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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May 06. 2024

고민상담 7편_집중력이 짧은 아이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여자, 최은영의 개똥철학

보낸 사람    김진*(jhee2*1@na*er.c...

받는 사람    최은영


2024년 4월 28일(일) 오전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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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2학년 외동의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진*라고 합니다.

제가 요즘 요즘 아이과 관련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고민이 되는 점이 생겨서 이렇게 질문을 하나 드리게 되었네요.


저희 아들은 아기 때부터 에너지가 많고 아주 활동적인 편이었어요. 어린이집 그리고 유치원에 보내고 나서도 늘 선생님들께 하나같이 입을 모아 '에너지가 왕성한 아이'라고 이야기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 역시 저희 아들은 워낙 타고난 성향 자체가 에너지가 많은 아이인가보다 싶었죠. 그런데 선생님 아시다시피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 1,2학년 시기에는 아이 학습에 대해서 엄마가 챙기고 신경을 써줘야 하는 부분이 많잖아요?


저 역시 아이가 1학년에 입학하면서부터 한글, 연산 등등 학습지를 풀리며 직접 제 옆에 끼고 앉아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까지는 제가 별로 아이 학습에 많이 신경을 써주지 못한게 사실이긴 해요. 그런데 아이를 2년째 직접 곁에 두고 가르치다 보니 정말 심각한 수준으로 저희 아들이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채 5분을 견디지 못하고 자꾸 딴 짓을 하려고 하는 아들을 볼 때마다 제가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아요. 제가 아이를 그렇게 보기 시작해서 그런건지 공부할 때 외의 시간에도 아이가 또래보다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심지어 TV를 같이 보다가도 잠깐 흥미를 붙이는 싶다가 자꾸 리모컨으로 다른 채널들을 돌려보려는 행동을 반복하고 말이죠.


제가 이런 이야기를 또래 키우는 친구들에게 하면, 혹시 아이 어릴 때 디지털 영상 기기에 많이 노출시켰냐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되는데요.

제가 만약에 그런거라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좀 줄여보자라는 노력이라도 하겠다마는 전혀 그 문제랑도 연관성이 없어보여요. 저희 남편이 컴퓨터 IT계열의 연구직 종사자라서 그런지 너무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디지털 기기를 주는 걸 매우 싫어했던지라, 저희 아이에게도 철저하게 그 부분에서는 단속을 해왔거든요.


물론 남자 아이들 어릴 때는 대부분 다 그런거 아니겠냐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남자 아이라고 다 저희아들같지는 않더라고요. 아무리 활발하고 개구쟁이같은 남자아이들이라 하더라도 또 진지한 마음으로 침착하게 아이 달래서 공부 시키면 한 번에 30분 정도는 엉덩이 붙이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던데요.


이런 집중력으로 학교에서 수업은 도대체 어떻게 참여하는건지, 한숨이 푹푹 나오더라고요.


도대체 저희 아들은 어떻게해야 집중력이 높아질 수 있을까요?


                                                                                                2024년 4월 28일 김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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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님, 안녕하세요?

 

또래보다 집중력이 짧은 것 같아 걱정이 되는 아들에 대한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보내주신 메일 잘 읽어보있습니다.


어릴때는 어려서 그런가보다 했던 것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좀 다른 문제로 인식되며 어머님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긴 한 거 같아요. 김진*님의 고민 역시 그러하고 말이죠.


김진*님께서는 아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태생적으로 집중력이 매우 짧아서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학습이며 사회 적응 관련해서 여러가지 뒤쳐짐이 있을까봐 걱정이 많이 되시나봐요.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들 마음은 늘 그렇게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긴 해요.


어찌했건 이번 사연을 듣고 제 머리에 바로 떠오른 단어는 바로 '신경 가소성 이론'이었어요. 1990년대 후반부터 학계의 정설로 인정받기 시작한 '신경 가소성 이론'은 우리 인간의 뇌가 태생적으로 타고난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후천적인 반복적 경험이 신경계의 기능적 및 구조적 변형을 일으키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예요.


따라서 김진*님의 아드님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태어났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주의를 한 대상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고 집중력이 짧은 편이라 하더라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한 대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적 맥락 안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서서히 집중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거죠.


