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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CC Apr 29. 2020

한계가 보이는 실리콘밸리의 인사 채용

인재 채용 방식

실리콘밸리엔 공개채용이 없다?

우선 팩트 체크 먼저 하자면 사실 한국의 공개채용 방법처럼 한날한시에 모여서 시험과 면접을 치르고 등수를 매겨서 1등부터 xxx 등까지 뽑는 식의 방식은 한국이나 일본 기업들에만 있는 독특한 인사 채용 방법이라 실리콘밸리에 그런 방식의 인사 채용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항상 상시 채용을 하는 걸로 알려진 실리콘밸리 회사들도 신입 사원들이 들어오는 시기는 대학들 졸업 시기에 맞춰져서 정해져 있다. 

다만 인사 채용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우선 회사로 지원자들을 한날한시에 불러 모으는 게 아니라 회사가 직접 학교를 찾아서 지원자들을 만나러 간다. 

회사들마다 대학들을 선별해서 인재 채용을 위해 취업 박람회 (Career Fair) 같은 행사를 통해서 회사 소개도 하고 인재 채용의 채널을 열어 놓는다.

경우에 따라 학교에 1주일 동안 머물면서 채용 면접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을 해서 최종 오퍼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1차 면접만 학교에서 진행한 후에 최종 면접은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로 초대해서 진행을 한다.

이런 식으로 대졸 신입 채용이 진행이 되다 보니 대부분 대학 졸업하기 전에 취업이 결정이 난다.

회사들도 대졸 신입을 뽑을 수 있는 시기와 채용 인원 수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대학 졸업 시기 전후로만 대졸 신입 사원의 채용이 진행이 되고 그 후로는 대졸 채용은 좀처럼 보기 힘들어서 대졸 신입에 한해서는 상시 채용이라고 부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물론 경력 사원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100% 수시/상시 채용이다.

팀이 미리 정해지지 않고 회사 레벨로 채용을 하는 경우엔 100% 상시 채용이고 팀 단위로 채용을 하는 경우에는 팀에 추가 인원이 필요한 경우에만 채용이 진행이 돼서 수시 채용에 가깝다.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등의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인재 채용을 해서 부트캠프 프로그램을 통해서 신입 직원들에게 팀 선택에 자유를 준다.

신입 직원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인재 채용 방식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원한다고 아무 팀이나 다 갈 수는 없다. 

팀마다 분기 별로 고용 가능한 인원이 있는데 그 인원 수가 다 차면 새로 들어온 직원이 가서 싶어도 갈 수가 없다. 

그리고 해드 카운트 (Head Count)가 있는 팀들에서도 아무나 다 받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선별 과정을 통해서 원하는 직원을 선택해서 뽑는 식이다.

신입 직원들은 부트캠프가 끝나기 전엔 무조건 팀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운이 나쁘면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팀에 들어가게 될 수도 있다. 

일단 한 팀에 소속이 되면 보통 적어도 1년 동안은 그 팀에 속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부트캠프 기간 동안 팀 선택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방식의 인재 채용에서 가장 큰 위험성은 직원들이 인기 있는 부서들에만 몰릴 수 있다는 점인데 그 때문인지 회사 단위에서 팀 단위로 고용을 하는 쪽으로 전향하거나 회사에서 직접 팀 매칭을 해 주는 쪽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인재 채용 절차

실리콘밸리의 인재 채용 절차는 뭐가 다른가 자세히 들여다보겠다. 

우선 입사 지원

입사 지원에 필요한 개인 정보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정도와 이력서 한 장이면 충분하다. 

자기소개서나 기타 자격증, 봉사 활동 같은 정보는 웬만해서 필요 없다. 

엔지니어의 경우엔 이력서도 보통 1장이면 충분하다. 

필요에 따라 그 이상의 이력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지난 11년 동안 내 이력서는 1장을 넘어본 적이 없다. 

경력이 쌓이면서 쓸 내용이 많아져도 보통 가장 최근 이력만 자세히 기제하고 나머지는 최소한으로 줄인다.

내 이력서만 해도 그동안 일 했던 회사들만 4개가 되고 리서치 경력, 대학교 정보까지 넣었는데도 아직도 1장이면 충분하다. 


입사 지원 후에는 서류 절차가 이어진다. 

지원한 회사의 리크루팅 팀으로부터 이력서 선별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만약 직원의 추천을 통해서 지원이 이루어졌다면 이력서 선별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면접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 지원의 경우에는 대부분 이 서류 절차를 거친다. 

서류에 들어가는 내용이 간단하기 때문에 이 서류 절차도 굉장히 간단하다. 

