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대표주자인 페이스북이 흔들리고 있다.
개인 정보 유출 문제로 크게 한방 맞더니 그 여파로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 내의 회사 문화도 최근 이슈가 많이 되고 있다.
사실 최근까지도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 내에서 가장 선망받는 문화를 자랑하던 회사였는데 한순간에 이상한 문화를 가진 회사가 돼버렸다.
우버는 말할 것도 없다.
우버는 스타트업 중에서도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트업이고 역대급 기업 가치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동시에 역대급으로 잡음이 많은 회사이다.
회사의 근본의 의심될 만한 스캔들이 여러 번 이어졌고, 2017년엔 창립자이자 CEO였던 우버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Travis Kalanick도 스캔들 문제로 CEO 자리에서 쫓겨났다.
우버 다음으로 최근 실리콘밸리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위워크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공유 오피스(코워킹 스페이스)라는 비즈니스로 무섭게 성장을 해서 2019년도에만 해서 IPO를 통해 그야말로 승승장구 홈런을 칠 것만 같았지만 IPO를 준비하면서 실상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애덤 뉴먼은 사임당하고 IPO도 실패로 돌아갔다.
거기에 실리콘밸리에서 발생한 묻지 마 투자의 실상을 보여준 실리콘밸리 바이오 테크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테라노스 (Theranos).
한 방울의 혈액으로 200가지가 넘는 검사를 할 수 있는 기술로 한때 10조 ($9 billion)가 넘는 기업 가치 평가를 받으며 의료 진단 산업 전반으로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 기대를 모았지만 희대의 사기 기업으로 전락해 폐업 수순을 밟았다.
20억 명이 넘는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2018년 3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Cambridge Analytica) 스캔들로 불리는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을 통해 8000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이 되고 남용이 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페이스북은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연달아 터진다.
같은 해 11월에는 ‘View as’ 기능의 버그로 인해서 5000만 명의 이용자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터졌고, 같은 해 12월에는 외부 개발자들에게 700만 명의 페이스북 이용자 사진들이 유출되는 사건도 연달아 터졌다.
같은 달에는 페이스북과 파트너십을 맺은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아마존 등의 회사들에게 이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 메시지나 친구 정보 등을 제공한 사실이 공개됐다.
왜 갑자기 이런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일까?
아마도 갑자기 2018년에만 이런 문제들이 생겨나진 않았을 것이다.
외부로 공개가 안 됐을 뿐 내부에선 아마 계속 이런 문제가 생겼고 계속 고쳐나가는 식으로 해결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페이스북의 만트라 (mantra)라고 불리는 ‘Move fast and break things’라는 문구에도 나오듯이 페이스북은 소프트웨어 버그나 소프트웨어 개발 중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 관대했다.
오히려 문제가 안 생기면 회사가 충분히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문제가 생기는걸 두려워하지 말고 빠르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에 무게를 뒀다.
솔직히 개발자 입장에선 이보다 좋은 회사의 지원이 있을 수가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데 잘못되거나 문제가 생길 거에 대한 부담이 없이 일을 할 수 있어서 효율성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한 스타트업들에게 최적의 회사 문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20억 명의 개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이 가지고 있는 정신이라고 하기엔 유저의 입장에서 보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단순히 페이스북 기능 중에 하나가 고장 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페이스북 수많은 유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장에만 집중한 탓에 발생하는 부작용들이 이제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추후에 ‘Move Fast and Break Things’에서 ‘Move Fast With Stable Infra’로 회사의 개발 모토를 바꿨다.
즉, 버그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관대했던 문화를 버리고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을 기반으로 한 성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회사 대표가 모토가 되는 문구만 A에서 B로 바꾼다고 해서 회사 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페이스북의 경우엔 ‘Move fast and break things’가 IPO 서류에도 등장할 만큼 회사의 뿌리부터 자리 잡은 회사의 문화이고 회사 사무실 곳곳에 포스터로 붙여 있을 정도로 회사 전반적으로 자리 잡혀있어 갑자기 문화를 바꾸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회사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드는 것을 특히나 중요시하고 페이스북은 그중에서도 표본이 되어왔던 회사였다.
