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버지가 되어가나 보다
/생후25일/
희온이에게 좋은 냄새가 난다.
꽃샘추위 때문인지 유독 쌀쌀했던 오늘인데,
네 냄새를 맡으니 몸이 저절로 녹아든다.
아기 냄새는 마치 마법처럼 사람을 따뜻하게 만든다.
곤히 잠든 희온이의 옆에 다가가 네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면
오늘 하루 힘들었던 피곤함이 모두 날아가는 듯하다.
'아, 이래서 아빠는 매일 밤 퇴근 후에 우리 방에 들어왔던 거구나.'
요즘 젊은 시절 아빠의 모습이 자주 떠오른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아빠의 행동들이 생각난다.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그 시절 아빠만큼 커버린 나에게 전해진다.
나는 아빠가 퇴근 후 내 방에 들어오는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가끔 술냄새까지 나는 날이면 일부러 자는 척할 때도 많았고, 단답형으로 대답하여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경우도 많았다. 내가 생각해도 참 사랑스럽지 않은 아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언제나 내 방에 들어오셨고 "오늘 뭐했니?" 물어보며 짧은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빠는 나의 하루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그냥 자신의 아들과 함께 있고 싶었던 것 같다. 아들과 함께 있는 그 짧은 시간이 그에게는 행복이었고 휴식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난히 무뚝뚝했던 아들도 이렇게 아버지가 되어가나 보다.
퇴근 후 희온이가 잠든 방 문을 살짝 열어봤다.
작게 열린 문틈 사이로 아기의 안위를 확인했다.
아기 냄새가 코끝을 간질거린다.
아기는 엄마의 냄새를 맡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다던데,
그건 부모도 마찬가지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