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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폭삭 속았수다!

-20년 만의 제주도 가족여행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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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2박 3일간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시어머니 환갑 때 다 같이 다녀온 이후로 거의 20년 만의 제주도 여행이네요. 그동안 국내외 곳곳을 다니면서도 5명이 함께 제주도에 갈 기회는 좀처럼 없었는데, 어머니가 '오랜만에 다 같이 여행 한 번 가면 어때?'라고 말을 꺼내신 후 일사천리로 제주도 여행이 성사됐네요.^^ 사실 애들이 벌써 스물여섯, 스물하나라 일정 조율도 그렇고 다 함께 여행을 가는 게 영 쉽지 않았거든요. 뭐 다들 아시겠지만, 다 큰 애들이 자기 애인도 아니고 부모나 할머니와 여행 가는 걸 좋아할 리는 없으니까요.




'여행 가자'는 말을 처음 꺼낸 게 어머니였다면, 여행의 대부분을 주도한 건 남편이었어요. 비행기 티켓을 끊고, 숙소를 예매하고, 가서 뭘 할지 5명 각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회사를 다니는 바쁜 와중에도 많은 일을 해냈죠. 저는 거기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숟가락만 얹고 있다가, 여행 전날 겨우겨우 2박 3일간의 여행 일정을 짰답니다. 승마와 짚라인 체험을 해보고 싶다는 아들과 갈치조림을 꼭 먹어야겠다는 딸의 의견을 반영하고, 오래 걸으면 다리가 아픈 연로한(?) 시어머니의 상황을 고려해 짠 계획이었어요. 그 중간중간에 저의 사심을 담은 맛집 탐방을 끼워 넣었고요. 몇 번을 가도 제주도가 좋은 이유에는 멋진 경관도 있지만, 맛집 순례도 한 몫하니까요.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짠 이번 여행계획을 공개합니다!




15일(목)

08:50 제주공항도착/렌터카 픽업

09:30 아침식사

*이춘옥원조고등어쌈밥 제주애월본점(제주시 애월읍 일주서로 7213)

고등어묵은지찜 2인분/고등어구이 2인분/전복뚝배기 1인분

11:30 더마파크(제주시 한림읍 월림 7길 155 라온더마파크)

*11:30 승마체험/카트체험

12:30 돌마을공원(제주시 한림읍 금능남로 421 제주돌마을공원)

13:30 더마파크(제주시 한림읍 월림 7길 155 라온더마파크)

*14:00 공연관람

15:30 늦은 점심

*카페태희(제주시 애월읍 곽지 3길 27)

피시 앤 칩스/감자튀김/새우버거/체다치즈버거

*곽지해수욕장 인근 산책

17:00 숙소 체크인+짐 정리+휴식

19:00 저녁식사

*리조트 내 BBQ


16일(금)

10:00 아침식사

*제주할망밥상 애월점(제주시 애월읍 하귀 9길 8 1층)

할망오늘정식(생선구이) 5인분

11:00 노형슈퍼마켙(제주시 노형로 89)

*미디어파사드 전시 관람

13:30 테디베어뮤지엄(서귀포시 중문관광로 110번 길 31)

15:00 점심+저녁식사

*쌍둥이횟집본점(서귀포시 중정로 62번 길 14 쌍둥이횟집)

4인 특모듬스페셜

18:30 숙소 귀가


17일(토)

09:00 체크아웃+아침식사

*애월오누이제주(제주시 애월읍 애월로 9길 54)

흑돼지두루치기 2인분/갈치조림 3인분

10:00 스타벅스 애월 DT점(제주시 애월해안로 376)

*커피/음료 테이크아웃

11:30 제주라프(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115-1)

*짚라인 2인

12:30 점심식사

*통일가든(제주시 조천읍 조와로 14)

검은콩국수 3인분/열무국수 2인분

14:00 스타벅스 더제주송당파크R점(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1189)