그만큼 페이스북의 문화는 회사의 성장과 함께 오랜 시간을 거쳐 자리 잡힌 만큼 문화를 바꾸는 일을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라 예상이 된다.
여기에 더해서 회사의 근간이 되는 문화가 흔들리니까 그동안 다른 스타트업의 교과서처럼 여겨졌던 페이스북의 다른 부분들까지 재평가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최고의 인재들을 고용해서 경쟁적인 환경에서 속에서 회사의 성장을 도모했다.
직원들을 경쟁시킴으로써 회사는 ‘Move fast’라는 미션을 잘 수행할 수 있었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척 문화
‘행복한 척, 잘하는 척, 쿨한 척’
잘못된 걸 잘못됐다 말을 못 하고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는데 자기 밥그릇 챙기느라 문제없는 척하느라 장기적 안목을 버리고 눈앞에 놓인 개개인의 성과가 중심이 되어 버린 안 좋은 결과를 낳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서 Glassdoor 설문조사에서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뽑혔던 점을 생각하면 조금 아이러니하다.
경쟁적인 근무 환경에 맞는 스택 랭킹 (Stack Ranking) 인사 평가 방식도 적용하고 있어서 승진을 하려면 직원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이는 인사 평가를 받을 때 평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는데 주력을 하도록 하고 보여주기에 급급한 방향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을 야기시킨다.
이유는 단순하다.
인사 고과 평가를 할 때 매니저들이 모여서 줄 세우기를 할 때 내가 했던 혹은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가시성이 좋아야 나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일을 매니저도 자세히 알기 힘든데 다른 매니저들이 자세한 내용을 알리 없다.
때문에 가시성 (Visibility) 즉 남들이 다 알 만한 프로젝트를 하는 게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모두가 영향력 있는 프로젝트에 목을 맨다.
하지만 회사를 다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모두가 다 그럴싸한 일만 찾아서 한다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회사 일이라는 게 내가 흥미 있고 재미있는 일만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가시성이 없어도 그리고 재미가 없는 일이라도 필요하다면 누군가는 해야 한다.
시스템을 더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 보수 보강 일도 해야 하고 테스트도 항상 잘 구축 해 놓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비해 가시성이 떨어진다고 저평가가 된다면 회사의 미래가 밝을 리가 없다.
물론 페이스북이 하루아침에 기울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일련의 일들이 페이스북 창립이래 가장 큰 위기이고 이런 위기에 어떤 대응을 하는지에 따라 회사의 장기적 미래가 달린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의 상징이 되어왔던 페이스북인 만큼 이러한 위기들이 실리콘밸리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페이스북을 교과서 삼아 성장한 스타트업들도 많이 있고 페이스북 출신 직원들이 다른 회사에 가서 자연스럽게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전파되어 오고 있었기 때문에 페이스북의 위기가 단순히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회사들 중의 한 회사가 겪고 있는 위기가 아니라 실리콘밸리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기로 여겨지는 것이다.
2009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립된 우버는 전 세계에 공유 경제의 붐을 일으킨 승차 공유 (Ride Sharing), 즉 일반인들이 차량을 공유해서 라이드를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송 네트워크 스타트업 회사이다.
창립 후 10년이 지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라이드 셰어링이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아서 사람들의 생활 패턴까지 바꿔 놓을 정도로 우버가 현세대에 준 파급력은 엄청나다.
우버를 단순히 택시 회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버의 영역은 택시의 전반적인 산업을 파괴 혁신 (Disruptive Innovation) 한 것을 넘어서 우버 이츠 (Uber Eats)로 음식 배달 서비스로 확장을 하고, 자율주행차 영역은 우버의 미래로 여겨질 만큼 자율주행차 영역에서도 테슬라 , 구글과 함께 자율주행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카풀, 화물, 헬스케어 등까지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도 보이고 있다.
우버는 2019년도에 창업한 지 10년 만에 $90B (약 100조 원)의 시가 총액을 받아서 IPO에 성공했다.
이는 270조 원의 기업가치를 가진 삼성을 제외하곤 우리나라 기업 중에 100조 원이 넘는 기업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기업 시가 총액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성장에 상응하듯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스타트업을 뽑으라면 단연 우버가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논란이 많았던 스타트업을 뽑으라고 해도 우버가 단연 1등이다.
