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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Apr 11. 2021

초보 워킹맘을 위한 조언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하세요

 첫째 임신 당시, 나는 한 학년을 책임지는 부장 업무를 맡고 있었다. 엄마도 처음, 부장도 처음이라 모든 게 어려운 시기였다. 처음이라 정말 미숙했다. 처음이기에 모두 잘할 순 없는 건 당연하지만 처음이라는 사실이 나의 책임을 회피할 핑곗거리는 될 수 없다. 부장 업무를 해 나가던 시절, 나는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배 속에 있는 내 아이도 잘 못 돌보면서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하겠다는 거지?’


 그러자 일에 대한 의욕이 급격히 떨어지고, 어떻게든 일을 적게 해서 나의 시간을 보장받고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이후, 땅을 치고 후회할 정도의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법적으로 내가 근무하던 직장에서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기에 최대한 일찍 퇴근을 하고, 임산부들이 다닌다는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은 그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나의 임신을 처음부터 탐탁지 않게 보았던 동료와의 사이에서 일이 촉발되었다. 나 나름대로는 주어진 일을 모두 처리하고 퇴근을 한다고는 했지만, 나의 퇴근이 빨라지자 자연스럽게 나에게 오는 문의를 대신 받았던 모양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동료는 자신이 받지 않아도 될 전화를 자꾸 받게 되니 점점 불만이 쌓여갔다.


 나는 비록 퇴근은 한두 시간 빨랐지만, 나의 할 일은 다 하고 갔다 생각했기에 별생각 없이 퇴근을 하곤 했다. 이후 나는 바쁘게 임산부 클래스에 참여했다. 그런데 그렇게 참여한 클래스가 좋을 리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그 동료는 조금씩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나는 그 부정적 감정을 그대로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 동료와의 관계가 이러할 진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의 미숙한 업무 처리로 인해 중간 관리자인 교감 선생님도 우리 학년 전체를 불러 놓고 나무라기까지 했다.


그때의 그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참담했다.


 그때의 그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참담했다. 배 속의 아이는 꿈틀대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한 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때 당시 나는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몰랐다. 나는 임산부를 배려해준다고 국가에서 만든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했을 뿐이고, 부장 업무를 하라고 해서 맡았을 뿐인데,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둘째를 임신하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상황은 조금 달랐지만 당시 이해되지 않은 일들이 둘째를 임신하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먼저 내가 바뀐 것은 바로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였다. 비록 임신했지만 보통 사람 이상으로 더 열심히 일하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이 임산부라서 일을 안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다. 더군다나 임산부가 일을 더 하려고 하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이 날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니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어지고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함으로써 자기 효능감도 올라가게 되었다. 일련의 긍정적인 피드백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뱃속의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이 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둘째가 태어났을 때는 첫째와는 다르게 눈도 빨리 뜨고, 사람을 잘 보았으며, 모든 발달이 신기할 정도로 빨랐다. (많은 엄마들이 둘째가 첫째보다 빠르다곤 하지만 나는 단지 이러한 이유라기보다는 임신했을 당시의 상황이 분명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은 배 속의 아이에게 간다.


 진정 우리 아이를 생각하는 워킹맘이라면, 모성보호시간을 써서 일찍 퇴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단 아이와 임산부 모두 건강하다는 전제하에 하는 말임을 명심하자. 주인의식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동료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임산부가 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면 안타깝게 생각을 하며 배려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내가 어떤 태도로 일을 하냐에 따라 주변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는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좋지 않았기에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나쁜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그러나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을 하려 노력했기에 그 노력을 알고 사람들도 움직여 주었던 것이다. 이 모든 긍정적인 영향은 누구에게 가겠는가. 바로 배 속의 아이에게 간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에 나와 같이 일해준 동료들, 그리고 첫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모든 게 처음이라 미숙한 나와 함께 해준 것 자체 만으로도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워킹맘들의 심정, 잘 안다. 임신 자체도 힘든데 일까지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이왕 내가 일을 그만둘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해서 일하자. 이것이 바로 내 아이를 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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