*제주 only 메뉴+동화마을 산책

15:30 해안도로 드라이브(구좌읍 함덕해수욕장 등)

17:30 렌터카 반납

18:00 저녁식사(공항 내 식당)

*김치찌개 1인분/순두부찌개 1인분/비빔밥 1인분/비빔냉면 1인분

20:50 제주공항 출발

22:00 서울 김포공항 도착




2박 3일간의 제주 날씨는 정말이지 천변만화(天變萬化) 그 자체였습니다. 첫날은 흐리고 둘째 날은 폭우가 내리고 셋째 날은 맑았거든요. 자체 조사 결과 3일간 방문했던 맛집 중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건 첫날 아침에 갔던 '이춘옥원조고등어쌈밥'이었고요, 가장 반응이 안 좋았던 건 마지막날 아침에 갔던 '애월오누이제주'였습니다. 이유는 심플해요. 전자는 비쌌지만 시켰던 메뉴 전부가 맛있었고, 후자는 비싼데 맛은 보통이고 주인장의 태도가 별로였어요(자신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분 같은데, '이 김치는 여기 아니면,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는 얘길 여러 번 해서 좀 그랬어요. 자부심에 비해 요리의 퀄리티는 그냥 그랬고요.) 아, 그리고 제주에 갈 때마다 방문하는 '카페 태희'는 이번에도 반응이 최고였습니다. 입맛 까다로운 남편이 '거긴 맛있더라'라고 할 정도로 퀄리티 높은 피시&칩스와 감자튀김, 햄버거를 맛볼 수 있는 맛집이거든요. 저희 시어머니도 맛나다고 좋아하신 걸 보면 여긴 세대 초월 맛집이 분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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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20년만에 다시 찾은 테디베어뮤지엄. 아들이 엄청 좋아했어요 (가운데/오른쪽)더마파크 공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잠시 방문했던 제주돌마을공원. 신나는 표정으로 셀카도 찰칵!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딸이 추천한 복합문화공간 '노형수퍼마켙'이었어요. 본격적인 미디어아트 전시 공간으로 진입하기 앞서 보았던 1970년대 전후의 레트로풍 인테리어도 흥미로웠지만, 대규모 전시 공간에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의 향연은 정말이지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제주의 4계, 세계의 명화 등 다양한 주제가 끊임없이 펼쳐져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빠져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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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노형수퍼마켙 전시관 입구, (오른쪽) 미디어아트 전시에 등장한 고흐의 작품.




이번 제주도 여행은 '어머니 건강하실 때 5명이 함께하는 가족여행을 다녀오면 좋겠다'는 바람이 성사된 뜻깊은 여행이었고요, 덕분에 게으른 제가 일정도 주도적으로 짜고 맛집 안내도 열심히 했네요. 그 과정에서 약간의 실수도 있었지만(1. 생각보다 별로였던 맛집! 제가 맛집 촉이 좋은 편인데 살짝 무뎌진 듯요.ㅠ.ㅠ 2. 짚라인 체험 시간이 이렇게 짧을 줄이야... 시간 계산 잘못해서 마지막날 렌터카 반납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힘들었다는... 3. 관절과 다리가 약해진 어머니의 상황을 고려했지만 그럼에도 좀 빡셌던 일정...), 이를 계기로 다음번 여행일정은 좀 더 세심하게 짤 수 있을 듯합니다. 사람은 실수에서 배우며 성장하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생각도 했답니다. 여행메이트는 가능한 적은 게 좋다는 생각요. 아무래도 여행은 2명 내지 3명이 가는 게 딱인 것 같아요. 세대도 성별도 각기 다른 5명의 취향과 입맛을 다 맞추는 건 역시나 쉽지 않더라고요. 신경 쓸 게 많아서 내내 긴장했는지 집에 돌아온 다음엔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는 후일담을 전합니다.


*여행 다녀오고 아들이 급성장염에 걸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 업데이트가 하루 늦었습니다. 혹시나 기다리셨다면 사과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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