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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Apr 01. 2024

고민상담 2편-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한다고 말하는 아이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여자, 최은영의 개똥철학

보낸 사람    한*솔 <gre*ntr*e042@naver.co..

받는 사람    최은영


2024년 3월 19일(화) 오후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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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선생님께.


선생님! 브런치 글 연재 소식을 친구로부터 전해 들어 이렇게 이메일로 상담 문의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들 문제로 제가 요즘 고민이 너무 많거든요.


올해 들어 저희 아들 학급에 좀 거칠고 폭력적인 성향이 있는 아이가 있나 봐요. 근데 하필이면 그 아이가 저희 아들 바로 뒷자리에 앉았나 봅니다. 저희 아들은 그 녀석 바로 앞자리고요. 그런데 수업 중에도 툭하면 신경질적으로 저희 아들 정강이 쪽을 찬다고 하네요. 이유도 모르게 말이죠. 책상도 자기 넓게 앉고 싶어서인지 앞쪽으로 쭉 당겨 앉아서 저희 아들만 비좁게 앉아 있대요.


저희 아들이 뒤로 흘깃 쳐다보면서 싫은 기색을 한번 했더니 그 녀석이 부리부리한 도끼눈을 뜨고 위협적으로 주먹질을 할 듯이 겁을 줬나 봐요.


어제저녁에 밥 먹다가 아들이 그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내줬는데, 너무 화가 나 미치겠어요.

남편은 그런 녀석 가만히 두면 안된다며 자기가 학교로 당장 쫓아가서 직접 혼을 내주겠다고 흥분 상태고 말이에요.


아들 녀석은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고 나오지 않아요.


그 아이가 폭력성이 좀 있는 아이 같은데, 저희 부부가 학교에 찾아가서 선생님 상담을 하고 뭔가 조치가 일어나면 따로 저희 아이를 괴롭히거나 그런 거 아닐까요? 반을 분리시켜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정말 답답해요.                                                        

                                 

                                                                                                2024년 3월 19일 한*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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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솔님.


아들 이야기 듣고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으셨을지 몰라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 소중한 내 아이를 함부로 대했다는 그 녀석을 찾아가 꿀밤이라도 한 대 때려주며 혼쭐을 내주고싶을 만큼 말이죠.


어떤 성향의 부모님이시건 상관없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보면 백이면 백 거의 다 엇비슷하게 그런 마음이 불쑥 올라올 겁니다.


 '어디 감히 소중한 내 새끼를 함부로 건드려?' '가만 두고 싶지 않아.' 이런 마음 말이죠.


우선 남편분 그리고 한*솔님 굉장히 놀라셨을 텐데, 그 불안한 마음 먼저 다독여주세요. 항상 강조하지만 마음이 침착해야 나 스스로를 위한 현명한 상황 판단이 가능하다고 하니까요.


부모님 마음의 흥분이 좀 가라앉고 나면 그다음에 속상해하고 있는 내 자식 마음을 위로할 수가 있을 거예요.


너무 갑작스러워 화가 나서 감정이 폭풍우를 치고 있는 상황이라면, 아이에게 어떤 말을 건네시건지 간에 엄마 아빠의 '분노와 불안'의 감정만 전해주게 되시는 겁니다.


 어른도 그렇지만 특히나 아이들의 경우 의사소통에서 언어적 메시지의 내용보다도 '상대방의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훨씬 더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거든요.


아이가 가정이 아닌 바깥세상에서 경험했던 상처나 아픔을 부모님께 털어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부모님을 신뢰한다는 말입니다. 부모님께 마음이 열려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한*솔님! 근데 벌써 아이 앞에서 불안하고 화난 감정을 다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것 같아서 속상해지신 거 아닌가요? 혹시나 그렇다면 너무 걱정 마세요.


저희 어린 시절 가정생활의 기억, TV 드라마에서 얼핏 본 스토리, 친구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 등등 우리가 전해 듣고 간접 경험한 사례들에 접목시켜 보세요.


 어떤 부모라도 자녀에게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다면 대부분의 부모님은 순식간에 화가 나고 흥분 상태가 됩니다. 부모가 되어본 사람들이라면 그런 상황을 지켜보며 대부분 '인지상정'을 느낄 겁니다.


분명 우리가 자라나던 시절에도 저희들 부모님 역시 비슷한 상황을 마주해 본 적이 있으실 거예요. 그때 그 시절 부모님도 대부분은 천둥같이 화를 내시며 "그때 가만히 참고 맞고만 있었어?" "그 자식 어떤 놈이냐?" "가만 두면 안 되겠다."라고 반응하셨을 겁니다.


그 순간 아이 앞에서 화가 나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을지라도 그것은 한*솔님의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가장 자연스럽고 낯설지 않은 반응을 처리하여 몸으로 신호를 보내 '감정'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러니 혹여나 '내가 더 침착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네'라며 자책하실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자, 어찌했건 이제 침착한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제언을 드릴게요. 천천히 들어보시고 가장 마음이 편안한 방법으로 적용해 보시면 됩니다.


첫째. 아이에게 많이 놀라고 속상했을 텐데 '엄마에게 이야기를 나누어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꼭 말씀해 주세요.

