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붐 이후로 또 한 번 전성기를 맞고 있는 실리콘밸리와 함께 대학교에서는 컴퓨터 공학이 가장 선호하는 전공이 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직업이 최고의 인기 직종이 되었다.
*닷컴 붐(dot-com boom) 혹은 닷컴 버블(dot-com bubble):1995년부터 2000년에 걸쳐 갓 생겨난 인터넷 산업이 각광받으면서 인터넷 관련 분야가 폭풍 성장하게 되는데 그에 따라 인터넷 산업 국가의 주식 시장이 지분 가격의 급속한 상승한 현상이다. 하지만 당시의 현실은 인터넷 기술이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이상을 따라잡지 못했고 결국 2000년 말에는 대부분의 닷 컴 회사들이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붐보다는 버블로 끝나게 되었다.
이젠 실리콘밸리를 넘어 미국 내에서 엘에이, 시애틀, 뉴욕, 텍사스 등으로 여러 테크 도시들이 생겨날 정도로 테크 회사들의 호황은 계속되고 있고 성장이 이어지면서 테크 회사들끼리 인재 영입 경쟁을 해야 할 만큼 엔지니어 몸값도 매년 수직상승 중이다.
미국 안팎으로부터 실리콘밸리로, 또 여러 테크 도시들로 끊임없이 인재들이 영입이 되고 새로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인재들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한참 부족한 상황이다.
그리고 요즘엔 이 부족한 수요를 채워주기 위한 테크 인재 양성 기관들이 미국 내 여러 도시들에 생겨났다.
컴퓨터 공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테크 업계 직종으로 직군을 바꾸거나 첫 진입을 도와주는 교육 기관인데 우리나라에 있는 컴퓨터 학원과 비슷한 개념으로 6개월에서 1년 동안 집중 교육 프로그램들을 통해 실무에서 필요한 관련 기술들을 단기간에 집중 교육시키고 테크 회사로 취업을 도와준다.
실제로도 정식 대학교가 아닌 이런 사설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단기로 교육을 받고 테크 업계로 유입되는 인력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사실 6개월 교육만으로 직업을 바꾸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지만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의 진입 장벽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상 중의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려면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 전공의 학사 학위 이상이 기본적으로 요구됐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학위 상관없이 독학이나 학원을 통해서 기술을 습득하고 실력을 키워서 증명을 해 낼 수 있으면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열리고 이는 것이다.
실제로도 주변에서 전공/학교에 상관없이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직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다.
진입 장벽이 낮아질 수 있었던 데에는 양질의 온라인 동영상 강의나 교육 자료들이 점점 많이 생겨난 것도 물론 크지만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필요한 프로그래밍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이를 지원해주는 자동화 툴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프로그래밍을 하는 게 점점 쉬워지게 된 것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요즘에는 어린아이들도 블록을 이용해서 코딩을 게임처럼 하면서 배우기 시작할 정도이다.
몇 년 전 참가했던 WWDC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라는 애플이 주체하는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어린 친구가 와서 자기가 만든 게임이라면서 앱을 열정이 넘치게 설명하던 모습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다.
그만큼 굳이 어렵고 복잡한 기계어로 된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히지 않아도 비교적 습득이 쉬운 기술을 익혀서도 테크 업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더구나 실리콘밸리엔 대기업들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규모의 스타트업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회사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들도 다각화되어 있다.
이과를 나오지 않아도, 수학을 잘하지 않아도, 컴퓨터 공학 대학 학위가 없어도 실리콘밸리에서 테크 회사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학벌의 장벽만 낮아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비영어권 나라에서 오는 인재들의 가장 큰 어려움인 언어의 장벽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외국인 인재들의 비율이 점점 늘고 있고 특히 영어권이 아닌 동양인의 비율이 매년 엄청나게 늘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은 동양인 직원 수가 백인을 앞질렀고 대표적인 테크 기업인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는 동양인 비율이 40%를 상회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언어에 대한 기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특히 기술직 직종인 엔지니어의 경우에는 관련 경력과 기술만 증명할 수 있다면 영어 실력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전에 내가 일을 했던 회사의 어느 한 팀에서는 90% 이상의 직원들이 중국어가 더 익숙한 중국인들이었는데 이 팀에서는 미국인 동료들이 영어가 부족한 동료들에게 맞춰줘야 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주객이 전도가 된 것이다.
