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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호랑이 May 06. 2019

[생후36일] 유난스럽다

네 덕분에 힘들지만, 네 덕분에 행복하다

/생후36일/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와 있었던 대화 내용이다.



나 : 다음 달부터 육아 휴직하기로 했어.

친구 : 그래? 왜 휴직까지 하냐? 살만한가 보다?

나 : 살만하긴, 그냥 내 애니깐 내가 보는 게 당연한 거지. 주변에 도움받을 상황도 아니고.

친구 : 주변에 다른 사람들도 엄마 혼자 잘 키우던데? 너무 유난스러운 거 아니야? 네가 돈이라도 벌어와야지



유난스럽다라.. 좀 충격적이긴 했지만 친구의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유난스러운 게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자식을 키우는데 어느 부모가 유난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육아를 할 수 있는 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육아에는 돈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사랑이나 관심 같은 눈에 보이지 무형의 무언가 말이다.







날이 갈수록 똘망해지는 눈동자







그렇게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대체로 빨래나 설거지, 청소 등 집안일을 맡아서 하고 아내는 아기를 캐어하는데 힘쓴다. 

집안일을 직접 해보면서 느낀 점은 업무의 강도가 회사일보다 더하면 더했지 그 이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는 퇴근이라는 희망이 있지만, 집안일은 퇴근이 없었다. 진짜 아침에 일어나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고, 늦은 점심을 먹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밤이 찾아왔다. 집안일만 해도 이 정도인데 육아와 같이 하기에는 너무 과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집안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차라리 회사에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는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거의 엄마 혼자서 집안일과 육아를 병행했다고 하지만 그 시절 그렇게 했다고 지금도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혼자서 힘든 것도 둘이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 육아는 최대한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받을수록 모두에게 좋은 것 같다. (산후 우울증과 스트레스도 엄마 혼자서 겪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는 아기를 키울 때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무조건 받으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만약 주변의 도움을 받을 만한 상황이 안된다면 아빠라도 육아휴직을 내서 엄마와 함께 육아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100일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말이다. (나도 희온이가 100일이 될 때까지 3개월간 육아휴직을 썼다. 계속 함께 하고 싶지만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서는 직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희온이가 뱃속에 있을 때는 목욕도 내가 시키고, 기저귀 가는 거랑 아기 빨래도 내가 다 하겠다고 아내에게 말했었다. 말만 들어보면 마치 아기를 혼자 다 키울 것처럼 이야기했다. 지금의 나는 말한 것에 반 정도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마저도 사실 너무 힘들다. 산후 우울증을 아내가 아니라 내가 겪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매일매일이 기대되는 것은 하루가 달리 커가는 아기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은 그야말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새벽에 깨서 안 주무시는 따님 덕분에 피곤한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지금 내 옆에서 곤히 잠든 희온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육체의 피곤함 따위는 한방에 사라지는 듯하다. 


우리 딸,

네 덕분에 힘들지만

네 덕분에 행복하다.


아빠가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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