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일 글을 쓰기 위해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3

by 다시봄

요즘 부쩍 살이 쪘다.

30년 가까이 유지해온 몸무게의 경계선을 넘더니, 이제는 상한치를 향해 달리고 있다.

아침마다 몸이 붓고 무거워진 몸은 좀 더 오래 누워 있으라며 나를 유혹한다.

결국 게으름의 가장 확실한 이유가 되어버렸다.


‘먹는 양을 줄이고 운동을 하라’는 단순한 다이어트의 법칙을 알면서도 나는 그 당연한 답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곤약밥이라는 저칼로리 밥을 사들여 끼니를 때웠다.

하지만 곤약밥이 원래 그런지,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다. 배는 하루 종일 부글부글 끓고 가스가 차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장을 시원하게 비워줄 신호인 줄 알고 내심 기대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불편한 뱃속과 무거운 몸뚱이만 남았을 뿐이다.





가끔 나는 이렇게 미련한 짓을 한다.

답이 뻔한 문제를 풀면서도 굳이 다른 길로 가보려 한다.

그리고 내 선택이 ‘새로운 발견’이 되길 바라며 한동안 꿋꿋이 그 짓을 이어간다.

누가 봐도 보여주기식 억지 행동인데도 말이다.


매일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작가라면 많이 쓰고 자주 쓰는 게 당연한데 그 당연한 일을 내게 정말 도움이 될지 확신하지 못했다.

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그 답을 믿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빠져나갈 ‘신세계’만을 꿈꾸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벼랑 끝에 서서야 깨달았다.

매일 쓰는 일이 결국 나를 작가로 만드는 길이었다는 것을.


그 후로 나는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 전까지 글을 썼다.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오면 거실을 미친 사람처럼 몇 바퀴 돌았다. 졸음이 몰려오면 물을 벌컥벌컥 마시거나 세수를 했다.

그렇게 버티며 쌓은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는 알람이 울리기 전 몸이 먼저 일어나 자연스럽게 노트북 앞에 앉는 내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 그 루틴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무거워진 몸이 새벽의 의지를 눌러버리기 때문이다.

더 누워 있고 싶은 유혹과 싸우다 보면 결국 ‘오늘은 그냥 넘어갈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글은 점점 산으로 가고, 집중력은 흩어진다.

그때 비로소 눈이 번쩍 뜨였다.

‘아, 다시 다이어트를 해야 할 때구나.‘




오늘부터는 곤약밥 같은 꼼수 대신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하기’라는 정석으로 돌아가려 한다.

평소보다 많이 먹은 건 아니지만 먹은 만큼 움직이지 않아 살이 되었으니, 적게 먹고 더 움직이는 방법이 다이어트의 비법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다이어트는 평생의 악연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으려 한다.


몸이 가벼워야 마음도 가볍다.

마음이 가벼워야 글도 가볍다.

그래서 오늘부터 다이어트는 나의 인연이자 연인이다.

내 몸을 그리고 내 글을 함께 가볍게 만들어줄 든든한 동반자니까.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화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수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목 [이 사람 어때? AI에게 물었다]

금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일 [이 사람 어때? AI에게 물었다]


keyword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