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짧은 글 한 편] 2019년 5월 30일, 마흔일곱 번째 글
이번 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예비군 4년째 처음으로 동원 훈련을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대학생이라는 신분 덕에 용케 부대에 끌려가는 건 피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올 것이 온 셈입니다. 졸업을 했는데 취업은 하지도 않았으니 얄짤 없이(...) 가야만 하는 처지거든요. 그나마 2박 3일이라 망정이지 이보다 더 길었다면 아찔했을 겁니다. 군대 2년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긴 한데, 과장을 좀 보태면 재입대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부대 정문에 도착했을 때 그 기분이란. 아, 기어코 여기를 돌아오고야 말았구나. 두 번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는데 구시렁거리며 예정 집결 장소인 면회소로 들어갔습니다.
그렇다고 오늘 글의 내용이 예비군이나 군대에 관한 건 아닙니다. 이미 일어났거나,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일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써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차마 한데 묶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일을 겪었고, 앞으로 삶이 허락된 순간까지 그보다 더 많은 일을 겪게 될 겁니다. 그러나 어떤 일은 이미 일어나서 그 결과를 바꿀 수 없는데도 자꾸만 그 자체에 집착하게 되기도 하고, 피해보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을 피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에겐 군대가 그러했고, 이번 예비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고 뭉뚱그리기 어려울 만큼 그 성격이 다양하지만, 결과를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건 원하지 않던 결과가 나왔거나 혹은 내가 옳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하며 시간을 보낼 때가 있으니까요. 피할 수 없는 일을 마주했을 때도 별반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입니다. 차라리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할지 따져보는 게 현명할 텐데도 때가 닥치기 전까지 미루고 미루다 부랴부랴 처리하거나, 몸과 정신을 벼랑까지 몰아넣었다가 최악의 결과를 내놓기도 하지요.
사례를 들지 않고 포괄적으로 다루다 보니 다소 두루뭉술한 이야기가 된 느낌도 있습니다. 그럴싸한 가상의 사례를 하나 들어보는 게 좋겠군요. 친구와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던 중 짬뽕이 맛있는지 짜장면이 맛있는지 대화를 나누다 처음엔 그저 잡담이었던 주제가 어느새 서로의 기분이 상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격해지고 말았습니다. 분위기는 차갑게 식어 둘 사이엔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식사는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자리를 마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돌이켜봅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옳지 않아?! 다른 사람들에게 누가 옳았는지 한 번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잠깐만요.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는 그게 아니지 않나요?
여기 또 다른 사례가 하나 더 있습니다. 마감기한을 앞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남아있는 시간은 약 하루, 오늘 내내 해도 모자랍니다. 그러나 아직 영 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애초에 하고 싶지도 않았고, 억지로 하게 되었으니 마지못해 하는 시늉만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대강 계획은 세워두었으니 바짝 집중해서 6시간이면 될 듯합니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니 6시간은커녕 4시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일단 부랴부랴 시작해 끝내긴 했는데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다음번에는 꼭 여유 있게 해야지 결심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까먹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마치 제 이야기를 적어놓은 것 같네요.
그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이미 일어난 일과 피할 수 없는 일을 대할 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거나 혹은 이미 저지른 일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게 좋지요. 가령 예비군 동원 훈련을 아무리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건 변하지 않으므로(...) 기왕 갈 거라면 차라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낫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니까요. 또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너무 오래 빠져있기보다 다음번엔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혹은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대처할 방법을 생각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겁니다. 물론 말은 쉽지만 실천하긴 어렵죠. 그래도 인간이 실패를 통해 성장하듯이, 분명 나아지긴 할 것이고 어쨌거나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실천하고 보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