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상담 9편- 자기중심적이고 배려심이 부족한 아이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여자 최은영의 개똥철학
보낸 사람 박*기(gee**park02@na**r.c...
받는 사람 최은영
2024년 5월 13일(월) 오전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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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화창한 봄날이 너무나 예쁜 5월, 하루하루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몇 주 전부터 우연히 선생님이 써주신 '엄마들의 고민 상담소' 글을 읽게 되었는데요, 여러 글들을 읽다 보니 제 스스로 '나는 우리 아이에 대해 어떤 고민을 갖고 있었을까' 한번 더 상기시켜 보게 되더라고요.
큰 고민거리는 아닐지 모르지만 저도 고민거리 하나를 털어놓아볼까 싶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딸, 외동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어요.
남들에 볼 때 저희 딸이 크게 문제가 될만한 행동을 하는 아이는 아니긴 한데요, 저희 아이가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좀 이기적인 면이 많아 보여서 고민이에요.
제가 저희 딸아이를 두고 처음으로 걱정이 많아졌던 건, 저희 아이가 친구들과 놀이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나서였어요. 저희 딸아이가 집에 초대받은 친구를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것 같더라고요.
친구가 자기 물건을 만지면 얼굴에 싫은 기색을 너무 티 나게 하고, 친구가 하는 이야기에 흥미가 없으면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을 안 하기도 하고 말이죠.
초대받는 딸 친구 엄마가 그 장면을 함께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저희 딸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순간적으로 제가 낯이 뜨거워지면서 딸 친구 엄마에게 미안해질 지경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 딸아이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걱정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되는 것 같아요.
딸아이 스스로도 교우관계가 자기 뜻대로 원만하게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고요. 제 생각에는 저희 아이가 좀 자기 중심성이 강하고 이기적인 편이라 친구들과의 관계도 서툰 게 아닌가 싶어요.
지난번 딸아이 반모임에 나갔을 때, 지나가는 말로 어떤 엄마가 "외동아이는 어쩔 수 없이 좀 이기적이더라."는 말을 스치듯이 했었는데, 그런 생각이야말로 쓸데없는 편견이지 싶다가도 저희 딸아이를 그런 시선으로 들 바라보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생겨나서 괴롭네요.
사실 허심탄회하게 말해서, 형제자매가 없는 외동이니 아무래도 제가 더 아이 한 명한테 맞춤형으로 신경을 잘 써주게 되니 딸아이가 특별히 무언가 양보하거나 싫어도 참아야 하는 상황을 많이 겪어보지는 못했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억지로 무언가를 양보할 해볼 수 있게 훈련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요?
근데 막상 아이가 곧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테고, 점점 커나가는 과정에서 괜스레 주변 사람들에게 이기적으로 보여서 미움을 받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긴 합니다.
외동이라 그런지 엄마인 제가 본인 하는 말을 건성으로 듣는 것 같거나 하면, 바로 토라진 기색을 하고 막무가내로 짜증이나 화를 내기도 해요.
선생님!
딸아이의 자기중심적 성향을 어떻게 하면 좀 배려심 있는 성향으로 바꿔줄 수 있을까요?
2024년 5월 13일 박*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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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기 님!!!
보내주신 사연 덕분에 오늘도 뜻깊은 이야기를 함께 나눠볼 기회가 생겼네요. ^^*
어른들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자기중심적' 성향이 매우 높아 보일 수밖에 없어요.
아시다시피 요즘은 혼인률과 출산율 모두 낮아지는 시대인지라, 각각의 집안마다 '아이들이 매우 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동인권 보호의 중요성을 높이 인식하는 세계적인 추세로 가정 내 부모의 체벌을 비롯한 모든 아동에 대한 체벌이 금지된 현 시국에서는 대다수의 어른들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존중하는 태도'로 대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 상처를 주고 부정적 자아개념을 유발할 수 있는 제반의 모든 언행은 하면 안 되는 거라고들 인식하고 계시지요. 그래서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헤아려 마음을 읽어주려고 애씁니다. 아이들에게 소위말하는 '꼰대' 취급을 받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어른들이 많아졌습니다.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주신 박*기 님도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최대한 아이를 존중하려 애쓰며 지내오셨을 거예요.
이렇게 많은 어른들이 아이를 존중하며, 사랑으로 대해주는 이 시대에 자라나는 아이 들인 만큼 좀 더 사랑스럽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채로 자라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의외로 많은 어른들이 보기에 요즘 아이들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배려심이 부족하게 보인다고들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박*기 님의 고민은 이 시대 어른들이 함께 공감하는 아이들에 대한 고민이기도 해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난 아이들이 점점 더 배려심이 부족해지는 것만 같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떤 이들은 요즘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지나치게 허용적인 태도로 양육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점점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태도로 자라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권위적인 부모상은 더 이상 이 시대적 정서 코드에 걸맞지 않으며, 민주적인 대화가 가능한 부모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세태를 반영하여 자녀에게 각자 그 나름의 노력을 해나가는 부모들에게...
