재 아이 4명을 키워낸 외국인의 이야기까지 태교에 대한 책들을 두루 섭렵하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내가 임신 중 즐겼던 낙이 바로 태교에 대해 공부하고, 태교 관련 책에서 안내하는 것들을 직접 해보는 것이었다. 나는 임신 중에 정말 태교에 대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어 내려갔다. 이때 태교를 공부하는 나의 자세는 흡사 고시 공부를 하는 사람 같았다. 아니 그보다도 나는 이게 뭐라고 이를 즐기고 있었다. 리클라이너 소파에 앉아 밑줄을 그어가며 정독했다. 특히 4명의 자녀 모두 명석한 두뇌로 태어나게 한 <태아는 천재다>의 저자가 언급한 내용들은 더 유심히 보았다. 아마 이 세상에서 자녀가 똑똑하지 않길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나도 이에 부합해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은 해주고 싶은 마음에 배 속에서부터 자녀를 교육하기로 맘먹었다.


 <태아는 천재다>의 저자 지쓰코 스세딕은 태교가 자신의 아이들이 아이큐 160 이상을 가질 수 있었던 주요한 이유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서술한다. 그녀가 책에서 서술한 내용들은 평범한 우리 부부에게 한 줄기 희망과도 같았다. 나는 우리 튼튼이가 건강도 중요하지만 머리도 똑똑하기를 바랐다. 그렇게 '튼튼이 영재 만들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내가 수많은 책을 읽고 실천한 튼튼이를 위한 태교는 다음과 같다.


1. 숫자 카드를 만들어 아이에게 오감을 통해 알려준다.

 지스코 스세딕은 일일이 숫자 카드를 모두 만들고 이를 손가락으로 그려가며 머릿속으로 숫자의 모양을 상상하여 태아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나도 이를 따라 가장 먼저 실천해 보았다. 그림 실력이 나쁘지 않은 나는 유성 매직을 사용하여 숫자를 그렸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벌써 튼튼이가 숫자를 알고 있을 거란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정말 극성 맞았다는 표현이 딱이었다.


2. 자음, 모음 카드를 만들어 아이에게 오감을 통해 알려준다.

 이는 직접 실천하진 못했다. 숫자까지 만들고 나는 방전이 되었다. 태교에 대해 공부는 열심히 하였으나 실천력이 부족했다. 카드는 만들지 못하고 시중에 나와 있는 카드를 샀다. 그리고 대충 휙휙 넘기며 알려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벌써 이때부터 살짝 의문이 들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실천하려 노력했다.


3. 하루 한 권 짧은 동화책을 읽어준다.

 이는 많은 부모들이 실천하고 있는 태교법 중 하나일 것이다. 짧은 동화책 한 권을 내 목소리와 아빠 목소리로 번갈아가며 읽어주었다. 이는 가장 실천하기 쉬운 태교법이었다. 나름 부담도 없었고 구연동화하듯 읽으니 내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 태교였다.


4. 눈에 보이는 상황을 말로 풀어준다.

 지금 보이는 상황들을 말로 표현해준다. 더불어 보고 있는 이 모습을 뱃속에 있는 태아가 볼 수 있도록 최대한 머리로 상상하여 배로 전달해준다는 느낌을 갖는다. 나는 최대한 말로 풀어주려 했지만 사람이 많을 때는 민망하여 거의 하지 못했던 듯하다.


5. 노래를 불러주거나 클래식을 듣는다.

 이 또한 많이 하는 태교법이라고 할 수 있다. 최대한 잔잔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줄 수 있도록 노래를 틀어놓고 편하게 들었다. 나의 경우 이 또한 처음엔 습관이 들지 않아 쉽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직업적 특성상 소음에 오래 노출되다 보니 조용한 것을 선호하는 탓이었다. 


6. 혐오감을 주는 영상물은 피한다.

 공포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영상은 되도록 보지 않았다. 이러한 심리 상태가 고스란히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재미있는 영화를 보았다.


 그 외에 일상생활에서 태아를 위해 조심히 생활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위의 태교법이 아니다. 내가 이 글을 통해 정말 말하고 싶은 건 바로 편중된 태교는 아이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를 낳고 보니 내가 너무 지적인 태교에 치중했음을 깨달았다. 튼튼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태어나자마자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어있었다. 다 그런 줄 알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 우리 튼튼이의 배냇짓은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흔히들 배냇짓이라고 하면 혼자 소리 내어 웃거나 밝은 표정을 짓거나 하는 등 사랑스러운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튼튼이는 자꾸 흐느꼈다. 뭐가 그리 슬펐는지 어른이 흐느끼는 소리 마냥 흐느끼며 울었다.


 이런 튼튼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이 모든 것이 나의 탓 같았다. 그리고 내가 했던 태교는 진정한 태교가 아님을 깨달았다. 더불어 태교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처음 맡은 부장이라는 막중한 업무에 실수도 많았고, 그에 따른 부담감도 컸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썼지만 실제로 나는 심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는 고스란히 튼튼이에게 갔다.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기는커녕 거기에 숫자와 문자를 더 알려주겠다며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생명에게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가장 중요한 태교 방법은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위에서 가장 중요한 태교를 놓치고 있었다. 바로 엄마인 내가 먼저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튼튼이에게 숫자는 좀 더 가르쳤을지 몰라도 결코 뱃속에서 편안하게 지낼 순 없었다.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찡그리고 있었고 흐느끼며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임산부 또는 예비 아빠가 있다면 다시 한번 이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다. 


태교,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태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모의 마음 가짐, 그리고 스트레스 없는 편안한 생활입니다. 내 마음이 곧 아이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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