그러니 지금 아이의 상태만 보고 너무 과도한 걱정에 사로잡히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


자, 이제 그러면 어떻게 생활 속에서 아이가 집중력을 키울 수 있는지 한 번 이야기 나눠볼까요?


아이에게 집중력이 커나가고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김진*님! 아이가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유로는 자신이 해야하는 활동이나 과업 자체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어요. 쉽게말해 '즉각적이고 매력적인 보상'이 바로바로 제공되지 않는 웬만한 일상속 루틴에는 관심이 쉽사리 지속되기가 어려운 거라는 말이죠.


제가 만약 김진*님이라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줄 것 같아요.


 "00아, 너 그거 알아?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하나에 오랜동안 집중할 수 있는 뇌의 능력이 조금씩 발달한대."

" 나이가 한 살씩 늘어날 수록 자기 나이 숫자의 분(단위 시간)만큼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서 자기가 숨 쉬는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걸로 그 능력을 테스트한다던데, 우리 00이도 한번 테스트 해볼까?"


라면서 재미있는 심리테스트 집에서 부담없이 해본다는 듯 편안한 분위기로 아이에게 고정 자세로 눈을 감고 자신의 호흡 감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것입니다.


아이의 나이가 아홉 살이면 9분의 시간동안 꼼짝없이 앉아서 자기 호흡에 집중을 해야만 하는 것인데, 처음 이런 걸 하는 아이 입장에서는 9분이 참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치만 자기 나름대로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할꺼예요.


제 개인적인 사견으로,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측정하며 아이의 집중력을 테스트하는 것은 아이에게 '공부는 괴로워도 참아야만 하는 것이다'라는 인식을 무심결에 심어줄 수 있는 것 같아서 그 방법보다는 우선 마음을 평화롭게 만드는 호흡명상으로 집중력 자체를 키워주는 연습을 시켜줄 것 같아요.


그렇게 아이가 매일매일 몇 분씩 가만히 정자세로 앉아서 들숨, 날숨 반복되는 자기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기록을 재고 냉장고 앞 포스트잇에 눈에 볼 수 있는 기록으로 적어주세요. 그리고 그 시간이 늘어나면 "우리 00이 뇌에서 변화가 생기고 있나봐!" "00이 뇌가 점점 더 집중력이 높아지는 고성능 뇌로 변하고 있네?" 하고 활짝 웃으며 칭찬을 해주세요.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아이는 '집중력이 높아지는 과정에 적극 참여하며 성공감을 맛보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 경험을 하며 '집중력 키우기' 자체에 자기 스스로 성공 경험이 있다고 반복적으로 인식하게 된 후에, 점차적으로 생활 속 다른 장면에서도 평소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집중을 더 잘하는 듯 느껴지면 활짝 웃으며 미소를 머금고 칭찬을 해주세요.


공부할 때가 아니어도 좋아요.

엄마와 일상 속 대화를 나눌 때에도 눈을 맞추고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으면 집중력이 높아진 것 같다며 긍정적 피드백을 주세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러한 마음이 학습의 장면에도 작동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믿어주고 기다려주시다가 아주 작은 변화라도 느껴지면 격하게 칭찬을 해주실 때, 그 효과는 훨씬 더 강력해질 겁니다.


김진*님!!!

대부분의 성인들은 자기 나름대로 '나는 ~~~ 한 사람이야.'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도 그래요. '나는 꼼꼼하지는 못하지만, 슬픔을 웃음으로 잘 극복해내는 사람이야.'라는 자기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대부분 성인들이 갖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의 80%이상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미쳤던 어른들의 반복적인 피드백이 축적되어 형성된 것이랍니다.


저같은 경우에도 '꼼꼼함'을 키울 수 있는 후천적 경험을 의식적으로 더 많이 해주고, 그를 통한 성취감을 더 많이 느꼈다면 제 스스로 '나는 꼼꼼한 사람이야.'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을지 몰라요.


그랬던 것처럼 김진*님의 아드님도  '나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이야.'라는 자기 정체성을 갖지 않고 '나는 스스로 노력해서 집중력을 키워낸 사람이야'라며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 자아상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으면 해요. ^^*


조금이나마 김진*님의 고민을 덜어드릴 수 있는 내용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남은 하루도 평온한 시간 되시길요!!!



 

                                                                                - 2024년 5월 6일, 브런치 작가 최은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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