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의 시간 착각하기"

by Ryan

한 때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리면 여러 곳에서 전화가 왔다. 헤드헌터는 물론 회사 팀장의 직접 전화까지, 이력서를 올리면 연락 오는 것이 당연했다. 난 일을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하루에 몇십 번의 클릭이 된 내 이력서를 보며 자만과 판단 착오가 시작됐다. 골라가야지, 더 좋은 조건이 나올 때까지 좀 더 기다려 볼까? "난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해서 옮긴 회사들에서 시련은 있었지만 실패는 없었다. 시간이 쌓이며 팀에서 내 이름이 불려지는 시간이 많았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같이 쌓여갔다. 그래도 하나의 생각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난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능력이 있어 동일한 업무가 아님에도 이직할 수 있었고, 다양한 업무를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판과 자만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에게 이직 제의가 왔다.


지금보다 더 좋은 직급과 업무에 과감히 이직을 선택했다. 솔직히 말하면 전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마음도 컸다.


굳이 같은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더 받을 필요가 있을까!

좀 더 높은 자리에서 내가 지금 가진 능력을 발휘하겠다는 데 무엇이 문제가 되겠어!


전 직장의 퇴사를 결정하고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기 며칠 전 나와 같이 일할 팀장님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소식을 들었다. 같이 일하려던 분이 출근 전 주에 갑자기 퇴사를 한다니... 소위 말하는 멘붕이 왔다.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이미 전 회사는 퇴사를 했다.


어수선한 마음으로 첫 출근한 날, 다행히 예전 회사에서 알던 사람이 부서에 있었다.


"많은 도움 부탁드려요. 같이 열심히 해봅시다."


그다음 날 그 사람도 사표를 냈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물론 내가 잘만하면 새 틀을 짤 수 있고 새로운 기회일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일주일 동안 심각하게 고민한 뒤

결국 나는 입사 취소를 선택했고 새로운 마음으로 회사를 알아봤다.


나와 나의 시간에 대한 착각을 알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처음엔 바로 재취업이 되는 듯했다. 최종 결정까지 무난하게 가던 입사 절차는 갑자기 꼬이기 시작했고, 결국 입사를 하지 못했다. 다시 열심히 이력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곳에서 면접을 보게 됐는데 내가 생각했던 장점이 단점이 되어 돌아왔다. 여러 업무를 두루 해본 경력은 한 분야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되었고, 자연스레 나이에 비해 해당 부문 직접 경력이 떨어졌다.


내가 생각해 왔던 나의 장점은 그 시간에 그 일을 하던 나였다. 하지만 그건 온전히 나의 능력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일을 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업무적으로 숙련도가 높아지는 주임, 대리급 위치에 있던, 회사에서 가장 많이 찾는 위치에 내가 있었고 그 위치와 시간에서 남들과 똑같이 일을 했던 것이다.


가장 겸손하게 경력을 쌓을 시기에 나는 "나"라는 사람만 생각했다. "그 시간과 그 경력에 맞는 나"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예견되었던 경력관리의 부재와 시간의 어긋남으로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물론 아무것도 안하진 않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회사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길어짐에 자신감마저 잃게 되었던 그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그 이후에 다닌 회사에서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다시 일을 한다는 것에 감사하고 나를 낮추고 겸손해지려 했다. 그리고 자신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나의 시간에 맞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일했다.


그렇게 쌓이다 보면 나와 나의 시간이 일치하는 시점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는 앞도 생각하며 일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과거와 오늘을 맞추는 것만큼 앞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지금의 "나"와 "다가올 나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새로운 퍼즐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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