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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변의별 Aug 20. 2022

무화과 단상

고두리 울두찌가 좋아하는 낫또! 

간장 뿌려주면 

호로록 어찌나 야무지게 잘 먹는지 

낫또가 엄청 맛있는 음식처럼 

느껴진다 


두찌가 좋아하는 낫또 위에 

오늘의 하트 담당은 

내가 좋아하는 무화과

어릴 때는 쳐다보지도 않던 음식 중에 

나이 들면서 좋아지는 것들이 

몇몇 있는데 

무화과가 그렇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게 무슨 맛인가 싶었던 무화과 

이제 제철에 한두 번은 

꼭 챙겨 먹고 싶어진다 

입안을 꽉 채우는 부드러운 식감과 

씨 대신 꽃을 품고 있는 것 같은 

달큰한 향이 전해질 때면 

기분도 스르르 풀린다 


엊그제 장을 볼 때 

나만 좋아하는 무화과 한 팩을 

살까 말까 

들었다 놨다를 여러 번 했는데 

역시 잘 한 선택이었다 


나는 다른 엄마들에 비해서 

나를 잘 챙기는 편

나만 챙기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나를 챙기는 것은 소중하다 


그래서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나 

다 크고 나서도 

후회나 아쉬움, 서운함이 없다 

물론 나를 챙길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무화과를 살 수 있는^^)

울두찌가 어렸을 때 

엄마는 참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행복한 사람 


의도치 않게 

아이에게 그런 엄마를 

느낄 수 있게 해 줬다는 것이 

나의 육아에 있어서 

가장 큰 자부심이다 


내가 좋아하는 제철 과일을 

집어 드는 순간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 속에 

내가 먹고 싶은 재료를 살짝 올리는 일도 

모두 행복이다 


자각하지 못할 뿐 

꽃처럼 풀처럼 

행복은 지천에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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