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딸아이 문제로 마음이 많이 힘드신 상황인가 봐요. 저희가 살다 보면 참 다양한 어려움을 현실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데, 가장 괴로움을 많이 느낄 때가 바로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을 때' 아닌가 싶어요.
이유나 원인을 알 것 같으면 거기에 맞춰 무어라도 시도하고 헤쳐나갈 마음이 생겨나는데, 이유도 모른 채로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딸이 행복해 보이질 않으니 얼마나 가슴이 답답하실까요?
많이 마음이 힘드시겠지만 그리도 침착하고 차분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 보기로 해요. ^^*
제가 지금 드릴 수 있는 조언을 정성껏 적어보도록 할게요. (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요. )
귀엽고 애교가 많던 어린 시절의 딸아이가 엄마에게 짜증 내는 횟수가 많아졌다는 건 대부분의 사춘기 시절을 겪어내는 아이들의 부모님들께서 공통적으로 공감하실만한 이야기인 듯싶어요.
'중2병보다 무서운 초4병'이라는 이야기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희들 자라나던 시절의 초등시절 사춘기라 하면 6학년 무렵은 되어야 맞이하는 거라고들 생각해 왔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무분별한 정보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어서 그런지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미리 검색하고 습득하며 '미리'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경향성이 있어요.
나보다 한 살 많은 동네 언니가 영어 학원 레벨이나 수학 선행학습으로 힘들어하는 상황을 보면 그냥 그 장면을 있는 그대로 살피고 끝나는 게 아니라, 관련 키워드로 검색을 해서 앞으로 자신이 감당해 나가야 할 학업의 양이 얼마나 방대하며 괴로운 것인지에 관한 정보를 끌어모으기도 하는 게 요즘 아이들입니다.
그 결과 부모세대가 자라나던 시절 어린이들이 감당해야 했던 학업스트레스와는 감당하기도 어려운 심적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지요.
특히나 이 시대, 4학년 무렵의 학령기 아이들은 고학년이 되면서 점점 어려워지는 학업 내용과 늘어가는 학습량에 심리적 부담감을 과도하게 느끼면서 동시에 인터넷 접속 사용량은 많아지는 상황에 처해지기 쉽습니다.
그러니 머릿속이 여러 걱정과 근심, 불안으로 가득해지기 쉬운 나이이긴 하지요.
어쨌거나 아이의 입장에서는 몸을 통해 감정으로 느껴지는 '짜증'의 원인을 명쾌하게 진단해서 언어로 풀어내어 설명하기가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아이가 만약 침착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엄마에게 전달해 준다면 물론 얼마나 좋은 일이겠냐마는, 사실 어른의 나이가 된 사람들도 자신이 종종 느끼게 되는 부정적 감정을 누군가에게 침착한 언어로 설명하기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혹여나 짜증 내는 딸아이의 태도가 엄마를 존중하지 않는 듯 여겨지셔서 더 많이 불쾌하신 거라면, 딸아이에게 그러한 의도 따위는 전혀 없다는 걸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아이의 짜증은 그저 자신이 감당해내야만 할 것 같은 여러 가지 사회적인 과업들이 부담스러워서 나타난 현상일 겁니다.
사실, '감정'이라는 건 자연스럽게 몸으로 느끼는 거잖아요?! 감정은 절대로 인간의 의지로 통제할 수가 없다고 해요. 외부 환경에서 온 자극에 신체가 신경 반응을 보이는 셈인 거죠. 무의식적 신경작용을 컨트롤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러니 아무리 아이에게 "짜증 좀 그만 내라!"라고 이야기하셔도 별 소용은 없을 것 같아요. 표현의 수위는 좀 줄어들지 몰라도 짜증의 감정을 아이는 자신의 신체 신경 감각으로 고스란히 느끼고 있을 거예요.
그 또래의 아이가 느끼는 '짜증'의 감정 원인은 학업 스트레스가 아니라면 교우관계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자꾸 친구 사이가 어긋나서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이어지거나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뜻대로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는 거죠. 그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대부분의 아이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부정하고 싶어 져요.
