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호랑이 May 09. 2019

[생후42일]오늘도 열심히 오징어를 굽는 희온이

100일의 기적을 기다리며

/생후42일/

언제부턴가 용쓰기가 부쩍 늘었다.


잘 자다가도 오징어를 굽고 있고

잘 놀다가도 신나게 오징어를 굽는다.

예쁜 얼굴에 주름이라도 남을까 걱정이다.


너무 힘을 많이 줘서 먹은걸 토할 때도 여러 번 있고,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져서 엄마 아빠 가슴을 철렁 이게 할 때도 많았다.

가끔은 이상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낑낑거리는 것도 아니고 마치 염소가 피리를 부는 것 같은 희한한 소리를 냈다.


잘 자라고 속싸개를 하면 금세 다 풀어헤치고 복싱과 무에타이 연습을 하고 있다.

(커서 운동을 시켜야 할까?)


용쓰기는 아이가 크려고 하는 증상이라고 하던데,

얼마나 크려고 이렇게 힘을 주는 걸까? 힘주는 걸로만 봐서는 2m까지 클 것 같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안쓰러울 정도로 힘을 주며 괴로워한다.




















용쓰기를 할 때 엄마 아빠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찾아보니

수유 후 꼭 트림을 시켜주기, 안고 리듬감 있게 흔들어주기, 배 마사지를 해주기 등이 있던데

희온이의 경우 안고 흔들어주기랑 배 마사지를 해주면 조금 나아졌다.

(그것도 잠시뿐이긴 했다. 금방 다시 오징어를 굽는 희온이)


선배 엄마 아빠의 말을 들어보면 용쓰기에는 그저 시간이 약이라고 한다.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어느새 용쓰기가 많이 줄어들 거라고..












100일의 기적.

예전에는 단순히 100일 동안 잘 자라줘서 기적이라고 부른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100일 뒤에 붙는 기적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단순한 의미는 아닌 것 같다.

신생아 시절부터 전전긍긍하며 아이를 키우다가 100일 전후가 되면 웬만한 증상은 다 사라진다고 한다.

오징어도 덜 굽고, 표정도 밝아지고, 잠도 잘 자고

듣기만 해도 할렐루야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아기 혼자서 이뤄낸 것도 아니고, 모두가 함께 인내하며 견뎌온 기적의 시간이다.


희온이 에게는 아직 기적의 시간까지 많은 날들이 남았다.

살아온 만큼 더 살아야 100일에 가까워진다.

그때까지 함께 잘 버텨야겠다.


희온이도, 엄마 아빠도 언젠가 찾아올 기적 같은 날을 위해

오늘도 화이팅이다:)




이전 11화 [생후36일] 유난스럽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