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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정 Dec 18. 2024

무례한 사람은 멀리 하는 게 상책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자

2장 관계 편

07

'당신에게는 친절하지만 웨이터에게 무례한 사람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다.' 미국 방위사업체 CEO 빌 스완스의 <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비즈니스 규칙 33가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연히 이 '웨이터의 법칙'을 알게 된 나는 무릎을 쳤다. 자신의 기분이 태도로 드러나는 사람치고 괜찮은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한 번 보고 그 사람의 인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징후를 읽을 수는 있어요. 왠지 모르게 쎄한 느낌(우리의 육감은 생각보다 정확합니다!), 어긋나는 대화, 묘하게 부담스러운 태도 등등. 이런 상대는 대개 나와 잘 안 맞는 사람이거나 좋은 사람인 척하는 무례한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욕설을 하거나 빈정거리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만 무례한 사람이 아니에요. 이치에 닿지 않는 과한 요구를 하는 사람, 상대 얘기는 듣지 않고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도 무례한 사람입니다. 기분의 좋고 나쁨을 태도로 여실히 보여주는 사람, 나에겐 친절하지만 서비스직은 막 대하는 사람 역시 무례한 사람이에요. 이런 사람들과는 가능한 한 안 만나는 게 낫고, 만났다면 엮이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가끔은 이런 사람들과 만나 일로 엮이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꽤 오래 전 일인데, 실력이 출중하기로 소문난 디자이너와 비딩 프로젝트를 준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사람이 저에게 자신의 일을 서포트해달라는 요구를 하더군요(이미지 서칭 작업이었는데, 이 일은 대체로 디자이너의 몫입니다). 당시 저도 기획 일로 바쁘던 찰나라 곤란하다고 거절했더니 마치 제가 일을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인 양 빈정거렸어요. 그래서 그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대표님에게 '아무래도 저 디자이너와는 일을 함께하지 못할 것 같다,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론 당시 갈등을 어찌어찌 봉합해 그 프로젝트는 간신히 마무리했지만(비딩 결과는 안 좋았어요. 준비하는 과정이 좋지 않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죠.) 다시는 그와 얼굴 마주치는 일이 없게 됐습니다. 원래도 저와 잘 안 맞는 사람이었지만 그 일을 계기로 '나에무례하게 구는 사람과는 일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사람도 저 아닌 다른 사람에겐 좋은 사람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사람이 영 별로이니, 굳이 나와 맞는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함께 일할 필요는 없겠죠.




조금 다른 경우지만, 친구 중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처음엔 그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깨닫지 못했지만, 조금씩 그 친구와 만나는 일이 불편해지더라고요. 내 외모의 부족한 점을 지적한다든지, 내 교육관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한다든지, 혹은 자기 생각을 강요하듯이 말한다든지 해서 맘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거든요. 결국 그 친구와 연을 계속 이어갈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단 멈춤'을 선택했습니다. '친하다는 이유로 내가 그 애를 너무 받아준 건 아닐까? 이런 건 좋은 관계가 아니야'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어쩌면 모르는 사이에 서로가 서로에게 무례했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고요.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와도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한때 참 친하게 지냈던 사람인데, 언젠가부터 제 안부 연락을 부담스러워하거나 꺼리는 인상을 받았어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분에게 실례되는 행동을 했나?' 곰곰 생각해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 연락을 꺼리는 사람에게 계속 연락을 취하는 것도 무례한 행동이지 싶어서, 그 후론 안부를 묻는 일조차 삼가고 있습니다. 




상대가 무례한 행동을 할 때, 저는 대체로 회피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이후의 만남이나 연락을 차단하는 식으로요. 물론 제일 좋은 건 그 상황에서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겠지만, 반응이 더딘 저는 뒤늦게서야 '아, 저 사람이 나한테 무례하게 군 거구나'를 깨닫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늦된 반응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앞으로 걸러내야 할 사람 유형을 또 하나 알게 됐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요. 그리고 '나는 저러지 말자'라는 결심도 합니다. 일종의 반면교사랄까요? 


요즘 깨닫는 건데, 나에게 100%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지만, 내가 상대에게 100% 좋은 사람이 되기도 어렵습니다. 때문에 서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일하기 위해선 내게 무례한 사람을 걸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무례한 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떤 관계든 감정의 절제와 신중한 태도가 필요한 건 아마도 그래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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