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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일 Jan 10. 2019

제10회 - 뮤지컬 배우의 3박자라는 함정 (3)

 앞서 뮤지컬은 연극의 한 양식이라고 말한 시각을 통해 이야기하자면 뮤지컬 배우 역시 뮤지컬이라는 양식의 특성에 따르는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뮤지컬이 아닌 공연 예술이나 다른 장르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보다 특별히 우월한 존재는 아니다. 어쨌거나 그들은 배우이다. 뮤지컬 배우이기 전에 배우이다. 뮤지컬 전문 배우라는 신분이, 배우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것을 피해 갈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뮤지컬 배우라면, ‘뮤지컬 전문 배우’라는 말에 자부심을 가지기 전에 그 말에 한정되어 있지 않는가 하는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일상적인 것이 아닌 탈일상화된 요소들로 삶을 보여주는 것이 연극이고, 그 자체가 탈일상화된 요소이며 강력한 놀이 요소인 춤과 노래라면, 배우는 그 요소들을 몸으로 표현하는 존재이다. 즉, 배우라는 존재는 원래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존재이다. 뮤지컬 배우만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배우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춤과 노래를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배우가 될 수 있는가?    

 

 뮤지컬 배우에게 춤과 노래와 연기는 중요한 것이다. 다 잘하면 좋다. 어차피 배우는 그것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이고 뮤지컬이라면 그것은 당연한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다 잘하지 않아도 더 중요한 것을 갖추고 있으면 그는 훌륭한 배우이자, 훌륭한 뮤지컬 배우이다. 우리가 존경하는 훌륭한 배우들 중에는 그중 한두 가지를 잘 못하는, 결점이 있는 배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배우를 그 결점으로 최종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것을 부정하는 겸손함, 돈을 위해 만들어지고 관리되는 이미지를 거부할 수 있는 용기, 현실 세계에서는 과감히 가면을 벗을 수 있는 용기, 자신이 하고 있는 연기라는 것의 의미와 배우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러한 삶에 대한 진지함에서 나오는 배우의 현존이 춤과 노래와 연기보다 중요하다. 그 중요한 것을 지키고 사는 배우라면 배우로서 장르를 넘나드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아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것에 대한 평가에 대한 기준은 춤과 노래와 연기의 실력보다는 그러한 시각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기준으로 장르를 넘나드는 것은 뮤지컬을 예술로 보고 있는 이들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진지함을 가진 배우들이여, 과감하게 장르를 넘나들라. 그렇지 않은, 개인적 욕망에만 사로잡힌 연기자들이여, 감히 진지한 예술가들의 장르에 기웃거리지 말라.    


 재주가 많아서 그 아무리 다양한 무대에 서고, 방송과 영화에 출연하고, MC를 보고, 광고에 출연하고, 가수를 하고, 정치를 해도 그 자체로서는 나에게 아무 관심을 끌지 않는다. 반면에 위에서 길게 이야기한, 배우라는 존재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배우라면 나는 그 배우가 그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박수를 보낼 것이다. 뮤지컬 배우의 필요조건이 부족하더라도 배우의 충분조건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배우의 3박자는 단순 평가라는 이 시대의 함정이다. 그 함정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나는 대출 관련 광고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을 배우다운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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