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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SHK Aug 17. 2020

졸업식

실망감을 대하는 자세

고등학교 졸업식은 설렘과 실망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다가오는 봄부터 캠퍼스 생활을 즐기게  졸업생들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 재수생활을 선택한 졸업생들 사이에는 큰 분위기 차이가 있습니다.

재수를 결심한 친구들은 대부분 졸업식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표창장, 3학년 6반 OOO"

"공로상, 3학년 6반 OOO"


고등학교 졸업식 때 수상자로 두 차례 호명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원하는 학교에 불합격 통보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똑같은 공부를 다시 일 년 더하고 싶지 않아 차순위의 다른 학교로 진학을 결정했지만 목표한 곳에 떨어진 셈이니 3년 동안의 레이스에서 실패했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연단에 오를 때마다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합격 통보에 기분이 가라앉았던  

굳이 목표 에 떨어진 졸업생을 수상자로 호명하는 상황달갑지 않았습니다.

아마 표정만 보면 세상의 모든 언짢음과 짜증을 얼굴에 품은 듯 보였을 것입니다.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졸업식 연단에 오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습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실망감을 얼굴에 나타냈습니다.

그렇게 나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단상에 오르내리며 졸업식을 마쳤습니다.

행사가 끝나고선 사진 촬영 없이 서둘러 집으로 왔니다.

다시 오지 못할 고등학교 졸업식 순간이지만

나에겐 찌푸린 얼굴만이 남았습니다.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때의 우리에겐 그 목표만이 전부였고,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끔 그때의 졸업식을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한때는 치열 시간을 보내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자 당당히 실망감을 표현하는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열정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 나가던 승부욕 강한 모습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시간이 흘러 돌아보니 이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며 그래도 나름 열심히 보냈다고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이유가 목표 대학으로 진학시키는 것만은 아닐 텐데

공개적으로 실망하고 찌푸린 얼굴만 보여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3년간 아껴주시는 분들많았는데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 건네드려 더 그렇습니다.


그때 찌푸린 표정을 지은 탓에 내 기억 속의 고등학교 졸업식은 찡그린 인상 가득한 꺼내고 싶지 않은 순간이 되었습니다.


찌푸린 얼굴이든 불쾌감이 담긴 언행이든

실망감에 따른 감정은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고 나면

나에겐 부정적인 기억 남겨지게 됩니다.


나의 고등학교 졸업식을 떠올리면 찌푸렸던 얼굴과 불편한 감정이 딸려옵니다.



고마웠던 분들에게 감사 인사라도 드렸다면,

스스로에게 짤막한 칭찬이라도 해줬다면,

그때의 졸업식이 조금은 뿌듯한 기억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던 나에게는 아쉽고 언짢은 순간으로 저장되습니다. 


아쉬운 순간이나 실망스러운 사건앞으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의 마음가짐은 내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실망의 순간이 얼마 될지 모르겠

 순간의 나의 대응은 그때의 졸업식과는 달리 후회 남지 않는 방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괜찮다'

'다음에 다시 잘해보자'

스스로에게 작은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너그러움,

실망감 속에서도 중요한 가치들을 잊지 않고 챙기는 마음,

찌푸리고 궂은 표정보다담한 표정으로 다시 아가는 성숙함.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의 나는 그때의 나보다 한걸음 더 성숙해져 있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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