2014년엔 런던, 파리, 베를린 등의 유럽 도시에서 우버에 반대하는 택시 노조의 파업이 있었고,
한국에도 비슷한 시기에 서울시에서 우버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마찰이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우버가 진출하는 세계 각국의 택시 관련 법률과 충돌해 불법 논란이 아직도 끊이질 않고 있다.
당시엔 새로 등장한 개념의 서비스라 여러 나라의 도시마다 있는 규제와 법에 교묘하게 피해 가지만 엄밀이 따지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전에 없던 서비스나 기술이 각각 다른 규제와 법을 가지고 있는 여러 나라, 여러 도시에 들어가면서 겪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마찰이라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버의 문제는 단순히 이런 외부적인 법률적 규제의 의한 마찰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들을 일으키면서 성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7년도에 동시 다발적으로 문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문제들이 수면으로 드러났다.
2월 19일: 우버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수잔 파울러 (Susan Fowler)가 블로그에 사내 성희롱 문제와 성차별 문제를 올리면서 우버 회사 내의 문제들이 밖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2월 23일: 구글에서 분사된 자율 주행차 회사인 웨이모 (Waymo)로 부터 불법 기술 유출로 고소를 당했다.
3월 1일: 우버의 창업자이자 CEO인 트래비스 칼라닉 (Travis Kalanick)이 우버 운전자에게서 막말을 하는 동영상이 퍼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3월 3일: 우버가 여러 국가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그래이 볼(Greyball)이란 소프트웨어 툴을 이용해서 단속 공무원을 식별해 피해 가는 방식으로 불법으로 서비스를 운영한 것이 적발이 됐다.
3월 24일: CEO 트래비스 칼라닉 가 한국을 방문해 회사 간부들과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가라오케에 출입한 것이 적발이 됐다.
4월 13일: 우버의 비밀 프로그램인 헬 (Hell)이 경쟁자인 리프트 (Lyft)를 스파이 하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6월 21일: 트래비스 칼라닉이 CEO 자리에서 쫓겨났다.
11월 21일: 2016년 10월에 57 밀리언 (570억) 명의 우버 유저와 운전자들의 정보가 해킹당해서 빠져나갔는데 문제는 우버가 해커들에게 1억 원 정도를 주고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이게 다 2017년 한 해에만 우버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여성 엔지니어가 사내의 만연한 성희롱과 성차별 문화를 고발했지만 회사에선 묵살했고,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서 허위 호출로 골탕 먹이는 어이없는 짓을 하다가 적발이 됐고, 불법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우버 앱을 지운 유저들의 정보를 몰래 추적하거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이용하는 일까지 벌이고, 한국에 와서는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가라오케까지 가서 구설에 오르는 등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이게 비단 2017년도에만 유난히 문제가 많았던 것이라기보다 2017년도에 전 직원의 폭로로, 조사가 나오면서 단속에 걸려서 정보가 ‘새어나가면서' 공개가 됐다.
우버처럼 창업자의 영향력이 큰 스타트업에서 창업자의 도덕적 혹은 근본적인 문제점들까지 회사 문화에 녹아들고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반영이 되면서 이런 문제들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017년에 외부로 노출이 된 일련의 사건들은 우버라는 회사가 지금까지 어떻게 성장 해왔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사건들이었다.
사건 하나하나 웬만한 스타트업이면 크게 흔들릴 만큼 큰 문제들이었지만 우버는 사실 이 모든 사건 사고들 속에서도 건재했다.
한때 #DeleteUber라는 캠페인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퍼지면서 우버의 이용자들이 많이 다른 경쟁사 서비스로 빠져나가는 일도 있었지만 사실 전체 이용자를 보면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우버 서비스 이용자들은 이런 회사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합리적인 가격과 원하는 서비스만 제공받을 수 있다면 대부분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는 크게 신경을 안 쓰는 것도 사실이다.
우버는 우버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트래비스 칼라닉을 CEO 자리에서 내쫓고 새로운 CEO가 오면서 우버는 이미지 쇄신과 회사 전반적인 문화의 개선을 시도하면서 2019년까지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을 하면서 100조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상장하였다.
