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메뉴 도장 깨기 해본 적 있으세요?

-망원동 맛집 'Sour 사우어' 탐방기

by 최혜정

12

얼마 전 우연히 한석준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유튜브에 유시민 작가가 출연한 영상을 봤습니다. 거기서 이야기한 내용 모두가 주옥같았지만, 제 뇌리에 꽂혔던 말은 바로 "내가 먹은 음식이 내 몸을 만들고 내가 읽은 책이 내 마음을 만든다"였어요. 뭔가 유독 공감이 가는 말이더라고요. 저도 유시민 작가처럼 먹는 것과 읽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특히 먹는 데 엄청 공을 들이죠. '혼자라고 대충 먹지 말자, 기왕 먹는 거 맛난 걸로 찾아먹자'는 게 제 음식철학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친구들과 함께 맛집에 가면 식욕이 폭발하는 건 당연지사! 게다가 제 친구들도 저 못지않은 '먹잘알'이라 한 번 만나면 메인요리 서너 개쯤은 순식간에 해치운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메뉴 도장 깨기에는 도전해 본 적이 없었어요. 늘 맛집 탐방을 함께하는 친구가 저 포함 3명뿐이라, 메인 메뉴를 5~6개쯤 먹으면 배가 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러나 기다리면 기회는 오는 법! 이번에 회사를 희망퇴직하고 우리 모임에 새로 들어온 친구 덕분에 메뉴 도장 깨기를 시도해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3명보다는 4명이 조금이라도 많이 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지난 목요일 오후 5시, 저희 4명은 망원동의 유명맛집 '사우어'에서 만났습니다. 사장님이 개인 사정으로 6월까지만 영업을 한다는 소문을 듣고, 친구 중 하나가 "나, 여기 진짜 가보고 싶었어. 문 닫기 전에 한 번 같이 가주라"라는 요청을 해왔거든요. 맛집과 술의 조합이라면 언제든 콜인 4명이 만나 이른 저녁부터 와인, 하이볼,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인원수에 맞춰 안주도 4개만 주문했어요. 알감자튀김과 양고기츠쿠네, 도라지솜땀닭다리살구이, 가지튀김이었는데, 와! 어찌나 맛있던지 게눈 감추듯 해치웠답니다. 특히 소스가 특이했던 도라지솜땀닭다리살구이('어떻게 이런 조합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창의적 퓨전요리예요. 소스가 맛나서 나중에 피타브레드를 시켜서 소스를 찍어먹었답니다)와 견과류+고수를 고명으로 올린 가지튀김이 반응이 좋았어요.


2.jpg
3.jpg
(좌)알감자튀김, (우)양고기 츠쿠네. 향신료 맛이 강하지만, 크게 부담이 없는 맛!
5.jpg
4.jpg
(좌)가지튀김, (우)도라지솜땀닭다리살구이. 가지튀김은 따뜻하고 달달한 데다 위에 뿌린 캐슈넛이 입맛을 돋웠고, 도라지솜땀닭다리살구이는 새콤한 맛이 일품이었어요.


4개 안주를 폭풍 흡입했지만 아직 배는 덜 찼지 뭐예요. 그래서 초리조와 아이올리, 딜을 곁들인 완두콩, 항정살과 오렌지를 더한 참나물샐러드, 고사리와 들기름, 메밀면의 조화가 일품인 골동면을 추가했습니다. 완두콩이 새콤 상큼함이 터지는 맛이었다면, 참나물샐러드는 항정살과 오렌지, 참나물의 조화가 근사했어요. 고사리와 메밀면, 들깨의 식감이 잘 어울리는 골동면은 먹어도 먹어도 끊임없이 들어갔고요.


6.jpg
7.jpg
(좌)참나물샐러드, (우)골동면. 둘 다 맛났지만, 사우어에서의 제 원픽은 골동면이었다는... 통들깨 덕분에 식감이 넘 좋아서요.
9.jpg
8.jpg
(좌)후무스&피타빵, (우)완두콩. 모든 음식에 빠지지 않던 고수. 향이 강한 음식을 썩 좋아하지 않음에도 도전해 볼만큼 맛난 요리였어요.


그렇게 총 7개의 안주를 먹은 저희는 마지막으로 후무스&피타빵까지 총 8개의 메인요리를 먹은 후, 2차로 커피를 마시러 갔답니다. 사우어는 다음 예약 손님 때문에 2시간만 이용이 가능해서 아쉽게도 전 메뉴 도장 깨기에 성공하진 못했어요.ㅠ.ㅠ 하지만 친구가 한 명 늘어나서 메인요리를 8개까지 소화한 탓인지 많이 아쉽진 않더라고요. 게다가 2차 역시 망원동의 유명한 커피&디저트맛집 '올웨이즈어거스트로스터스'라 입이 계속 즐겁기도 했고요. 저희는 여기서도 각자 커피 한 잔씩과 조각케이크 2개, 쿠키 1개를 해치웠습니다.


계속 입으로 공급되는 맛난 음식, 귀에 쏙쏙 들어오는 즐거운 대화. 정말이지 몸도 맘도 즐거운 하루였어요. 제 몇 안 되는 취미인 맛집탐방과 여행을 함께해 주는 이 소중한 친구들이 없었다면 제 인생은 얼마나 무미건조했을까요? 조만간 샤갈 전시회에서 친구들을 만날 날을 또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아직 다 끝내지 못한 원고 마감을 하면서요.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사진 업로드가 안되네요.ㅠ.ㅠ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시도해봐야 할 듯합니다.

**잊고 있다가 다시 한 번 음식사진 업로드를 시험해보니, 이번엔 되네요.^^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11화2박 3일, 폭삭 속았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