중국인들이 워낙 많다 보니 중국인들끼리는 중국말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오히려 중국말을 못 알아듣는 미국인이나 다른 나라 출신 동료들이 역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바람직한 예시로 볼 수는 없지만 지금의 실리콘밸리에서 불고 있는 변화를 대변해 주고 현상임은 틀림없다.
비영어권 직원들이 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일하는 환경도 점점 영어가 부족한 직원들을 포용해주는 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언어가 주는 불편함이나 그 언어의 장벽이 매년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실리콘밸리에 도전조차 할 수 없었던 한국의 인재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굳이 미국에 살지 않아도, 또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미국 내의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점차 열리고 있는 것이다.
앞서도 다룬 바와 같이 실리콘밸리의 다양성은 더 현실적인 면을 보면 인도적인 차원에서, 혹은 외국인 인재에 대한 배려를 위해 생겨나기보단 오로지 실리콘밸리 이익을 위해서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
자국 내의 인력만으로는 미국 테크 회사들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를 채워 줄 수 없었기 때문에 해외 인력에 길을 열어준 것이고 이와 더불어 실리콘밸리에 있는 많은 회사들은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진출 해 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 있는 다양한 고객들에게 각양각색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주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다양성은 필수가 되고 실제로도 성장의 큰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필요에 의해 시작된 다양성이 이젠 진화를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내에서는 수년 전부터 다양성 지지자들이 다양성을 개선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면서 회사들로 하여금 회사 내의 다양성의 관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게끔 압박하고 회사들이 자발적으로 회사 내의 다양성과 포용성 개선을 위해 힘쓰게끔 유도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성은 단순히 다수자 (Majority)가 소수자 (Minority)를 배려하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 내에서 인종(race), 성별(gender), 성성 향(sexuality), 사회적 위치, 종교, 언어, 나이 등에 상관없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사실 실리콘밸리에서 다양성에 대한 강조는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서 최대치의 성과와 최상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실리콘밸리의 성장 중심이나 성과 주의와는 상반되게 느껴진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백인 남성이 대다수인 집단에서 다양성의 보장을 위해서 능력이 뛰어난 백인 남성보단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져도 백인이 아닌 타인종을 혹은 여성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다양성을 위한 상대적 역차별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순히 성장만 본다면 다양성의 대한 강조는 말이 안 된다.
다양성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것은 실리콘밸리가 이제 성장만이 아닌 성숙해져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다양성의 관한 자료를 공개하고 매년 목표를 세우고 개선해 나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실제로도 회사에서 다양성 개선을 위한 부서와 간부를 세우고 매년 회사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 나가고 팀의 다양성을 각 팀 매니저 평가 항목에 추가시켜서 다양성에 대한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 중이다.
조직이 다양성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니 조직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다양성을 위한 조직 내의 자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은연중에 존재하고 있는 무의식적 편견 (unconscious bias)을 없애기 위한 교육이 조직 내에서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잘 안 되고 있는 점은 전사 미팅 (All-Hands meeting)에서 회사 대표에서 직접적으로 묻고 개선을 요청하면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단순 보여주기 식의 일회성 이벤트나 행사가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진행하는 조직의 진정성 있는 노력인 것이다.
실제로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팀은 이런 노력들의 결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정도로 최고의 다양성이 보장되면서 팀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종만 해도 거의 모든 인종이 골고루 모여있고 출신 나라도 미국, 한국, 중국, 인도, 유럽, 남미 등으로 다양하고 남녀 비율도 50:50 정도로 비율이 맞춰져 있고 나이도 갓 대학을 졸업한 직원들부터 백발의 할아버지/할머니까지 있다.
