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서 꽃형님 Oct 01. 2019

의류학과에 대한 편견과 진실

by 캡틴서

애매하게 성적이 나왔던 사람들은 그랬을 수 있을만한, 학력고사 - 아는 사람은 안다는- 세대로 그저 예상 성적에 맞춰 차선책으로 선택했던 의류학과였다. 가고 싶은 학과에 지원 불가한 상황이었기에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예상을 사정없이 빗나간 거리감과 괴리감으로 보낸 4년은 돌이켜 보니 한편으로는 즐겁기도 괴롭기도 하였다. 그 4년이 나의 지난 20년을 결정지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첫째. 멋있고 우아하게 'FASHION; 패션'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단순히 옷에 대해 관심 있거나 궁금해서, 디자이너가 멋있어 보여서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아주 잘못된 예) 등의 생각으로 선택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저 의식주 중에서 의(衣)에 관한 모든 기초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배우는 곳이다. 배운다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는다. 스스로 터득한다고 보는 게 옳다. 배운 것을 몸소 실천한다면 학과목을 터득하고 있는 것이고 아니면 그건 본인의 적성이 아닌 거다.

의류학과 다닌다고 하면 의례히 '옷 잘 입겠네~, 감각 있겠네~' 등의 말들을 듣곤 했는데, 글쎄~ 크게 잘못된 일반화이다. 감각은 지식과 달라서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것이다. '패션을 글로 배웠어요?' 그건 정말 안 될 말이고 아니올시다.


둘째. 좁은 울타리이지만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곳이다. 

복식사, 소재, 염색, 직조, 의복구성, 패턴 메이킹, 일러스트레이션, 머천다이징, 비주얼 머천다이징 등을 접하면서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다닐 때만 해도 강의가 이렇게 까지 세분화되어 있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그나마 다행이지. 나의 경우도 막연히 상품기획 쪽에 더 흥미를 느껴 일찌감치 진로를 정할 수 있었다.

다양하게 접해보고 선택할 수 있으니 그만큼 시야는 넓어질 수 있다. 흥미를 가진 분야에 대해 기본이 되는 지식이나 배경을 더 찾아보고 익혀야 한다.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디자인을 하든 패턴 메이킹을 하던 기본 배경부터 차근차근하지 터득하고 익히지 않으면 다양한 선택을 할 수는 있어도 오래 가진 못한다. 깊이가 떨어지고 어느 순간 탄로가 나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셋째. 복수 전공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나의 대학시절엔 전공 과제에 집중하고 시간 쪼개 놀기도 하면서 대학생활을 했어도 IMF라는 큰 벽에도 불구하고 의지만 있으면 취업이 가능한 때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름대로 전공 과제를 제대로 해내는데 열중했기에 복수전공은 고려할 새도 없었다. 어쩌면 핑계로 생각 못했다는 편이 더 맞는 얘기 일수도.

살면서 후회라는 것을 그다지 하지 않는 편인데,  취업하고 7~8년 차쯤에서야 뒤늦게 후회했다. 브랜드 기획자에서 유통 바이어 직무 쪽으로 넘어가지 못했을 때, 13년 차쯤인가 경영학 일반대학원에 지원했다 떨어졌을 때, 꾸역꾸역 의류학과 대학원 논문 쓸 때... 이게 내 전공의 한계인가... 정말 많이 느낀 부분이다.

경영, 디자인, 언어, 통계, 공학 등 의류학 보다 폭넓고 융합할 수 있는 분야는 많다. 의류학과처럼 편견을 가지기 쉬운 과를 다닌 입장에서 지금 다시 대학을 다니라고 한다면 복수전공은 반드시 할 거다.


넷째. 학교에 발을 담가 놓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라.

학생 신분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또 다른 특권이다. 대학생 인턴, 대학생 체험단 등 비단 패션과 의류 분야 기업뿐만 아니라 여타 소비재를 다루는 수많은 기업들이 있다. 졸업하면 어차피 '신입'인데 어디서, 어떻게, 무엇으로 본인을 차별화하여 보여 주겠는가. 전공 과제와 복수전공으로 정말 정신없고 바쁘겠지만 졸업을 좀 늦추더라도 경험해 보고 싶은 건 다 찾아서 해라. 학교에서 원하는 내용에 절대 맞추지 말고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끊임없이 문을 두드려야 한다.

나의 경우도 2, 3학년 방학 때마다 모 브랜드에서 인턴을 한 덕분에 한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고 업계 인맥이 생겼고 그 덕에 취업도 할 수 있었다. 해외에 가서 쇼핑을 할게 아니라 SNS에서 눈여겨본 편집샵에 가서 상품 구성, VM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라.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매체를 통해 얻는 정보는 정말 다르다. 다양한 매체가 발달되어 있어서 멀리 가지 않아도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그래도 직접 경험만큼 크게 와 닿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없다.



'의류'학과의 의미

이제는 의류학과라는 학과 이름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의류' 학과, '의상'학과, ' 의류직물'학과.. 이러한 학과 명칭들로 학교마다의 특성을 강조하는 듯하다. 관련학과가 있는 학교마다 조금씩 집중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졸업하고 나면 거기서 배출된 졸업생들은 어느 정도 비슷한 성향들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학교가 그렇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학생들이 무작정 학과에 대해 환상을 갖는 것도 문제지만 학과들도 뭐 하나 정말 전문적인 특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참 걱정되는 부분이다. 영어 점수나 자격증을 따라고 독려할게 아니라 실무에서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기본을 길러 주는 게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