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채기와 기다리기"

by Ryan
"보채기와 기다리기"


회사생활을 할 때는 먼저 주는 입장이었다. 오더를 주고, 변경사항을 전달해주었다. 그러면 제품을 받고, 수정사항을 전달받았다. 관리업무를 시작할 때 다른 일보다 먼저 배운 것은 빠른 회신 즉 피드백이었다. 관리자에게 연락이 오는 것 중 사안이 급할 경우에 오는 연락이 많았다. 알아서 처리가 힘들 때, 변경사항에 대해 빠른 확인이 필요할 때, 협력사에서 전화가 많이 왔다. 나의 빠른 업무 처리는 곧 협력사의 효율과도 관련이 있기에 나 또한 최대한 빠른 회신을 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나의 업무였기에 당연한 것이었지만 나름 힘든 부분도 많았다.


왜 진작 연락을 안 줬을까?
그렇게 전달했는데 왜 또 물어볼까?


나 역시 사회생활이 미숙할 때라 때로는 탓도 하고 나만은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때였다.


난 제대로 하고 있는데 왜 다들 이렇게 보채기만 할까? 꼼꼼하게 체크하면 안 되나?


내 환경만 보고 내 업무만 보던 나는 그런 생각을 종종 했었다. 욕먹는 것도 싫고 일 잘한다는 소리도 듣고 싶어 더 티 나게 열심히 일할 때도 있었다. 상대방은 보채는 사람이었고 난 그걸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착각 속에 일을 했었던 것이다.


먼저 주는 입장이 아닌 받는 입장이 되고 나서 이제는 기다리기를 좀 더 많이 한다. 그리고 보채기를 이해한다.

보채기가 싫었던 나는 내 할 일과 내 역할까지 일을 하고 그 회신을 기다렸다. 내 경험으로 미루었을 때 보채는 건 좋은 게 아니었다. 내 역할이 끝나면 기다리는 게 맞고 보낸 것에 대한 회신을 정확한 시간에 결정된 내용을 받으면 되는 것이었다.


"이건 진행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라는 질문에


"보내드린 서류처럼 회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직 결정 사항을 받지 못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는 내 나름대로 논리적인 답변을 보냈다.


"전화 한번 주시지 그랬어요..."
"제가 워낙 바빠서 회신을 못 드렸어요. 한번 더 연락 주시지 그랬어요..."


살짝 화가 나는 답변이 왔을 때 이런 얘기를 하게 된다.


"자꾸 전화드리면 부담스러워하실까 봐요..."
"보채는 거 같아서 기다렸습니다..."


보채는 것과 기다리는 것에 있어 잘잘못은 없다. 사람 따라 업무 따라 그리고 환경 따라 달라질 뿐.


그랬다.

보채는 것과 기다리는 것은 반대의 뜻이 아니었던 것이다. 특히나 업무관계에서는.

사람의 업무 성향과 주어진 일이 다르다 보니 때론 보채기도 해야 하고 기다리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내 입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보채는 것과 기다리는 것을 다르게 봤던 것은 나의 판단 착오였다. 때로는 기다리는 게 필요하고 보채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바쁠 수 있고 놓칠 수 있다. 그에 대한 반응은 획일적일 수 없다. 예전 코미디 코너 제목처럼 "그때그때 다른 것"이다.


요즘은 적당히 보챌 줄 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이것을 알 때까지 시행착오도 있었고 시간이 필요했다. 새로운 곳에서 낯선 사람과 일할 때 기다리는 법과 보채는 법을 배워가는 것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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