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2
요즘 나는 ‘글 쓰는 나’를 갈아 끼우고 있는 중이다.
어떤 글쓰기를 좋아하는지는 어느 정도 알았지만, 같은 글쓰기가 나를 고인 물로 만든다는 것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글이라도 꾸준히 찾아 읽게 될 ‘오래 사랑받을 글‘을 쓰기 위해 나를 시험대에 올려놓으려 한다.
아무 시도도 하지 않고 사장되는 것보다는 시행착오를 거쳐 오래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또다시 영화감독 박찬욱을 소환해야겠다.
최근 박감독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다소 충격을 받았다.
그가 만든 영화가 파격적이고 복잡하고 껄끄러운 영화인 줄만 알았고 그래서 취향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에 대한 신념과 인간의 본질을 꿰뚫기 위한 노력만큼은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찬욱 감독은 ‘전에 없던 캐릭터로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드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며,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어느 시대, 어느 누가 봐도 통용될 인간의 본질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유행을 따르지 않는 이야기
시간이 지나도 읽히는 이야기
오래된 이야기
보편적인 이야기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단순한 목표로 글을 써온 나는 부끄러움에 몸을 숨겼다.
사실 인문학 서적에 매료되어 나만의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그보다는 한 번이라도 더 읽혀 지금 당장 사랑받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됐다. 가볍고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글도 물론 좋지만, 묵직하고 잘 읽히지 않더라도 읽는 이가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글, 되돌아보게 하는 글’을 쓰기 위해 고민했어야 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그렇다고 당장 지금까지 쓰던 방식과 장르를 바꾸려는 것은 아니다.
글 안에 담길 것에 대한 변화, 오래 읽히는 글의 깊이에 대한 고민 등 다시 ‘어떤 글을 써야 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보겠다고 것이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오래 글을 써온 내가 글 쓰는 나를 다시 갈아끼우는 일은 쉽지 않을 게 뻔하다.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지 않았던 것도 아닌 내가 다시 본질적인 질문 앞에 서서 같은 질문에 대한 다른 답을 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게 뻔하다.
하지만 평생 글을 쓰게 될 걸 생각하면 지금 고민하고 답을 얻는 것이 빠른 선택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앞으로 어떤 글을 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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