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루틴이 만들어낸 값진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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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처음 시작한 필사는 2달 여만인 5월 3일 끝이 났습니다. 가끔 바쁜 날에는 한참을 잊고 있다가 저녁 무렵 필사를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예 필사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를 잊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매일 아침 필사는 1페이지씩, 책은 최소 5페이지 이상씩 읽어야지'라는 결심을 꾸준히 실행한 결과, 마침내 필사노트도, 책도 마지막 장에 도달하게 되었네요. 게으르고, 뭐든 싫증을 잘 내는 데다, '이걸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변명으로 스스로를 주저앉히기 일쑤인 제가, 이 지루하고 지난한 일을 해내다니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아침 루틴은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것이었어요.
더 좋았던 건, 읽을 때마다 마음 깊이 새기게 되는 주옥같은 문장들이 끊임없이 등장해, 보는 눈도 즐겁고 쓰는 손도 행복했다는 겁니다. 내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만한 지혜의 아포리즘을 매일 아침 만나는 호사를 실컷 누렸달까요. 가끔 필사해야 할 글이 많은 날엔 펜을 쥔 손가락이 눌려 아프기도 하고, 글씨가 개발새발 제멋대로인 때도 있었지만, 눈으로만 읽던 책을 손으로 눌러쓰며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과정은 그 자체로 새로운 배움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만간 다른 책들도 필사를 시도해 볼 생각이에요. 아마 또 다른 지혜의 샘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
다음은 제가 이 책 <이어령의 말>에서 발견한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입니다.
말
좋은 땅에 씨앗이 떨어지면 어떤 것은 30배, 60배, 100배 결실을 맺기도 한다. 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전해준 지식이나 말을 통해 우리는 몇 백 배의 수확을 얻을 수가 있다. 말은 그냥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가서 번식한다.
사랑
인간이 자연의 마음을 품고 하늘의 마음을 품을 때, 네모꼴이 동그라미로 변해서 사람은 사랑, 사랑으로 바뀐다.
유머
유머는 그냥 '우스운'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여유', 혹은 '인생을 대하는 너그러운 태도'까지를 포함한 말이다. 긴박할 때, 절망적일 때 그리고 분노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기질, 그것이 바로 유머이다.
고유함
도서관에 가보면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무슨 얘기를 더 보태겠어? 다만 79억 지구인 중에서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모든 사람은 각자 고유의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은 제각각 소중해요.
지성
지성에는 비판과 분석은 있어도 사랑은 없다.
그림자
그림자는 존재의 단순한 흔적이 아니다. 오히려 존재에게 의미를 던져주는 어떤 문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