지원한 포지션에 필요조건만 다 충족한다면 대부분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서류 절차를 통과하고 나면 전화 기술 면접(Technical Phone Screen Interview)이 이어진다. 

보통 전화 기술 면접으로 넘어가기 전에 리크루터와 전화 통화를 먼저 하는데 이는 인터뷰라기 보단 리크루터가 지원자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얻고 전화 인터뷰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전화 면접에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경우엔 주로 알고리즘 문제를 푸는 코딩 면접을 보게 된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온라인 코딩 툴을 이용해서 45분 주어진 시간 내로 문제를 풀고 코딩으로 구현해 내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전화 인터뷰는 상황에 따라 2차 전화 인터뷰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전화 면접에 통과하게 되면 최종면접인 온사이트 면접 (Onsite Interview)에 초청받게 된다. 

온사이트 면접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경우엔 보통 4-6개의 1:1 혹은 1:2의 면접이 하루 동안 스케줄이 돼서 진행이 된다. 

인터뷰 구성은 알고리즘, 시스템 디자인이 주로 이루어지고 인터뷰당 할당되는 시간은 45분이 주어진다. 

이렇게 하면 인재 채용을 위한 인터뷰 과정을 모두 끝난다. 

적게는 5개, 많게는 7개의 인터뷰를 통과하면 취직 혹은 이직을 할 수 있다.


인재 채용의 한계

앞서 얘기했던 바와 같이 실리콘밸리의 인재 채용의 방식은 굉장히 실용적이다. 

불필요한 과정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단기간에 필요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최적화는 되어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들도 분명히 있다. 

회사들도 부작용에서 오는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보다 더 나은 방식을 찾지 못해서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우선 인터뷰가 지나치게 주관적이다.

1:1로 대부분 진행이 되고 인터뷰어의 주관적인 의견이 지나치게 많이 반영이 된다.

인터뷰에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명확한 평가 기준이 안 잡혀 있다 보니 난이도 조절도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터뷰는 복불복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회사들이 인터뷰 문제는 전적으로 인터뷰어들에게 맡기다 보니 난이도도 들쭉날쭉하고 복불복 성향의 인터뷰를 만들어낸다. 

인터뷰가 복불복이라는 말은 형평성이 떨어지는 것이고 일관성 있는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인터뷰 문제들을 회사에서 미리 정해주고 인터뷰의 평가 기준도 어느 정도 잡아주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지만 의도치 않은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회사 인터뷰 문제들이 유출이 되고 ‘족보’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회사별 인터뷰 문제들을 찾으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심지어는 이를 이용해서  인터뷰 문제를 모아서 돈을 받고 파는 회사도 있을 정도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한동안 획기적이고 실용적인 인터뷰 프로세스라 여겨졌지만 이젠 테크 회사들은 인터뷰가 주는 변별력은 예전만 못 한 것 또한 사실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인터뷰 프로세스는 이제 다시 한번 갈아엎을 때가 됐다.

물론 여전히 인터뷰 프로세스 개선에 꾸준히 힘을 쓰고 인터뷰 문제들의 다양성을 꾸준히 연구하는 회사들이 아직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미 정형화된 인터뷰 프로세스를 따른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회사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대부분 상시 채용을 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회사들에 들어오는 인터뷰 수가 엄청나서 인터뷰어 입장에서도 바쁠 때는 일주일에 2-3개 정도의 인터뷰를 매주 해야 할 정도로 인터뷰가 많이 들어오는데 인터뷰에 소요되는 시간이 만만치가 않다. 

바쁜 업무에 추가적으로 주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부담도 상당히 크고 인터뷰 질문에 시간을 투자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대졸 신입 직원들까지도 몇 번의 트레이닝만 거치고 바로 인터뷰어로 투입될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인터뷰어들은 현실상 기존에 있는 문제 중에 몇 문제를 골라서 매번 같은 문제를 물어보는 게 보통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자신도 인터뷰에 시간을 크게 할애하지 못한다.

인터뷰의 수도 상당히 많은 데다가 매번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인터뷰 문제에 신경 쓰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인터뷰가 복불복이 되고 인터뷰 문제 족보가 돌면서 족보를 이용해서 회사에 입사하는 직원들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한계가 확실히 드러났다. 

나도 인터뷰어의 입장에서 많은 수의 인터뷰를 해보았지만 이제는 지원자가 유출된 문제를 이미 보고 왔다는 것을 가정하고 인터뷰를 봐야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물론 쉽지 않은 문제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동안의 인재 채용 과정과 인터뷰 방식의 한계가 온 것 또한 확실해 보인다. 

회사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충분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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