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창 포털 검색어 마케팅이 붐이 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이런 것들은 중소기업의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기능하지만 이제는 단지 마케팅이라 언급하기에는 속 좁은 느낌이 있다. 가게를 하나 창업했다고 치자. 점포를 창업하면 우선 네이버에 위치 정보를 등록해야 하고 점포 내부 사진을 촬영하여 네이버에 제출해야 한다. 세무서 사업자등록이야 사업을 개시한지 20일 내에만 하면 되지만 네이버는 창업 전부터 제출해야 ‘개업빨’ 매출이 가능하다. 이런 것이 선택사항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믿는다면 법적으로야 틀린 말이 아니겠지만 현실에서는 공허한 농담 같이 들린다.
점포를 하나 운영하려면 전기, 수도, 가스와 같은 필수 공공서비스가 점포 내로 인입되어야 할 것이다. 필수 공공재가 없으면 영업을 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포털 특히 네이버에서 내 가게 정보를 취급해주지 않으면 나는 지워진 존재가 된다. 코로나로 동네를 산책해가면서 점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네이버의 위치 정보는 매우 묵직하다. 상당수가 네이버에서 반찬가게가 어디 있는지, 어떤 메뉴가 준비되어 있는지, 다른 이들의 평가는 어떤지 알아보고 우리 가게로 찾아온다. 국가에서 정한 지번 정보는 그 많은 점포 정보 중 단 한 줄을 차지할 뿐이다. 네이버는 전기, 수도처럼 생활 필수 인프라로 전환된지 오래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네이버와 카카오에 항상 접속된 채 일상을 살아간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예외는 드물다. 당장 자신의 스마트폰을 열어서 네이버 앱 우상단을 눌러 보면 확인될 것이다. 우리는 누구라도 네이버에 접속한 채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잠을 잔다. 현대인들이 어딜 가도 전기가 없으면 제대로 된 문명생활을 할 수 없듯이 네이버에 접속하지 않은 사람은 불편함을 느끼게 되어 있다.
네이버에서 가까운 음식점을 찾으려면 위치정보 코너에 접속하게 된다. 그냥 “커피숍”이라고만 눌러도 되는데 썩 가까운 음식점이 검색되는 걸 보면 네이버는 내 위치를 이미 알고 있었다. 커피숍에 들어가면 내 개인정보를 장부에 기입해야 하는데 네이버의 QR코드 서비스를 사용하면 일단 편리하다. 내 위치 정보는 더욱 확실히 네이버로 전송이 된다.
맛이 좋고 서비스가 훌륭한 가게를 찾는 것도 네이버에 의존한다. 블로그나 카페에 공유된 평판까지 검색하는 것도 좋지만 단순히 네이버 위치정보에 봐도 대충 알 수 있다. 소비자의 별점이 많이 달린 것에 신뢰가 가게 마련이다. 리뷰 같은 것이 조작되었다고 믿는다면 영수증 리뷰를 보면 된다. 가게에서 음식을 구매하고 영수증을 받은 사람만이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점포 평판은 동네 미용실 손님들 속에서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리뷰 정보에 다 나온다. 결제도 신용카드로 할 수 있지만 네이버 캐시라는 것이 있어서 참 쉽게 돈을 쓸 수 있다.
유튜브나 구글 계정 의존 또한 상당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유튜브는 동영상을 많이 생산하는 사람이 콘텐츠를 업로드해 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시청할 수 있는 도구 정도였다. 지금은 사실상 유력한 포털 사이트로 기능한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네이버 검색창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유튜브 검색창에서 찾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네이버 검색창에는 각종 사진, 텍스트까지 한꺼번에 검색되는데 내가 필요한 내용과 부합하는지 텍스트를 다시 읽어봐서 분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편 유튜브는 검색된 영상 중에서 내가 궁금해하는 내용이 썸네일이나 스틸컷으로 나오면 즉시 시청하면 그만이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자금이 자영업자들에게도 제공되었을 때 그 신청방법도 동영상으로 나온 것이 있었다. 정부 기관에서 만든 것도 있지만 개인들이 만들어 놓은 것도 많았다. 텍스트로 된 게시물을 읽어봐도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지원금 신청을 놓친 경우도 있었다. 반면 동영상 신청 방법은 그냥 보고 그대로 따라하면 될 것이라 본 사장님들이 있었다. 물론 시연 방법으로 모든 신청자들의 조건들을 포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추상적으로 제시된 공지시항을 가지치기해서 개인별 적용 방법을 동영상으로 다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많은 분들은 영상을 보고 따라하면 쉬울 거라 생각했다. 좀 엉뚱한 것까지 유튜브에서 찾는 셈이다. 어쨌거나 유튜브는 검색 기능까지 포괄하는 포털이 되었다. 먹방이나 시연 영상을 통해 점포를 홍보하는 도구로 쓰이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배민이나 요기요와 같은 배달 시스템은 요즘 폭발적인 신장세다. 그렇잖아도 이런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100배 더 커진 공룡이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음식점에서 가서 음식을 사 먹는 것 자체가 비위생적이고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되었고 배달을 시켜 먹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세상이 되었다. 음식점들이 너도나도 배달시스템에 가입하려고 안간힘이다. 얼마 전에 방문한 분식점 사장님은 진작에 배민에 가입하지 못했다가 지금 이지경이 됐다고 하소연이다. 지금 가입자가 너무 많아서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2~3주는 걸려야 한단다. 당장 배민에 가입하고 싶어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하든, 100단계를 하든 배민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되어 있다. 가입하겠다고 가맹비를 내고 수수료를 내겠다고 사업자들이 아우성이다.
음식점을 하는 분들은 이제 배달 안하고서는 장사가 불가능하고, 배달을 하려면 배달앱을 써야 한다. 배달앱에 평점이 잘 나오면 낮은 마진으로나마 장사를 할 수 있지만 평점에 문제가 생기면 매출은 금세 떨어져버린다. 못된 고객이 음식에서 파리가 나왔다면서 항의를 하고 이유야 어쨌든 환불하지 않으면 댓글 테러를 하는 사례는 좀 극단적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별점 꽝을 줘도 그만이고 음식점은 절대 복종한다. 배달앱의 질서에 모두 구속되어 있으며 낙오하면 끝장이다.
이쯤 되면 필수 공공재로 네이버, 배민, 유튜브를 꼽아도 문제 없지 않을까? 수도, 가스도 필수 공공재이지만 IT인프라는 더욱 민감하게 자영업자들의 목덜미를 쥐고 있다. 시스템 사업자들이 폭군처럼 자영업자들을 줄 세우기해도 막을 길이 없다. 수수료를 올리면 내야하고 인증을 받으라면 받아야 한다. 더 이상 현실에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잡히는 가게는 필요 없다. 예전에는 목 좋은 명동이나 이태원이 좋았지만 이제 그곳은 코로나 위험 지대로 빨간 줄이 쳐져 있고 목 좋은 자리는 네이버에 있다. 필수 공공재나 부동산처럼 국가와 지자체가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닐까? 아직 이런 논의는 설익었다. 하지만 가상공간 현실공간보다 더욱 현실성을 가지게 된 상황에서 미래는 생각보다 더 빨리 우리 앞에 닥쳐왔다.
TIP!
네이버에 위치정보를 등록하는 방법은?
1. 네이버에 로그인한다. 가입되어 있지 않다면 가입한다.
2.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에 접속한다.
3. 미리 준비한 사업장 사진과 사업자등록증을 사이트에 업로드한다.
4. 네이버의 승인을 기다린다.
5. 추후 제품 가격, 가게 정보를 추가로 입력할 수 있다. 모두 네이버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