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었던 게 좋아지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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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 중순, 하지정맥류 수술을 한 이후로 한 달간 모든 운동이 금지였는데, 7월 16일을 기점으로 그 제약이 풀렸거든요. 참 신기한 건요, 운동을 그렇게나 싫어했던 제가 다시 운동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겁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5년여간 어렵게 뺀 살이 다시 붙을까 봐, 또 간신히 늘려놓은 근육이 빠질까 봐, 겁이 났거든요. 그러면서 알게 됐죠. 일상의 루틴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는 걸요. 꾸준히 해오던 걸 외부 요인으로 못하게 되니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싫어하던 걸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잠시 그걸 뺏으면 돼요. 내 선택이 아닌 다른 이유로 뭔가를 못하게 되면 하기 싫은 일도 하고 싶어지거든요. 뭐, 이게 저란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참 알다가도 모를 게 사람 마음이란 걸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답니다.
운동을 시작한 건, 수술 후 정기검진에서 "이제 운동하셔도 돼요. 요가, 헬스, 러닝, 뭐든 하셔도 됩니다"라는 얘길 듣고 나서예요. 이후 처음엔 요가만, 지금은 요가와 PT수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요가 첫 수업은 '한 달을 쉬었더니 역시나 몸이 내 맘 같질 않구나'라는 걸 체감하게 해주는 시간이었어요. 전에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던 동작들이 잘 안 돼서 속상하더라고요. 오랜만에 운동을 하니 근육통도 심했고요. PT수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단 운동 시작 전에 인바디부터 재봤더니, 근육이 1kg나 빠졌더라고요.ㅠ.ㅠ 실망이 컸지만 트레이너 샘이 "근육 빠진 건 조금만 운동하면 금세 회복됩니다"라고 얘기해 줘서 다시 의욕을 불태우는 중입니다. 다행인 건 그동안 쌓아온 게 있어서 몸의 균형이 쉽게 무너지진 않았다는 거예요.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말인가 봐요.
러닝은 잠시 중단 중입니다. 마라톤 대회는 9월부터 참가할 예정이고(여름엔 더워서 대회 개최를 아예 안 해요), 일단은 빠르게 걷기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몸을 적응시킨 후에 천천히 달려보려고 해요. 식단도 여전히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젠 익숙해져서 밥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 정도예요.
다리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낫게 하는 시간의 위대함에 감사하고, 몸의 항상성 유지 메커니즘에 감탄하게 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