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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정 Nov 27. 2024

최소한 '꼰대'는 되지 말자

-상대가 원하지 않는 충고와 조언은 넣어 두자 

2장 관계 편

06

나이가 들면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 나름의 연륜과 지혜를 어떻게든 전수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그러나 상대가 원하지 않는 충고와 조언은 민폐일 뿐이다. 내게 좋은 얘기가 상대에게도 좋은 얘기일 거라는 착각은 버리자. 나에게'만' 좋은 얘기를 쉴 새 없이 떠드는 사람이 바로 '꼰대'다.


요즘 제 카운터파트 대부분은 저보다 최소 5살 이상 어린 친구들입니다. 심지어 제 딸(25살)과 동갑인 친구도 있어요. 사실 전 선배한테 깍듯하고 후배한테 무심한 타입이라(그래서 친한 선배는 많아도 친한 후배는 별로 없습니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게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세대 차이도 나고, 또 내가 나이가 많다고 불편해하는 건 아닐까 조심스러운 마음도 들고요. 하지만 앞으로도 10년쯤은 더 일하는 게 제 목표인지라, 어떻게든 젊은 친구들과 잘 지내보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오늘은 그 노력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노력 1) 나이나 학번을 묻지 않습니다. 호구 조사는 가급적 지양한다고 하면 맞겠네요. 아시다시피 한국 사람들은 혈연·지연·학연을 무지하게 따집니다.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나이나 출신 학교, 학번 등을 아무렇지 않게 묻는 경우가 많죠. 저만 해도 옛날 사람이라, 그런 질문을 받으면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대답은 하더라도 기분이 유쾌하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전 누굴 만나든 개인 정보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조금 친해져서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가 나올 순 있어도, 관심의 표시라는 미명(?) 하에 첫 만남부터 호구 조사를 하는 일은 지양하는 거죠.


노력 2) 쓸데없는 충고와 조언을 하지 않습니다. 좀 더 많이 살았다고, 또 나이가 좀 더 많다고, 내가 젊은 사람보다 더 아는 게 많고 지혜로울 거란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겁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나이 들수록 겸허해지고 지혜로워지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자신만의 아집과 독선에 갇히는 사람이 훨씬 더 많죠. 최소한 전자가 되진 못하더라도 후자가 되진 말자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한 터라, 젊은 친구들과 얘기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괜한 말은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들이 원한다 해도 충고나 조언은 가급적 생략하고요. 각자의 상황이 다르고 살아온 삶이 다른데, 어떻게 제 생각과 의견이 정답인 양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나는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했다' 정도만 얘기해도 충분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노력 3) 귀찮은 일을 먼저 챙겨 줍니다. 이를테면 출장 진행비 같은 건데요, 제가 외부 프리랜서이다 보니 출장은 제가 가더라도 진행비 정산은 제 카운터파트의 몫입니다. 저 같은 외주 인력들은 영수증만 챙겨서 넘겨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저는 영수증을 하나하나 날짜별로 정리하고, 주유비/교통비/식대 등 항목별 금액을 꼼꼼하게 챙겨 총합산 금액까지 기재한 후 정산 파일을 보내줍니다.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내주면 카운터파트가 진행비 청구할 때 힘이 덜 들거든요. 별 거 아니지만, 제가 젊어서 일할 때 뭐가 힘들었는지, 어떤 걸 외주자가 챙겨주면 도움이 됐는지를 상기해서, 가능한 한 카운터파트가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 쪽으로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이외에도 대화할 땐 항상 존댓말을 사용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잊지 않습니다. '(마감이 늦어져) 미안하다', '(이해해줘서/도와줘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자주 합니다. 통화를 할 땐 항상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얘기합니다. 나보다 경험이 적다고, 연륜이 부족하다고 무시하지 않습니다. 상대의 장점을 먼저 보고 긍정적인 표현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실행할 때, <논어>의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란 말을 항상 떠올립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 요즘 말로 하면 '내가 싫어하는 걸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뜻인데, 곰곰이 되짚어 보면 '인생의 진리가 이 안에 들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나이 많은 사람들이 선배랍시고 나에게 뭔가를 강요했을 때 얼마나 싫었는지를 떠올려 보면, '그들과 똑같은 행동을 젊은 사람들에게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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