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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호랑이 Jun 01. 2019

[생후60일]분유와 모유 사이

선택의 시간

/생후60일/

며칠 전 분수토를 한번 경험하고 나서는 분유를 먹일 때마다 긴장하면서 먹였다. 그런데 어제부터는 젖병을 아예 거부하는 행동을 보였다.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면 빨려고 입을 크게 벌리는 걸로 봐서는 배가 고픈 게 분명한데 젖병에 분유를 타서 주면 먹지 않았다. 지금까지 분유와 모유를 8:2의 비율로 먹고 있었던 희온이는 간식 개념으로 모유를 먹고 있었다. 분유를 안 먹으니 아내가 모유를 한번 물려봤는데 많이 나오지도 않는 엄마젖을 엄청 열심히 빨았다. 아내는 차라리 모유가 잘 나와서 완모 할 수 있으면 괜찮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지만, 요즘은 분유도 잘 나온다며 뻔한 위로를 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걸까? 지금까지 분유를 잘 먹다가 왜 갑자기 젖병을 거부하는 걸까? 아내와 나는 굉장히 깊은 고민에 빠졌다. 먹는 것은 다른 어떤 것 보다 중요한 부분이었기에 서둘러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그러던 중 비슷한 사례를 발견했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기가 '젖병'과 '엄마젖'을 빨 때 서로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일반 젖병은 빨 때 많은 힘을 주지 않아도 분유가 잘 나오지만, 엄마젖의 경우 깊이 유륜까지 물어서 힘껏 빨아야 모유가 나오기 때문에 혼합 수유할 경우 아기가 혼란스러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완모를 할 생각이라면 젖병은 사용 안 하는 게 좋고, 그게 어렵다면 엄마젖을 물리지 않고 젖병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글이었다.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다.


















소량이긴 했지만 모유를 먹이는 것은 엄마의 마음과도 같았다. 아기를 품에 품고 서로 밀착하여 엄마와 아기의 유대감이 더욱 깊어지는 시간. 그 시간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아쉬웠고 아내는 상당히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젖병을 언제까지 거부할 수 없었기에 강하게 마음먹고 모유를 끊기로 했다. 오늘부터 완분 시작이다.


부모가 이렇게 결정한다고 희온이가 갑자기 '이제 엄마 젖은 없구나, 아쉽지만 분유나 먹어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희온이는 여전히 젖병을 거부했고 엄마품에 안겨서 엄마젖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아내는 또다시 마음이 약해져서 모유를 먹여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한번 강하게 마음먹은 대로 일단 밀고 나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젖병을 입에 물리면 혀로 밀어내거나 찡얼찡얼거리기를 반복했는데 나중에는 자기도 지쳤는지 젖병을 조금씩 빨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신나게 젖병을 빨았다.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젖병을 빠는 희온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아내가 참 많이 힘들었던 하루였다.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을 포기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분유를 먹이기로 결정을 한 이후부터 모유가 더 잘 차는 것 같았다. 아기가 울고 보채니 엄마의 모성애가 발동해서 모유가 많이 생성되는가 보다. (아기사진을 보거나 아기생각을 많이 하면 모유가 더 많이 생성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다시 고민이 시작됐지만, 그래도 완모 할 수 있는 양은 아니었기에 우린 처음 결정한 대로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런 희망고문을 줄이고자 얼른 식혜를 주문했다.


오늘도 긴 하루가 지나갔다.

아내가 잠자리에 누워서 이야기했다.

"내일은 찐한 라테 한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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