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뒤늦은 에필로그
에필로그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날들, 나의 지나온 궤적을 정리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처음에 이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했을 땐 '왠지 재밌을 것 같아', '나에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니 '이게 정말 의미가 있나? 쓸데없는 시간 낭비 같아'라는 자책에 빠져들었고, 차츰 어렵고 두렵고 멀리 하고 싶은 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연재 기한을 한 번 두 번 어기다 보니 거의 두 달 만에 새 글을 올리게 됐네요.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이 어렵고 두렵고 회피하고 싶지만, '일단 시작한 일이니 끝은 내자'는 마음으로 에필로그를 적어 봅니다.
이 글을 끝내고 난 후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고스트라이터로서 저의 2025년은 생각보다 '럭키'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3월 초 종료될 단기 프로젝트 하나와 6월과 9월 종료될 사사 프로젝트 두 개를 진행 중이니까요. 이런저런 이슈들로 경제 불황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와중에 해야 할 일이 3개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입니다. 운이 좋다고 봐야겠지요. 앞으로 일이 더 늘어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이미 일이 없어 괴롭고 초조했던 2024년의 암흑기를 지나온 터라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 중입니다. '존버'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테니까요.
드라마 <미생>의 명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저는 요즘 이 말을 적극 실천 중입니다. 올해 목표 중 하나인 10km 마라톤 완주를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있어요. 가능한 한 빠지지 않고 요가 수업에 참여하고, 일주일에 2번씩 PT를 받으며 근력운동에 집중하고, 틈나는 대로 헬스장에 가서 3km~5km를 달리고 있습니다. 러닝머신에서 달리는 건 야외에서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재미도 없고 배나 힘든 기분이지만, 그래도 다가올 봄을 떠올리며 어떻게든 버티는 중입니다. 봄에 10km를 달리려면 지금부터 체력을 쌓아놔야 하니까요.
체력은 생각보다 글쓰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체력이 좋아지니 머리도 맑아지고 일의 효율도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집중력도 몰라보게 좋아졌고요. 또 침대에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던 생활에서 벗어나 운동-일-집안일을 균형감 있게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삶의 리듬이 달라진 기분이에요. 그저 운동을 시작했을 뿐인데, 모든 것이 차츰차츰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스트라이터로서 살아가는 건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매 순간 나 스스로를 평가하며,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까, 10년 후에도 계속 살아남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나날의 연속입니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 좀 더 나 자신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믿어 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겁니다. 욕심부린다고 인연이 아닌 일이 내게 올 리 없고, 애쓴다고 나를 싫어하던 사람이 갑자기 나를 좋아할 리 없으니까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함께 흘러가다 보면 어딘가에 닿게 되겠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좀 더 나은 내가 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생존 비법이라니, 너무 거창한 목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법 따위가 있을리가요. 오늘도 그저 묵묵히 오늘의 일상을 살아갈 뿐인 걸요. 계획을 세우기보다, 요행을 바라기보다, 오늘을 무사히 보낼 수 있길 기도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