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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5Km를 달려 보니...

-마라톤대회에 이틀 연속 참가하면 생기는 일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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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함께하는 고독이다. 옆에서 많은 이들이 함께 달리고 있지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야만 정해진 거리를 완주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마라톤은 함께하면서도 오롯이 나 혼자인 고독, 그 자체다.

두 달 전쯤 메모장에 적어둔 저 나름의 마라톤에 관한 정의입니다. 마라톤이라고 해봤자 5km, 10km를 달리는 게 고작이지만,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렇더라고요. 나보다 앞에 가는 사람이 많다고 그들의 페이스를 따라가선 중도에 멈춰 서서 숨을 고를 수밖에 없어요. 나에게 맞지 않는 속도로 달렸기 때문에 어느 순간 그 여파가 밀려오거든요.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남보다 앞서가려고 욕심부리지 않고 그냥 나만의 페이스대로 꾸준히 달리는 것뿐. 그러다 보면 언젠가 반환점이 나오고, 피니시라인이 나오는 것, 그게 바로 마라톤인 것 같아요.




최근 2주에 한 번 정도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5km, 내지 10km를 달렸는데요, 이번 주엔 이틀 연속으로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답니다. 토요일엔 여의도 문화의 광장에서 열린 '2025 지구런: 더 피스 로드' 5km에, 일요일엔 상암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새벽강변국제마라톤대회' 5km에 참여했거든요. 두 대회 다 참가자가 어찌나 많은지 '와, 마라톤 인구가 이렇게 많다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다만 두 대회의 상황은 조금 달랐어요. 지구런은 아침 9시 출발에 10km, 5km 이렇게 두 코스만 운영했다면, 새벽강변국제마라톤대회는 아침 7시 30분 출발에 하프코스와 가족런이 추가됐거든요. 정확히 가늠할 순 없지만 새벽강변국제마라톤대회 참가자가 좀 더 많았던 것 같고요. 고작 하루 차이일 뿐인데 날씨도 많이 달랐어요. 지구런은 9시 출발인데도 좀 선선했다면, 새벽강변국제마라톤대회는 7시 30분 출발인데도 너무 더워서 땀에 흠뻑 젖을 지경이었답니다. '이제 완연한 여름이구나'라고 느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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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상암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새벽강변국제마라톤대회', (우)여의도 문화의광장에서 열린 '2025 지구런: 더 피스 로드'. 둘 다 참가자들로 인산인해.


마라톤대회에서 5km를 완주한 게 벌써 스무 번이 넘는지라, 이제 5km를 달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초반엔 완주를 못 할까 봐 부담도 되고 걱정도 많았지만, 지금은 완주가 아닌 기록 경신을 염두에 두고 달릴 만큼 많이 성장했으니까요. 실제로 첫 마라톤대회 참가 때 44분대였던 5km 완주 기록은, 현재 평균 34분대로 10분가량 단축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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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새벽강변국제마라톤대회 5km 완주 기록, (우)2025 지구런: 더 피스 로드 5km 완주 기록. 약 1분 차이가 나는 이유는 피로 누적과 더운 날씨 때문인 듯.


다만 이번 주 같은 경우 이틀 연속 5km를 달리는 거라 '괜찮을까?' 살짝 걱정이 되긴 하더라고요. 지난해 일이긴 한데, 첫 번째 연속 5km 완주에선 엄청난 근육통을 경험했거든요. 다행히도 어제 5km 뛴 다음엔 별다른 근육통을 느끼지 못했고, 오늘은 근육통이 살짝 있긴 하지만 견딜 만한 수준이네요. 물론 종아리도 아프고, 허벅지도 당기고, 엉덩이 근육도 '나 좀 살려줘'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지만, 폼롤러 마사지와 스트레칭으로 잘 달래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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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새벽강변국제마라톤대회, (우)2025 지구런: 더 피스 로드. 둘 다 피니시라인을 향해 질주 중인 모습. 시어머니가 촬영해 주셨어요.^^


아쉬운 건 이 두 대회를 마지막으로 상반기 마라톤대회 참가가 끝났다는 거예요. 6월 초에 하지정맥류 수술(시술?)을 받기로 했는데, 수술 후엔 4주간 운동을 금한다고 해서요. 아마 한창 더울 때를 피하고 나면 9월 정도에나 다시 마라톤을 재개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때까진 아마도 실내에서 러닝머신을 달리는 걸로 만족해야겠네요. 그나저나 기껏 키워놓은 근육이 4주간 운동 쉬는 동안 다 빠져버리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ㅠ.ㅠ 50대에 근육량 높이는 것도 쉽진 않은데, 그저 속상할 뿐입니다.


하지만 뭐, 할 수 있나요? 상황에 맞춰 사는 게 인생인데요. 아무래도 당분간은 좀 쉬면서 충전하는 데 집중하고, 건강이 좀 괜찮아지면 그때 다시 열심히 달려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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