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싸울까 피할까(Fight or flight)

물리치료사의 몸 이야기(교감, 부교감 신경)

 처음 보는 사람이 점점 가까워진다. 어렴풋이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무리 자동차 사고가 났다지만 문득 상대방의 첫인상에서 좋지 못한 감정이 흘러 들어온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공격적인 발걸음. 점차 거리를 좁혀오는 이를 바라보니 심장 박동이 빨라짐을 느낀다. 손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얼굴은 상기된다. 다가오는 속도는 왜 점점 더 빨라지는지. 긴장감이 고조되며 몸이 뜨거워진다. 상대가 눈앞에 선 결전의 순간,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며 싸워야 하면서도 도망가고 싶은 양가적 마음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경험해 본 기분이라 생각한다. 앞서 예를 들어 이야기했던 상황과 같은 분쟁의 상황이 아닐지라도 어떠한 긴장의 순간이라면 언제라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긴장은 신체의 반응으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독특한 감정이다. 그렇다면 긴장하는 동안 몸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인간의 역사는 생존의 역사이다. 드넓은 자연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부족한 신체 능력을 보완할 어떤 능력이라도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 갑자기 생겨나는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빠르게 반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필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바로 교감, 부교감 신경이다. 특히나 교감 신경은 사귈 교(交)에 느낄 감(感)자를 사용하여 ‘서로 접촉하여 따라 움직이는 느낌’이라는 뜻을 품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신체적, 정서적 반응을 만들어 낸다. 더욱이 이 신경들에 있어서 주목할 점은 의식적 통제가 아닌 자동으로 반응하는 자율신경계에 속한다는 점이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본능과도 같다.

 교감 신경은 위협이나 긴장 상황에서 활성화 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서 몇 가지 반응을 보이게 된다. 심박수 및 호흡수의 증가, 골격근으로의 혈류량 증가, 각성으로 인한 인지 반응의 증가 등의 반응으로, 대표적으로 잠에서 깨어날 때 우리 몸에서 보이는 모습과 같다. 이처럼 교감 신경은 대체로 몸을 깨우는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이는 격렬한 상황이 되면 더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 낸다. 교감 신경이 위급 상황을 대처할 수 있도록 의식을 날카롭게 유지해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가 특정 상황에서 긴장을 유지한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결정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하나는 맞부딪혀 싸울 것인가, 아니면 피해갈 것인가. 본능에 의한 빠른 반응이 이런 판단을 가능케 한다. 싸울까 피할까를 결정한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 이를 보통 ‘투쟁 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action)’이라 하는데 자연에서의 투쟁을 넘어, 사회적 관계까지 요구되는 능력이다. 사람은 살아가다 보면 셀 수 없이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처럼 긴급한 사안들에 대해서 해결하거나 혹은 피해 가는 순간적인 빠른 결정이 고등한 인지 활동에 앞서는, 동물적 본능 이상의 사고 과정에 관여하게 된다. 그만큼 교감 신경의 발달은 인간의 발생에 있어 필연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어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이 생긴다. 삶의 집중력을 높여주기 위해 교감 신경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편이 유리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 먼저 대답하자면 정답은 ‘아니요’이다. 교감 신경이 일을 한다는 것은 어느정도 긴장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뜻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교감 신경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필요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모아준다. 하지만 한편으로 해결해야 할 상황으로 설정된 신체가 부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잠시 잊게 된다. 소화 기능이 떨어진다거나 통증이 감소 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상태가 장기화 된다는 이야기는 분명 문제 해결력은 높아질지 몰라도 신체 기능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포기하게 한다. 교감 신경 항진증과 같이 과도한 반응은 불면증이나 만성통증 같은 몸의 이상을 야기한다. 결국 이와 같은 상태는 병적인 상태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다른 능력이 바로 부교감 신경이다.

 부교감 신경은 교감 신경을 억누르는 역할로서 발생한 신경이다. 교감 신경의 핵심이 정신을 깨워 주는데 있다면 부교감 신경은 잠재우는데 있다. 이는 몸의 안정과 회복을 가능하게 해준다. 인체는 균형이 중요하다. 긴장 상태를 경험했다면 이완하는 시간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부교감 신경은 주로 수면 중에 활성화되며 항상성을 유지해 몸을 안정 상태로 유지 시켜준다. 세상에 나가 부딪혀야 할 수많은 사건 사고로부터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의 회복을 만들어 주는 점에서 현대인에게 특히나 중요한 기능이지 않을까 싶다.      


 언뜻 보면 별일이 아닌 듯한 순간에도 내 몸에서는 수없이 많은 결정이 행해진다. 할지 말지, 싸울지 피할지. 나의 안위와 안전을 위한 내적 투쟁이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라는 지휘체계에 맞춰 이루어진다. 비록 한 쪽의 과함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언제라도 살아남기 위한 기본적인 세팅은 누구나 되어 있다. 오늘 우리가 한 결정은 무엇이 있을까? 몸에서도 느끼지 못할 만큼의 사소한 결정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간순간의 투쟁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 이런 순간이 모여 자신을 만들어갈 것이다. 혹시라도 오늘의 자신이 싸우거나 혹은 피했다고 스스로의 선택을 자책하는 순간에 서 있지는 않은가? 조금만 더 자신을 믿어보자. 비록 당장은 이전의 선택에 후회할지 몰라도 몸은 본능적으로 택했을지 모른다. 생존을 위한 더 확실한 선택을 말이다.

이전 10화 사랑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