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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워터파크에 다녀왔습니다

-한여름의 통과의례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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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워터파크 나들이는 저희 부부에게 일종의 통과의례와도 같습니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워터파크에 다닌 지 어언 20년. 애들이 어릴 땐 애들 데리고, 애들이 다 큰 후에는 우리끼리만, 쉼 없이 다니다 보니 이제 수도권 인근 워터파크는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랍니다. 그중 '최애'를 꼽으라면 단연 '오션월드'예요.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거리가 풍성한 건 물론이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슈퍼 익스트림 리버'(유수풀과 파도풀을 결합한 시설이에요)가 있는 곳이거든요.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 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신나게 물놀이한 후 하루 쉬었다 오기에도 좋고요. 이번에도 지난 7월 29일, 30일 이틀간 오션월드+소노벨 1박 2일 코스로 잘 다녀왔습니다!




사실 올여름엔 워터파크 나들이가 좀 늦었어요. 예년 같으면 벌써 두세 차례 다녀왔을 텐데, 올해는 제가 하지정맥류 수술을 하는 바람에 한 달간 수영장, 목욕탕, 찜질방 출입금지였거든요. 7월 중순에서야 겨우 제약이 풀리는 바람에, 워터파크 나들이도 미뤄질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래서 그런가, 오랜만에 간 오션월드는 너무 재밌고 즐거웠어요. 새벽 6시에 집에서 출발해 아침 8시에 오션월드 도착! 오전 9시에 오픈하자마자 입장해서 오후 5시까지 놀았으니 본전은 충분히 뽑았네요. 이번엔 야외가 아니라 실내 탈의실을 사용하는 바람에 좀 더 쾌적했고, 우리 부부가 애정하는 '슈퍼 익스트림 리버'도 3시간 가까이 충분히 이용했어요. 중간중간 선베드에서 휴식도 취하고, 치맥도 즐기고, 정말 더 바랄 게 없는 최고의 여름휴가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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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치맥 먹으면서 선베드에서 휴식! 뉴발란스 타월은 남편이 마라톤에 참가해서 받은 건데 이번에 아주 유용하게 썼네요.^^




재밌는 건 제가 처음부터 워터파크를 좋아한 건 아니라는 거예요. 전 물이 무서워서 수영도 못하는 겁쟁이거든요. 어릴 때 수영장에 빠져서 물을 잔뜩 먹고 죽을 뻔한 적이 있는 터라...(제 기억엔 엄청 오래 물속에 잠겨 있었던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되게 잠깐이었대요. 다만 워낙 어릴 적이라 트라우마가 심해서 지금도 물을 무서워한답니다) 그래서 전 물놀이를 가도 물속에 몸을 담그고 가만히 있거나 물속을 두 발로 걸어 다녀요. 당연히 수영은 못하고, 1.2m 이상 깊이의 물속엔 안 들어가죠.


그런 제가 매년 워터파크에 가게 된 건 오롯이 남편의 영향이에요. 물놀이 좋아하는 남편이랑 같이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따라다니다가 그게 연례행사 내지 통과의례가 되면서 '어, 물놀이도 해보니 재밌네'가 된 거죠. 게다가 오션월드의 '슈퍼 익스트림 리버'는 구명조끼+튜브가 필수라 '얘는 생각보다 안전해'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물을 무서워하는 저를 위해 남편이 늘 제 튜브를 잡아주는 것도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남편은 뭐든 느리고 더딘 저를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줬어요. 물을 무서워하는 것도 "이게 뭐가 무섭냐?"라고 다그치지 않고 온전히 절 받아들여줬고요. 그리곤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안 무서운데, 한 번 해볼래?"라고 부드럽게 권유해 줬답니다. 그러면 조금 용기가 나서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요.


극 I형 인간인 제가 파워 E형인 남편과 여전히 사이가 좋은 건 이런 남편의 성향 덕분인 듯합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업뎃이 늦어졌습니다. 죄송하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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