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성호랑이 Apr 25. 2019

[생후28일] 서툰 아빠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생후30일/

하루 종일 희온이가 끙끙거린다. 

힘을 얼마나 주는지 온 몸이 빨개진다. 요 근래에 응가를 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온 후 매일매일 응가를 했는데, 이틀 전부터 응가를 하지 못하고 있다.

힘껏 힘을 주면 나오라는 응가는 안 나오고 방귀만 뿡뿡 나온다. 응가가 나오지 않으니 방귀 냄새가 점점 독해진다. 냄새가 난다고 하면 희온이 마음이 괜히 상할까 봐 방귀를 뀔 때마다 잘했다고 칭찬을 해줬다.

힘들어하는 희온이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내가 대신 변비에 걸렸으면 좋겠다. 


뭐가 문제인 걸까? 집에서도 잘하던 응가였는데, 갑자기 왜 나오지 않는 걸까?

인터넷에 있는 각종 정보와 육아 선배들의 글을 읽고 또 읽어본다.

분유가 문제인가? 분유를 바꿔볼까? 유산균을 먹이면 좀 나아질까? 관장은 추천하지 않는다던데 그래도 한번 시도해볼까?


어떤 사람은 희온이랑 같은 분유를 먹고 매일 황금변을 본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이 분유를 먹고 변을 보지 못해서 다른 분유를 먹였는데 바로 황금변을 봤다고 한다. 사람들마다 이야기가 너무 달라서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정말 케바케(Case by case)라는 말이 이렇게 와 닿을 수가 없었다.













새벽에도 끙끙거리던 희온이를 오롯이 엄마에게 맡긴 채 회사로 출근했다.

"희온이 응가하면 사진 찍어서 보내줘~"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육아 선배들에게 고민거리를 털어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너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그게 정말이에요?!"

"설마 분유 탈 때 물 먼저 다 채우고 분유 타는 거 아니죠? 분유는 정량으로 맞춰서 주고 있어요?"


그랬다. 분유 타는 방법이 잘못됐던 것이다. 게다가 나는 희온이에게 분유를 먹일 때 공기가 최대한 안 들어가게 해 주려고 물을 5-10ml씩 더 넣어서 주고 있었다. 젖병을 빨다가 분유가 어느 정도 남았을 때 빼면 공기가 조금이라도 덜 들어가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던 방법이었다. 바로 이틀 전부터 말이다.


분유 탈 때 정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당연하다고 여긴 채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다 내 불찰이었다. 분유를 타는 건 내가 담당이었기에 이 모든 문제가 서툰 아빠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니 희온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내에게 바로 연락하여 들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아내도 적잖이 놀란 것 같았다. 다음번에 분유 탈 때는 먼저 물을 2/3 넣고, 정량의 분유를 넣은 후에 좌우로 잘 흔들고 나머지 1/3의 물을 담아서 먹여보자고 했다. 그리고 2시간쯤 지났을까?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들었지만 침착히 카톡을 열어봤다.

희온이의 응가가 가득 담긴 똥기저귀 사진이다.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말했다.

"희온이가 드디어 똥 쌌대요!"













잠시 후 아내에게 또다시 카톡이 왔다.

응가를 너무 많이 해서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혔다고 한다.

보내온 사진 속 희온이의 표정이 세상 편해 보인다.

무거웠던 마음이 한 장의 사진에 녹아내린다.


서툰 아빠라서 미안해,

내일 더 잘해볼게.

사랑해 :)

이전 08화 [생후25일] 아기 냄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