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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어때요? 재밌어요? 맛있어요?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3

by 다시봄

주위 몇몇 사람들은 내가 퇴근 후 글을 쓴다는 걸 안다. 하지만 어떤 글을 쓰는지는 모른다.

굳이 묻지도 않고, 나 역시 이렇다 할 성과가 있어 자랑한 적도 없으니까.

조심스러워서 말을 아끼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문득,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지금 내가 쓰는 글이 그들 눈엔 어떻게 보일까.




연재 중인 브런치북 <이 사람 어때? AI에게 물었다>​ ​속 인물에게 넌지시 물었다.


점심시간 산책 중, 유독 붉은 화살나무 앞에서 그것을 꺾어 꽃꽂이를 하고 싶다는 회사 과장에게 이때다 싶어 말을 꺼냈다.

글로 썼다는 말은 하지 않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다며.


“AI한테 과장님에 대해서 말해주고 이 사람 어떠냐고 물어봤거든요?”

“그래요? 뭐래요?”


바로 반응이 왔다. 자신을 인공지능이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한 듯 눈빛이 반짝였다.


“이 회사 들어오기 전에 꽃꽂이 배우셨잖아요. AI가 그러는데, 과장님은 그런 일을 해야 즐겁게 살 수 있대요.”

“오, 맞아요! 학원 다닐 때 초등학생 아들이 그랬다니까요. ‘엄마, 꽃 배우는 게 그렇게 좋아?’ 하면서요.”

“아들도 느꼈나 보다. 엄마가 행복해 보이는 게.”

“그랬던 것 같아요. 정말 재밌고 좋았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던 시절의 기억이 스쳤는지, 그녀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미소 지었다.

이윽고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대리님은 진짜 별걸 다 하며 사시네요?”

“재밌기도 하고 제가 아는 사람들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해서요.”

“재밌고 신기해요. 근데 AI한테 저에 대해 뭐라고 말했어요?”

“그건… 비밀!”


그건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참는 사람, 너무 오래 참아 속으로 곪은 사람이라 물었다는 걸.


“그럼 AI가 대리님은 뭐래요?”

“저요? 아직 안 물어봤어요.”

“왜요? 궁금하지 않아요?”

“그게… 제가 저를 아직 모르겠어서요. 객관적으로 물어볼 자신도 없고요.”


언젠가 연재의 마지막에 나에 대해 물을 계획이긴 하다.

하지만 내 삶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나를 뭐라 소개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기계는 입력값에 따라 완전히 다른 답을 내놓는다는 걸 너무 잘 아니까.


어쨌든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자신이 주인공인 이야기라 그랬을까, 과장은 내 글에 호기심을 보였다.

그녀는 내가 꾸는 흥미진진한 꿈 이야기나, 회사의 밉상 이야기, 또는 놓쳤던 순간을 잡아내 글로 쓴다고 말할 때마다 진지하게, 또 즐겁게 반응해주는 좋은 동료다.

어떤 글을 쓰는지 궁금해하면서도, 내가 말하지 않으면 끝까지 묻지 않을 사람.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글을 그녀에게 보여준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박수를 칠까, 인상을 찌푸릴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녀는 내 글을 애정으로 읽어줄 사람이라는 것.




그런 면에서 보면

내가 쓴 글을 누군가 불평 없이 읽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일이다.

차려준 밥상을 군말 없이, 기왕이면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예뻐 보이듯!

새삼, 내 글을 읽고 공감해주는 독자들의 아량에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AI에게 묻듯, 그들에게도 묻고 싶다.


“이 글 어때요? 재밌어요? 맛있어요?”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화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수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목 [이 사람 어때? AI에게 물었다]

금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일 [이 사람 어때? AI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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