'친구들에게 인기가 없는 나 자신이 싫다.', '공부를 못하는 나 자신이 싫다.'라는 식의 자기부정 말입니다.
이런 자기부정은 종종 자기 의심으로까지 이어지곤 합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들 친구들과 잘 잘 지낼 수 있겠어?' '내가 아무리 노력한들 똑똑해 보이는 그 친구들처럼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절대로 불가능할 거야.' 하는 생각들이 머리 위로 끊임없이 떠오르는 거죠.
어른들의 눈에는 어리게만 보일지라도 초등학교 아이들은 위와 같은 생각과 감정들을 하루 중 수시로 떠올리고 느끼며 괴로워합니다. (말로 다 표현하지 않을 뿐이에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던 유년기 시절에 비하면 초등학생 입장에서 무엇이든 더 '스스로' '알아서' 잘 해내야만 할 것 같은 책임감과 부담감이 훨씬 더 커지는 건 분명하거든요.
배*지님! 그런데 말이죠, 위와 같은 생각과 감정들은 나 혼자 꽁꽁 끌어안고 괴로워하기는 쉬워도 밖으로 털어내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들이에요. 입 밖으로 털어놓는다고 해도 무엇 하나 확실하게 상황이 개선되거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걸 아이는 알거든요. 엄마가 자신이 느끼는 학업 스트레스와 친구관계에 대한 문제를 쉽사리 해결해 주시는 못할 거라는 걸 직감한다는 것이지요.
도리어 괜한 소리를 했다가 부모님께 필요 이상의 걱정을 끼치거나 자기 자신이 더 많이 못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아이 입장에서는 그저 입을 꾹 다물고만 싶어질 겁니다.
그러니 짜증 내는 이유를 말하지 못하는 아이의 심정도 '무언가 다 말하기 싫은, 혹은 말 못 할 이유가 있겠지'라며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아이에게 짜증 내는 이유를 재차 물어보시기보다는 도리어 아이가 스스로 여운을 느낄 수 있게끔 '그래, 너만 한 또래 성장기에는 말하기 싫은 생각들로 짜증이 막 밀려 올라오기도 해.'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어른이 된대.' '그래도 엄마는 무조건 너를 지지하고 사랑해.' '그러니까 나중에 언제든 마음 바뀌어서 엄마한테 위로받고 싶으면 얘기해 줘.' 하고 말씀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엄마가 그렇게 침착하게 이야기해 주시면 아이는 자기도 모를 어떤 위안감을 느끼게 될 거예요.
그동안 엄마한테 짜증을 많이 냈는데 엄마도 같이 신경질적으로만 나를 대하다가 갑자기 왜 저런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 건지 궁금해지기도 할 터이고요.
그러다가 조금만 더 생각이 깊어지면 엄마에게 습관적으로 짜증 내던 자기 모습을 그저 묵묵하게 수용해 주기로 한 엄마의 드넓은 이해심에 고마움을 느끼게 될지도 몰라요.
아! 그리고 한번 곰곰이 헤아려주세요. 아이의 기질과 성향에 맞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말이죠.
몸을 움직이는 신체활동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해요. 교우관계와 학업스트레스 해소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자유로운 정서 표현이 가능한 예술활동도 적극 추천하고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예체능 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 중에서 꼭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배*지님!!!
사랑하는 딸에게 더 좋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늘 무언가를 베풀며 해주고도 돌아서서 미안해지는 게 세상 많은 엄마들의 마음인 것 같아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럽고 소중한 딸의 존재처럼 배*지님도 그렇게 소중한 존재라는 것도 꼭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낮 시간에는 잠깐이라도 산책을 하면서 자연을 온전히 느껴주시고, 나를 위해 좋은 음식도 천천히 씹어 음미하며 드세요. 그리고 가족을 위해 마음과 에너지를 쓰느라 고생한 자기 자신을 다독여주시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