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유 Apr 24. 2024

06. 자기관리의 시작은 나 자신을 아는 것부터

여기까지 온 독자들에게 우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참으로 긴 자기학대의 시간들이었다. 이 시간들의 구질구질하고 질척거리는 이야기를 즐겁게 읽어주신 분들 덕에 이 책은 두 번째 챕터로 가니까. 즐겁지 않게 읽은 사람들에게도 감사인사를 전한다. 즐겁게 읽어준 사람보다 즐겁지 못하게 읽어준 사람들이 좀 더 불쾌했을 것이니까. 지금부터는 자기관리에 앞서서 해야할 것 몇 가지를 알려줄 예정이다. 누군가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신선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한 가지 약속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이 덕에 좀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나 자신을 알라, 라는 말을 남긴 것을 아는 사람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나 자신을 알라 라는 말이 오역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소크라테스가 나 자신을 알라라고 말한 것에는 일종의 흐름이 있다. 그는 현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대뜸 남의 이론을 파괴하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또라이로 여겨지지만, 그렇게까지 정신나간 사람은 아니었다. 남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을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이었지.


이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은 일반적으로 '엘렌코스'라는 말로 알려져있다. 사실 엘렌코스는 그가 사용하던 문답법의 하나의 단계이다. 그의 방법론은 기본적으로 에이로네이아-엘렌코스-아포리아의 순을 거친다. 여기서 좀 더 윤리학적 단어를 사용하면 모두가 탈주할 것 같으니 해석해주자면 무지자각-주장논박-무결론대화종결 정도로 생각해도 좋다. 예시를 들어보자. 어딘가에 브런치스토리에 정통한 사람이 있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그에게 가서 나는 브런치스토리를 잘 모르는데, 알려줄 수 있겠냐고 묻는다. 그럼 이제 그 전문가는 브런치스토리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그런 그에게 오류가 있다고 오류를 조목조목 짚어준다.(이게 소크라테스가 이상한 사람이 아닐 수 없는 이유다.) 그럼 결국 그 브런치스토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 자신도 너도 그것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결론으로 이야기를 종결시키는 것이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생각보다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 때가 많다. 아니라고? 아닐걸. 예를 들어 카페에만 가도 뭐 마시겠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으니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아를 고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카페인을 굉장히 복잡한 단계에 걸쳐서 마실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에는 녹차라떼나 아이스티를 고른다. 여기서 당신이 눈치챈 것이 있을까? 그렇다. 나는 내가 카페인을 굉장히 복잡한 단계에 걸쳐서 마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자기 관리는 자기 통제에 가깝다. 자신을 통제하고, 괴롭히고, 힘든 것을 꾹 참고 나아가는 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1편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자기관리는 즐거운 것이라고 믿는다. 나의 자기관리는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해나가면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자기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문제 또한 사람들은 에이 누가 그걸 몰라요? 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해나가다보면 의외로 답변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약 1년 동안, 나는 거의 주에 1번씩 써브웨이를 사 먹었으나 내가 절인 올리브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파악하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이것은 내가 내 음식에 대한 선호도를 기록해둔 휴대폰 메모장이다. 기록이 빈약하다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난 기본적으로 음식에 대해 무언가를 먹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무언가가 정말 싫다고 생각하는 일이 적기 때문에 생각보다 간략한 페이지가 나왔다. 예를 들어보자. 위 사진에 의하면 나는 토마토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방울토마토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예상해보건데, 나는 토마토의 맛이 싫은 사람은 아니다.(실제로 나는 케챱과 마요네즈의 광신도이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토마토의 맛이 아니라 알이 큰 토마토의 축축하고 물컹거리는 식감 쪽인 것이다. 즉, 나는 토마토 스파게티는 먹을 수 있지만 만족도를 생각하면 햄버거의 토마토는 빼고 달라고 하는 쪽이 좋다. 이 페이지에 미처 기록하지 못한 것도 있다. 나는 베트남식으로 만들어진 쌀국수는 좋아하지만, 일부 곰탕집에서 제공되는 쌀로 된 면사리는 어색해한다. 그렇다면? 곰탕집에서 면사리를 시킬 때 소면인지 여부를 물어보고 먹으면 좀 더 만족감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이것은 내가 만들어둔 나 관련 주의사항 메모장이다. 아까 위에서 나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한 이유가 이것이다. 나는 굉장히 빠르게 커피를 시작했고, 커피에 미쳐 리터 단위로 커피를 먹던 사람이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건강을 생각해서 커피를 끊었다. 그 여파인건지, 그 이후로는 커피를 예전처럼 먹을 수 없었다. 오후 늦게 커피를 먹으면 잠을 잘 수 없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나는 자기 직전에 커피를 먹어도 코를 고는 어머니의 체질을 물려받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커피를 먹고 잘 잘 수 있는 날과 잘 자지 못하는 날의 경계를 찾는 것에 착수했고, 오후 3시라는 기준을 찾았다. 이 기준은 참으로 신통방통해서, 나는 지금도 3시가 지나 커피를 먹는 날에는 잠을 자지 못한다. 하지만? 그 전이라면 메가리카노를 먹어도 괜찮다. 이 프로토콜이 왜 이렇게 되는지는 이해되지 않지만, 나는 이 프로토콜을 꽤 열심히 지키고 있다. 왜? 좋은 잠을 자야 좋은 생활을 할 수 있으니까.


누군가는 이것이 굉장히 청교도적인 삶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내 친구 중 하나는 내 최종 형태의 생활 방식을 보고 프로그래밍한 로봇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삶의 질이 나아지고 자연스럽게 나 자신이 관리가 된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다음 주 새 편이 나오기 전까지의 숙제!

좋아요/싫어요 리스트 만들어보기!
나 자신에 대한 주의사항 만들어보기!

이전 06화 빌런 둘이 사이가 안좋아서 서로 싸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