성장만 잘하면 그 과정과 방법은 문제가 되지 않는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위워크는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대표적인 사무실 공유 업체이다.
기본 아이디어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건물을 층단 위로 장기 계약으로 임대해 싼 가격에 사무실 공간을 임대한 후 위워크의 문화, 테마에 맞게 꾸미고 웃돈을 얻어 재임대를 통해 수익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탄생하였다.
유연하고 유동적인 사무실 임대와 더불어 입주사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서 많은 스타트업들의 초기 사무실 공간이 되어왔고 미국 외에도 전 세계 여러 나라들에 진출해서 지난 10년간 엄청난 성장을 하였다.
기존 테크 스타트업들과는 조금은 동떨어져 보이는 부동산 임대 사업이지만 공유경제 붐을 타고 대표적인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자리 잡았다.
* 유니콘 스타트업: 전설 속 동물 '유니콘'에 빗대어 전설 속에나 존재할 법한 희귀한 스타트업이라는 의미로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1 billion)를 넘는 스타트 업을 일컫는 용어이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위워크의 위기는 기업공개 (IPO, Initial public offering)를 준비하면서 왔다.
IPO 때문에 위기가 왔다기보다 기업 상장 서류를 제출을 하면서 실제 실적 정보가 공개가 되면서 실상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특히나 2018년 매출 18억 달러에 19 억 달러의 손실을 낸 실적은 가희 충격적이었다.
이는 마치 만원을 벌기 위해 2만 원을 지출해 손해 보는 장사를 하면서 매출을 늘린 거나 마찬가지라 겉으로 매출만 보면 고속성장했지만 수익성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는 아직 멀어 보였다.
아니 수익은커녕 엄청난 적자를 내면서 이루어낸 ‘성장’이기 때문에 비즈니스는 커질 대로 커졌지만 지금으로썬 수익성이 거의 불가능해 보일 정도였다.
결국 위워크는 2019년 9월 수익성의 우려가 커지며 기업공개를 철회했다.
이로 인해 기업 가치는 $47 billion (약 470억 달러)에서 $10 - $15 billion (약 100억 - 150억 달러)로 3분의 1 토막이 나면서 곤두박질쳤다.
이제는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신용평가사로부터는 신용등급이 부적격 등급인 정크 수준으로 메겨지면서 파산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때 ‘부동산계의 우버'로 불리면서 승승장구하던 위워크이지만 이번 기업 상장 서류 제출 후 소위 말하는 요즘 잘 나가는 유니콘 스타트업 기업의 거품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와 더불러 창업자이자 CEO인 아담 노이만(Adam Neumann)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기업 의사결정 구조와 각종 구설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이만은 지주회사를 통해서 ‘We’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위 어크가 라이선스를 구매하도록 해 590만 달러 (약 81억 원)을 챙긴 것이 드러나고 그 외에도 그의 가족들이 회사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위워크의 추락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아직 추락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 성장하고 있는 줄만 알았던 대표 유니콘 스타트업의 민낯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매년 어마어마한 손실을 내고 있는 회사에 $47 billion이라는 거품이 낄 대로 낀 가치를 매겨가면서 투자를 하고 있는 벤처캐피털들의 문제점도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수익은 뒤로한 채 가파른 성장 곡선을 만들어서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하던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의 거품 낀 기업 가치의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워크뿐만 아니라 최근 상장을 한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유니콘 스타트업들은 수익은 내지 못하는 몸집만 불린 기업들이 돼서 위기를 맞고 있다.
2015년에 실리콘밸리의 경종을 크게 울릴만한 사건이 터졌다.
한때 기업가치 10조 원까지 치솟았던 유망했던 실리콘밸리 바이오테크 유니콘 스타트업 테라노스가 2015년 10월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 기자에 의해 그동안의 사기에 가까운 행각들로 회사를 키워온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기사로 인해 희대의 사기극으로 밝혀지면서 10조 원이 었던 회사 가치가 하루아침에 0원이 돼버렸다.
어떻게 된 일일까?
우선 회사의 탄생 비화를 보면 테라노스는 엘리자베스 홈스(Elizabeth Holmes)가 대학교 1학년 19살에 학교 근처 월세 방에서 고안 해 낸 아이디어로 2003년에 창업을 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이다.
