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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SHK Jul 25. 2020

아버지의 새 차

은퇴 이후

"아버지 차 바꾸신단다"

"오, 드디어..."

"축하해요. 진짜 오래 타셨죠"


아버지께서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차를 새 차로 바꾸신다고 합니다.

가족과 친척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탔던 차 그대로이니 참 오래도 타셨습니다.  


20년도 넘은 차는 이제 폐차장으로 향니다.


유리창에 빗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좋았던 차,

비포장 길에서 덜컹대며 멀미 유발하던 차,  

긴장감으로 울렁거리는 나를 수능 고사장까지 편히 바래다주던 차.


소소한 기억과 추억들이 있던 차인데 이제는 역할을 다하고 고철로 돌아갑니다.


 폐차할 때까지 몰고 다아버지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평소 생활 습관 니다.

'멀쩡히 쓸 수 있는 물건을 왜 바꿔?'

물건은 용가치가 다 했을 때서야 놓아준다는 게 아버지의 지론이었습니다.

물건을 대하는 가치관이 오래된 차에도 반영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몇 해 전 36년간의 일을 정년퇴임과 함께 마무리하셨습니다.

사회활동이 뚜렷이 감소 시기에 새 차를 장만하신 데는, 단순히 차가 낡아서라는 이유 외에

은퇴 생활에 대한 소소한 기대도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20여 년을 함께 달린 차를 보내고 신차를 장만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은퇴 생활의 무료함과 권태로움보다는 작은 설렘이 엿보니다.


새 차 덕분에,

낯선 으로 여행 가거나

마음 맞는 지인들 만나러 가는 일들이  

덜덜 대던 헌 차를 탈 때보다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어쩌면 평소에 KTX를 타고 가던 도 새 차 열쇠를 흔들며 직접 운전하 가겠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은퇴를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저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새로운 출발보다는 마침표를 찍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은퇴 하신 분 중에는

걸어온 길을 조용히 정리하고 걷는 것보다

달리는 차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 을 것입니다.

어쩌면 아버지도 그런 모습을 조금은 바라고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은퇴는 끝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기도 니다.

지금껏 펼쳐놓았던  천천 덮는 일이

다시 새로운 책을 꺼내 책장을 넘겨 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삶에는 새로움에 대한 설렘,

다가올 일에 대한 흥미와 기대가 필요합니다. 

그런 삶의 원동력이 은퇴한 이후라고 해서 왜 없어야겠습니까.

히려 은퇴 후 더 필요한 요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새 차를 장만하신 아버지,

은퇴에 대해 같이 의논드린 적이 없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은퇴 생활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새 차 장만에 담긴 것 같아  차가 반갑습니다.


고향에 내려가면  차를 같이 봐야겠습니다.

폐차된 헌 차처럼 추억을 담고 있지는 못하지만 은퇴 생활에 대한 아버지소소한 기대와 계획들을 품고 있 것 같 좋은 느낌 듭니다.


고향에서 가족이 모이면 보통 집 근처 고깃집에 가서 저녁을 먹곤 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새 차도 탈 겸 조금 멀리 떨어진 데로 가자고 해야겠습니다.

 "드라이브하면서 시내 쪽 식당으로 가시죠"



나의 은퇴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우리 세대는 은퇴시기가 지금보다 더 늦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은퇴생활엔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막을 올리고

또 다른 계획과 함께 남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삶이 기를 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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