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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Apr 08. 2024

고민상담 3편-스마트폰을 빨리 사달라고 재촉하는 아이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여자, 최은영의 개똥철학

보낸 사람    이*경 <cha**cth30@hanmail.com

받는 사람    최은영


2024년 4월 1일(월) 오후 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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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우연히 검색을 하다가 선생님 브런치를 보게 되었어요. 안 그래도 요즘 아이 문제로 고민이 많던 차에 저도 이렇게 고민을 나눠봐야겠다 싶어서 이메일 드립니다.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예요. 그런데 요즘 들어 자기도 스마트폰을 쓸 나이가 된 것 같다며 자꾸 떼를 쓰네요.


이미 자기 친구들은 1학년때부터 스마트 폰 쓰는 애들도 많았기 때문에 그때부터 스마트폰 갖고 싶던 마음을 지금까지 쭉 참아왔던 것뿐이라고 해요. 특히나 요즘 초등학생 중 3학년이 자기처럼 키즈폰을 쓰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네요. 창피한걸 꾹꾹 참고 있었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짜증을 내더라고요.


며칠 전에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 핸드폰 사용 관련 조사를 하면서 손을 들어보라고 하셨는데, 거의 대부분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더라는 거예요.


스마트폰 일찍 사줘 봤자 좋을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랬던 제 생각이 저희 아들을 기죽이게 만든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여전히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혼자서는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이메일을 드려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24년 4월 1일 이*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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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경님, 고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같은 고민을 해보신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저 역시 비슷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 보았던 경험이 있고 말이죠.


사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스마트폰을 빨리 갖고 싶은 게 당연한 심정일 겁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지켜봐 온 경험치에 의하면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분신처럼 아끼는 듯 보였을 테니 말입니다.


우리도 그렇지 않았나요? 늘 곁에 두고 싶은 세련되고 편리한 도구의 주인이 된다는 건 누구에게나 상상만 해도 설레는 일일 테지요. 그러니 아이가 스마트폰이 갖고 싶다는 그 말 자체에는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지!'라고 반응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이*경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이라면 분명 '스마트폰 사용이 아이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렇죠?


1인 모바일 디지털 세상으로 진입한 이래로 과도한 디지털 매체에의 노출시간이 인간의 뇌에 미치는 부작용에 관한 각종 연구들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집중력 저하' '감정 조절에의 어려움' 등과 같은 문제들 말입니다. 아이의 손에 자기 소유의 스마트폰을 쥐어 준다는 건 더 많은 디지털 접촉을 허락하는 것만 같을 테고 말이죠.


아이에게 정성과 관심을 많이 쏟으시는 부모님일수록 어린 자녀의 손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쥐어주기 전 단계에서 끊임없이 '디지털 중독' '팝콘 브레인' '사이버불링' 등의 단어들을 떠올리며 굉장히 많은 고뇌를 하게 되시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어른들도 하루일과 중 잉여시간이 생겨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스마트폰 SNS 접속이나 미디어 뉴스 검색일 겁니다. 어른들도 하물며 그러한데 자기 조절력과 자기 통제력이 미처 채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슬기롭게 사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겠죠. 저 역시 이*경님이 지금 느끼시는 우려에 백 프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그건 부모님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보게 되는 '스마트폰 효과'일뿐입니다. 아이의 입장을 다시 헤아려볼까요? 아이에게는 스마트폰이 그저 대다수 '친구들이 갖고 있어', '나도 갖고 싶은 도구'일뿐입니다. 스마트폰을 소유한 대다수의 친구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싶은 것뿐이죠.


그런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아이에게 부모님이 별다른 설명 없이 그저 단호하게 스마트폰 사주기를 거절하기만 하신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 부모님이 참으로 무정하고 권위적으로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우선 아이에게 부모님이 스마트폰 사주기를 주저하는 이유가 자녀를 아끼고 사랑하여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침착하게 숙고할 기회를 주셔야 합니다.