테라노스라는 회사의 이름은 Therapy와 Diagnosis를 조합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홈즈는 스탠퍼드에서 화학 공학을 전공하였는데 대학을 다니는 동안 알았던 스탠퍼드 대학교의 교수 중 한 명을 찾아가 자신의 회사로 영입에 성공을 한다.
그 후 의료용 웨어러블 기기로 특허를 내고 다음 학기에 대학을 자퇴하면서 테라노스 회사 일에 매진하게 된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굉장히 심플하다.
‘피 한 방울로 수백 가지의 혈액검사를 할 수 있다’
혈관에서 피를 뽑는 대신에 손가락 끝을 바늘로 살짝 찔러서 나오는 몇 방울의 피로 200가지가 넘는 혈액 검사가 가능하다는 아이디어였다.
여느 공상 과학 영화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장면이다.
손가락 만한 굵기의 주사기로 그것도 여러 번 채혈을 해야 하는 현존하는 혈액 검사 시술에 비해 1/100에서 1/1000까지의 극소량의 피로 훨씬 더 낮은 가격으로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물론 현 의학으로는 불가능한 아이디어였다.
현재의 기술로는 극소량의 피로는 정확한 혈액 검사 결과를 낼 수 없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홈즈는 이를 현실로 실현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한지 몇 방울의 피로 250가지가 넘는 혈액 검사를 정확히 할 수 있다니 의료 업계의 전문가들에게는 믿기 힘든 이야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의학 분야도 드디어 혁신하고 발전하는구나!’라는 단순한 희망으로 믿음직할 만한 아이디어였고 더 혁신적으로 다가왔다.
홈즈는 재계 인맥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이용해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유명한 투자자 한 명에게서 큰돈을 투자받게 되자 그다음부터는 어렵지 않게 돈을 투자받을 수 있었다.
테라노스는 창업한 지 2년도 채 안 돼서 330억 원의 기업가치로 약 66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6년엔 50억 원, 2010년엔 1조가 넘는 기업가지로 50억 원을 추가로 투자를 받는다.
이후 2012년엔 세이프웨이(Safeway)와 월그린(Wallgreen)과 파트너십 계약을 따내는 등 말 그대로 승승장구였다.
이쯤 되니 아무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 투자받은 돈이 2014년도까지 약 44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기업 가치 10조 원에 도달한다.
테라노스가 큰 투자를 받게 되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하고 테크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포츈 (Fortune), 포브스 (Forbes) 커버에 등장하고 테드 토크 (TED Talk)에 나와서 테라노스를 소개하고 중국 대표 기업인 알리바바의 CEO 백마와 함께 전 미 대통령 빌 클린턴의 토크쇼에 나오기도 하였다.
어마어마한 투자의 힘을 입어 홈즈는 한때 자산이 5조의 세계에서 가장 어린 자수성가 여성 빌리어네어가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테라노스는 의학계에 혁신을 일으키고 엘리자베스 홈즈는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서 21세기의 혁신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당장 내일이라도 더 이상 혈관으로 채혈을 하는 시대는 막을 내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2014년에 WSJ로부터 놀라운 폭로가 터졌다.
의학계의 혁신을 가져올 것만 같았던 테라노스가 온갖 거짓과 사기로 가득했던 것이다.
몇 방울의 피로 250가지가 넘는 검사를 할 수 있다는 테라노스의 기술은 10가지도 채 못 하고 그마저도 정확하지가 않았다.
당장이라도 미국 전역 세이프웨이, 월그린에 테라노스의 혈액검사 기기인 ‘에디슨’이 들어와서 혈액 검사의 한 획을 그을 것만 같았는데 에디슨은 애당초 작동이 할 수 없는 기기였다.
한마디로 사기였다.
검증되지 않은 기기를 배포해서 시범 단계에서 에디슨을 이용해서 혈액 검사를 한 테스트 사용자들은 부정확한 검사 결과에 큰 고충을 겪기도 했다.