아이들 마음 읽기를 너무 과도하게 하느라, 결국에는 아이를 버릇없이 키워낸 것 같다고 질타를 하기에는 무엇인가 좀 석연치 않은 마음이 들기만 합니다.
제 주관적인 의견이 반영된 것이지마는,
요즘 시대에 자라나는 아이들이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해지고 배려심이 부족해지는 원인 중 하나는 부모의 수용적 양육태도보다는 '인간관계에서도 손익계산과 실리추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문화적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기 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 많은 어른들은 본인 스스로의 자아상으로서도 '양보와 배려를 잘하는 사람'이 되길 원치 않을 겁니다. 본인은 배려를 잘해주는 친구나 지인과 어울리고 싶어도 자기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요?
만약에 나 혹은 내가 아끼는 가족이 배려와 양보를 잘하는 사람으로 주변인들에게 인식이 된다면, 사회생활을 하며 당연하게 배려를 요구당하거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까 봐 신경이 곤두서게 되지 않을까요?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각 개인은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방어기제로 '나 아닌 타인에 대한 친절과 관용 그리고 배려의 언행을 자동적으로 포기'하게 되는 겁니다.
각 가정마다 아이들이 귀해진 시대인 만큼, 아이들의 교우관계에도 하나하나 어른들이 직접 관심을 갖고 궁금해하며 개입을 하시려고 듭니다. 어른들의 감정을 아이들의 교우관계에 투사시켜 바라보기도 하고 말이지요.
언론을 통해 접한 학교폭력에 관한 사회적 이슈는 어른들의 불안감을 더욱 크게 증폭시키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아이, 우리 손자 손녀가 혹여나 다른 '못된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되는 건 아닐까 매우 민감하게 촉이 곤두서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서로들 원래 다투기도 하고 화해도 하면서 큰 거야. 친구가 너한테 뭐라고 해도 그냥 적당히 참아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려라.' 하고 말해줄 어른이 이 시대에 몇이나 남아 계실까요?
요즘은 친구의 무례함도 절대로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것이니, 단호하게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일러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냥 친구가 좀 표현이 서툴 수도 있으니 네가 먼저 친구에게 친절하게 이야기를 나눠주고, 양보하라 말해주는 어른들은 별로 없습니다.
이러한 이 시대 다수의 어른들 심리를 무의식적으로 알아차리는 아이들은 자연스레 아주 어린 나이부터 자기 실속을 잘 차릴 줄 아는 처세술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라나게 되는 것이지요.
이 시대 아이들이 자기중심적이고 배려심이 부족하게끔 부모들에게 교육받고 자라났다기보다는, 모든 관계 맺음에 있어 '실리와 실속 추구'를 중요시 여기느라 '배려와 양보'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시대를 버텨내는 어른들의 무의식적 언행이 다수의 아이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좀 더 주목해야 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어찌했건, 나 아닌 다른 낯선 타인들과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맺고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배려심이 필요한 딸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배려심을 키워줄 수 있을까요?
아이에게 모든 관계 맺음에 있어서 서로 간의 갈등을 피하고 최상의 관계 맺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으로서 '윈윈(win-win)의 협상 기술을 가르쳐 주시기를 제안해 봅니다.
어떤 관계건 일방적으로 한쪽이 양보하거나 희생하는 관계는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속될 수 없음을 인지시키고, 너와 나 모두가 함께 서로 좋은 방법이 무엇일지 그 방법을 찾아 상대방을 설득하도록 하는 대화의 기술을 연습시키는 것이 곧 아이에게 '자기 중심성'을 지키면서도 '타인 배려'의 윤리를 실현할 수 있는 조화로운 관계 기술을 터득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박*기 님이 딸아이에게 배려심을 키워주겠다는 의지로, 다른 친구들에게 더 많이 양보하라고 딸아이에게 조언을 준다고 한들 아이가 양보하고 배려하는 행위의 내적 기쁨을 충만하게 느끼기는 어려울 겁니다. 딸아이가 만나는 친구들의 각 개별적 성향이 어떠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지요.
그러니 차라리 앞서 설명드렸듯이 갈등 상황 안에서 상호 간에 '윈윈(win-win)'이 가능한 문제해결 방법과 아이디어를 발견한 후,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서 창의적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낼 수 있도록 딸아이를 독려해 주시길 바래요.
아이가 삶의 장면에서 부딪힌 관계적인 문제에 있어 '윈윈의 협상 기술'을 여러 번 연습해서 적용하다 보면, 다른 이들이 보기에도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느끼기에도 세련되고 배려심 있는 의사소통능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
실리추구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좀 더 멀리 바라보는 관점에서 너와 나 모두를 위하는 마음을 키워내는 지혜로움을 키워낼 수 있도록 어른들이 좀 더 현명한 대화를 나눠주셨으면 좋겠어요.
남은 하루도 평온한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