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2
매일 새벽 마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을 들으며 글을 쓴다.
이웃이 자는 시간이니 아주 작게 틀어놓는데, 글이 술술 써질 땐 음악이 꼭 필요하지만-들리지는 않지만 음악이 나와야 마음이 안정된다-
글이 막힐 땐 음악의 볼륨을 아무리 줄여도 신경이 쓰일 만큼 머릿속이 엉킨다.
글이 잘 써질 때 클래식은 백색소음이지만 글이 써지지 않을 때 클래식은 소음이 되기도 한다.
오늘은 클래식이 들렸다 안 들렸다 오락가락하고 있다.
휴일엔 가끔 카페에 가서 글을 쓴다.
카페에서는 대중가요가 나오든 클래식이 나오든 공간이 주는 분위기 때문인지 책도 잘 읽히고 글도 수월하게 써진다. 커피 머신 돌아가는 소리, 믹서기 돌리는 소리, 옆 테이블의 수다까지도 당연히 백색소음에 포함되어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옆 테이블의 수다가 쓸만한 글감이 되기도 하니 이래저래 카페에서의 글쓰기는 도움이 되지 방해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음악도 손님도 없는 무소음의 카페가 글쓰기에 불편하다-그건 다른 이유 때문이겠지만-.
평일엔 거실에서 글을 쓴다.
집에 버젓이 서재가 있는 데도 서재는 책 보관 창고가 된 지 오래다.
혼자서 큰 세상을 맞이해야 하는 글쓰기를 아무 소리도 없는 창고에 갇혀 해내야 하는 게 내겐 아직 버겁다.
넓은 거실을 한눈에 훑을 수 있는 공간에 노트북을 놓고 앉아 낭랑한 피아노 음악을 들어야 비로소 글 쓸 준비가 완성된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동이 틀 때 창 너머로 보이는, 매일 다르게 보이는 일출도 거실이 글쓰기에 최적화된 장소가 된 이유이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가 완벽했다고 해도 오늘처럼 음악이 들리는 날은 공들인 준비 시간이 헛된 것처럼 느껴진다.
클래식의 아름다움에 혼이 빠질수록 글쓰기와는 멀어져 머리만 쥐어짠다.
노트북이 놓인 테이블 옆에는 쥐어짜면서 하나씩 걸러낸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여있다.
매일 새벽마다 걸러내는 머리카락만 아니었어도 머리숱이 없어 고민하지는 않았을 텐데.
Yun Chan Lim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너무 근사하게 치고 있다.
오늘은 그냥 클래식 감상을 해야 하는 날인가 보다.
“클래식 너 참 매력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어 선물 배송을 알리는 카톡이 음악 감상을 방해하고 있다. 글쓰기가 아니라 음악 감상을…
연휴 동안 새로운 기획으로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하려고 계획했는데 그 계획을 실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획보다 무슨 음악을 찾아 들을지, 엄마와 어느 카페에 가서 브런치를 먹을지가 더 기대되고 있으니. 나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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