이게 왜 큰 문제가 되는지 간단하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정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해야 하는 암 환자들의 경우엔 혈액 검사를 통해서 암 치료의 경과를 체크하고 필요한 약의 수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들에겐 한 번의 잘 못 된 결과가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위험하고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망상가 한 명이 미국 전역을 기만하고 실리콘밸리를 속여서 있지도 않은 기술로 40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받고 10조짜리 회사를 만들게 된 것이다.
진짜 말 그대로 희대의 사기꾼이 실리콘밸리에서 나왔다.
어떻게 의료 기술에 대한 증명도 없이 이 많은 돈을 투자받으면서 회사를 키울 수 있던 것일까?
그것도 다른 분야도 아닌 오랜 연구와 끊임없는 실험을 필요로 하는 의료 분야에서 말이다.
우선 홈즈는 테라노스의 기술과 회사 내의 정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투자자들에게 조차 전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테스트를 요구할 땐 거짓된 정보와 사기에 가까운 기술로 투자자들을 속였다.
테라노스의 의료 기기인 에디슨이 제대로 된 검사 결과를 주지 못 하자 경쟁사의 의료 기기를 가져와서 몰라 테스트를 돌려서 이를 이용해서 결과를 보내기도 했다.
월그린과의 계약 체결할 때에도 현장 테스트를 하며 피를 뽑아서 점심 먹으러 간 사이에 몰래 다른 기기로 혈액 검사를 해서 제출하는 식으로 빠져나갔다.
회사 내에서도 비밀스러운 문화를 만들어서 의문의 제기하는 직원들이 다 해고를 하고 기밀 유치를 빌미로 직원들을 고소를 하면서 회사 내의 비밀을 유지했다.
홈즈는 애플 스티브 잡스를 벤치마킹하는 행보를 주로 보였는데 회사의 철저한 비밀 유지하는 일뿐만 아니라 스티브 잡스가 즐겨 입었던 까만 터틀넥을 따라서 즐겨 입기 시작했고 심지어 자신의 오피스 가구도 그를 따라 하기 꾸미기 시작했다.
홈즈는 목소리마저 굵고 낮은 음성으로 변조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대중에 비춰지는 자신의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홈즈의 뒤에는 홈즈의 남자 친구였던 테라노스 COO로 있던 서니 발 와니 (Ramesh Sunny Balwani)가 있었다.
서니는 닷컴 버블이 터지기 전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성공으로 큰돈을 벌었던 밀리어네어였다.
홈즈는 스탠퍼드를 자퇴했던 19살 때 20살 연상의 서니와 연인 사이가 돼서 이후 의료 업계에선 경험이 전무했던 발 와니를 테라노스 COO 자리에 앉히고 회사를 설립 후 10년 동안 이런 식으로 회사를 키우면서 사기극을 벌이고 있었다.
회사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몇 방울의 혈액으로 250가지의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기술력을 거짓이었고 10가지의 테스트로 제대로 못 하였다.
가짜 기술을 숨기기 위해서 그 뒤에서는 검사 결과 조작과 범법 행위를 벌이고 있었다.
물론 홈즈도 처음에는 의료계의 혁신을 꿈꾸며 자신의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의료 분야 기술의 혁신이 녹록하지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하자 가짜 테스트 결과와 거짓말로 허풍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 후는 뻔한 결말이다.
거짓말을 막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되고 결국 사기 행각이 발각된 것이다.
간단히 요약해서 말하자면 한 젊은 창업자가 대학교 1학년 때들은 화학 수업 하나를 듣고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특허를 신청하고 그 특허를 들고 회사를 차린 건 데 실리콘밸리에서 10년 만에 10조짜리 회사로 키운 것이다.
엄청난 돈이 투자됐지만 사실 이는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은 채로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나왔다며 열광하면서 묻지 마 투자 식으로 투자자들이 돈을 쏟아부은 탓이다.
누굴 탓하겠는가
실리콘밸리의 잘못된 투자 방식이 낳은 결과이고 투자자들 또한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 발생한 결과이다.
아무리 사기를 교묘하게 잘 쳤다고 해도 한두 푼도 아니고 7000억이란 돈이 거의 사기에 가까운 회사에 말 그대로 쏟아 부어졌던 것이다.
엄청나면서도 실리콘밸리의 커다란 허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