사람은 누구나 살다 보면 속상하고 괴로운 일을 마주할 때가 종종 생깁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 여러분도 당연히 그런 경험을 해보셨을 거예요.

 어린 시절에도 당연히 그런 상황은 종종 생기기 마련이고요. 아이는 이번 일을 통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생겨났을 때 홀로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리고 '부모님은 친구에게 괴롭힘 당한 못나 보일 수 있는 내 모습도 전혀 개의치 않고 나를 사랑하시는구나.'라는 믿음을 갖게 될 겁니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가 성장하는 데 있어 엄청나게 큰 심리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 아이가 경험한 일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사람이 살다가 가장 스스로 불행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도대체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나만 세상 불쌍한 사람이네'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


 이와 같은 생각은 바로 '나와 세상의 분리감'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동시에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게 하죠. 그렇지만 잠시 시야를 조금만 넓혀 생각해 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다가 종종 누군가 나보다 '물리적 신체의 힘이 강한 사람'이건 '권력이나 재력의 힘이 강한 사람'이건 그 힘을 과시하려는 이들로부터 어느 정도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를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이는 자신이 경험한 것이 세상 사람들 누구나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거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수치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인간관계에서 겪게 되는 여러 상처와 심리적 트라우마도 좀 더 가볍게 해소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비법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너'가 문제가 아니라 '폭력적 성향이 있는 그 아이의 내면'이 문제인 거라고 꼭 말씀해 주세요. 곰곰이 지켜보면 그 아이는 다른 친구와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을 거라면서 말입니다.


셋째. 인간관계는 복잡하고 미묘해서 단박에 해결될 수는 없지만 멀리 보고 나 스스로를 위해서 '자기 자신을 지켜나가는 연습'을 해나가는 거라고 말씀해 주세요.


사람은 누구나 실패와 갈등의 경험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연습하고 깨달으며 성숙해집니다. 이번에 아이가 경험한 일도 지금 당장은 '속상하고 두려운 일'이지만 침착하게 '자신을 보호하며 관계를 풀어가는 연습'을 해볼 기회이기도 하고요.


 어떤 상황이건 그때그때 침착하게 엄마와 함께 연습하면서 해결해 보자고 침착하게 이야기해 주시는 거 어떨까요?



아이와 이런저런 대화를 위와 같이 함께 다정하게 나눠주시는 건 정말 중요한 과정입니다. 학교에 가서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우리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지 못하도록 당장 해결해 주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지고 의미 있는 행위일지도 몰라요.


아무튼 그래도 우리 아이와의 대화만으로 이 상황을 종료시킬 수는 없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알려달라고 하실 것 같아서 말씀드려볼게요. ^^*


유아기가 아닌 초등학생의 나이가 되었으면 사실 어떤 상황에서든 아이가 자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해요.

우리 아이를 괴롭힌 뒷자리에 앉은 아이에게 직접 화를 내지 않고 침착하게 "네가 실수일지 몰라도 발길질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나쁜데, 좀 더 신경 써서 조심해 줄래?"라고 말을 해보는 것이 가장 우선이겠지요.

하지만 이런 용기를 낸다는 것이 사실 어른들에게조차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요, 그럼요. 솔직하게 저 같아도 어려울 것 같아요.


그렇다면 꼭 이 사실을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중재를 요청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늘 바빠 보이시는 선생님께 다가가서 자신의 어려움을 말씀드리는 것도 아이 입장에서는 용기가 필요해요.

그러니 선생님께 편지글로 상황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서('언제', '어떤 일'이 있었으며 이에 불편함을 느껴 '어떻게' 대응했다. 하지먼 전혀 효과가 없이 계속 괴롭힘이 지속되었다는 등) 전해주세요.


 때로는 말보다 글이 훨씬 더 전달력의 효과가 큰 법입니다. 갑자기 학부모님이 전화를 걸어오셔서 흥분 상태로 문제를 당장 해결해 달라고 하시는 것보다는 위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받았을 때, 선생님도 훨씬 더 침착하게 진심으로 아이의 어려움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드실 것 같아요.


아이에게 직접 자기 손글씨로 편지를 쓸 수 있게 해 보시고 그 내용이 전달력이 있는지 엄마가 한번 살펴봐주시는 거 어떨까요?


그렇게 편지로 우선 상황을 전해드리고 잠시 후 선생님과 전화 상담을 한번 해보세요. 우리 아이를 괴롭힌 상대 아이의 특성이 감정 조절이 매우 어렵고 폭력적인 상황이라면 혹시 모를 위험이 염려되니 선생님이 직접 수업 중 교실을 넓게 걸어 다니다가 직접 발길질을 목격한 것처럼 그렇게 아이를 지도해 주시는 건 어떨지 조심스럽게 부탁드려 보셔도 괜찮고요.


아, 참! 그리고 꼭 중요한 이야기예요. 아무리 화가 많이 나셔도 직접 학교로 방문해서 우리 아이를 괴롭혔던 아이를 찾아가 직접 지도하시는 건 '요즘 시절'에 정말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어요. 흥분한 아이 아빠는 꼭 침착하게 달래주세요. 아셨죠?



                                                                                - 2024년 4월 1일, 브런치 작가 최은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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