아이에게 역지사지로 부모의 입장이 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우리 사랑하는 00아,  네가 엄마에게 스마트폰 사달라는 이야기를 하니까 엄마의 머리 위로 갑자기 여러 가지 염려되는 상황들이 떠올라. "너도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 같은 거 받아봤니?" "엄마도 요즘 그와 관련된 뉴스 기사를 자주 봐서 그런 건지 머릿속이 정말 복잡하다."

  

"지금 엄마 머리 위에는 어떤 생각들을 떠올랐을 거 같니?" 하고 아이에게 스스로 엄마의 생각과 마음을 헤아려볼 기회를 주세요.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아이가 자기 입으로 스스로 '부모님이 자신을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되어 스마트폰 사주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것이 우선 이*경 님께서 마주하신 갈등 상황의 해결 첫 번째 단계인 같아요.  


이 단계를 함께 진솔한 대화로 풀어가지 않으신 채로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겠다고 하신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욕구가 부모님의 권위로 인해 일방적으로 좌절되었다.'라고 기억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아이와 'Needs (필요)'와 'Want (욕구)' 둘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주세요. '스마트폰이라는 도구가 3학년 학생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스마트폰을 갖고 싶다는 마음은 '필요'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욕구'에 의한 것인가에 대해 아이 스스로 오랜 시간 고민해 볼 시간을 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가 침착하게 스스로 고민해 보려는 의지조차도 내어주지 않고 계속 떼를 쓰기만 한다면 절대로 스마트폰을 사주지 말아야 할 거예요. 만약에 아이가 떼를 쓴다는 이유로 그 상황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무작정 스마트폰을 사주신다면, 아이는 자신의 욕망이 빨리빨리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점점 떼쓰기의 강도를 높여나갈 것입니다. 이는 아이의 잘못이 아닙니다. 어쩔 없는 '자극과 반응' 학습효과에 따른 '강화' 현상일 뿐이지요.


나의 부모님은 내가 떼를 쓰면 당황하시며 내 요구를 들어주신다는 걸 학습하게 된 아이들은 점점 더 떼쓰기의 강도를 높여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니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충분히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해 볼 시간'을 주시고 침착하게 자신이 '스마트폰의 슬기로운 사용자'로서 자질을 얼마나 갖추었는지 생각해보게 하세요. 그리고 스마트폰의 어떤 기능을 언제 사용하고 싶은 건지 종이 위에 적어서 정리해 보도록 안내해 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만약 위의 과정들을 침착하게 이행해 낸다면 아주 강력하게 칭찬을 해주세요.


왜냐고요? 일주일 동안 아이는 스마트폰이 갖고 싶다는 자신의 욕구에 무비판적으로 휘둘린 것이 아니라, 현명한 소비에 관한 비판적 사고를 끈질기게 키워낸 것입니다. 그러니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겠지요. ^^*

그뿐만 아닙니다. 유아기적 수준의 '떼쓰기'에서 침착하게 '설득하기'로 의사소통 전략도 단계 승화시킨 셈이기도 합니다.


양인지검(兩刃之劍 )이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나요?


모든 도구는 쓰기에 따라 이롭기도 하고 해(害) 롭기도 합니다. 똑같은 학년의 아이일지라도 아이마다 모두 다 각기 서로 너무나 다른 성향과 기질을 보입니다. 또한 각기 아이가 처한 가정환경 분위기도 천차만별이지요.


따라서 칼로 무 베듯 정확하게 특정 나이 몇 살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요즘 시대에는 적합해 보인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저는 이번 기회를 '아이가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사고력 확장의 기회'로 활용해 보시면 어떨까 싶을 뿐입니다.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신 후 만약에 스마트폰을 사주기로 결심하셨다면, 꼭 아이에게 스마트폰 사용 습관에 관한 다짐 약속을 받아주세요. 그 약속은 말로 나누고 끝내기보다 아이가 직접 손글씨로 작성해서 보관하게 만들어 주시고요.


그리고 아이는 아직 신체적, 정신적으로 온전히 성숙하지 못한 법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자녀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스마트폰 사용에 제지가 가해질 수 있음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주세요.


그래야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펼쳐질 수 있는 여러 문제 상황들을 조금이나마 미리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의견들이 이*경님께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 2024년 4월 8일, 브런치 작가 최은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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