심지어 동성애자들도 굳이 숨기지 않고 팀에 자연스럽게 소속되어 있다.
물론 아무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은 당연히 아니다.
새 팀원을 뽑을 때마다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배로 들였다.
그만큼 팀은 비교적 느리게 커갔지만 우리 팀 내의 직원들의 만족도는 회사 내의 어느 팀보다 높았다.
성숙한 다양성의 문화는 일련의 작은 사건으로도 보이고 있었다.
한 번은 팀에 새로 온 미국인 직원이 내 이름을 다른 동양인 직원의 이름과 헷갈려서 잘못 부른 적이 있었다.
나는 미국에서 한국 이름을 쓰다 보니 흔히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주변의 다른 팀원들이 나서서 미국인 직원의 무례함을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그 직원이 나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일이 있었다.
한 작은 일례에 불과하지만 팀 내에서 팀원들이 다양성을 대하는 자세가 겉으로 보이는 숫자만 맞추는 식이 아닌 그 진심이 보여주는 일이었다.
이 외에도 출산을 앞두고 있는 동료에게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서 출산 후 요리를 해 먹기 힘든 상황을 도와주기 위해서 음식 배달 기프트 카드를 보내주기도 하고 아이들 학교 휴일이 있는 날이면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회사에 데려오기도 한다.
동성애자 동료들도 팀 이벤트에 자신의 동성 친구들을 데려와서 소개를 시켜주고 2세에 대한 고민 이야기도 주변 동료들에게 할 정도로 팀 문화가 다양성 중심으로 성숙한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내가 속했던 팀이 특히나 성숙한 다양성의 문화가 자리 잡았지만 물론 다른 팀이나 다른 회사들이 다 이 수준으로 올라와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도 언급했던 같은 회사 이전 팀만 해도 중국인이 90%를 차지하고 남녀 비율이 9:1이 될 정도 다양성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아직 갈길이 멀었지만 실리콘밸리 곳곳에서 다양성 개선을 위해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점점 발전하고 그다음 단계로 점차 진화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인재 채용의 난제는 실리콘밸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풀기 힘든 문제일 것이다.
다만 테크 업계의 인재 채용의 방식은 실리콘밸리가 주도를 해왔기 때문에 현재의 인채 채용 방식의 한계를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극복을 할 가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10년 전에도 한번 인재 채용을 위한 인터뷰 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많은 테크 회사들은 Brain Teaser 즉 난해한 퍼즐 문제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How many golf balls would fit inside a 747?” (보잉 747 비행기에 골프공이 몇 개나 들어갈까?)
“Estimate how many gas stations there are in the US.” (미국에 주유소가 몇 개나 있을까?)
“If you had an infinite supply of water and a 5-liter and 3-liter bucket, How do you get exactly 4 litres of water? The buckets do not have any intermediate scales.” (5리터, 3리터 물통으로 어떻게 정확히 4리터의 물을 받을 수 있을까?)
"If I shrank you to the size of a nickel and put you in a blender, how would you escape?" (만약 당신을 동전 사이즈로 줄여서 블렌더에 넣는다면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
…
IQ 테스트로 직원을 뽑는 것도 아니고 지금 보면 어떻게 저런 질문으로 직원을 뽑았을까 싶지만 10년 전까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많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저런 류의 질문들이 인재 채용 인터뷰의 주를 이루고 있었다.
지금은 실용적인 문제들이 주를 이루고 인터뷰 프로세스가 간소 해 졌지만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인 2000년도 초중반 때까지만 해도 인터뷰 방식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대학 시절 마이크로소프트 인턴 인터뷰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인터뷰 순서를 기다리면서 대기를 하고 있는 동안 과학 잡지를 한 권을 건네주고는 읽고 있으라고 하였다.
인터뷰 시간이 돼서 인터뷰 방에 들어가니 그 과학 잡지책을 무작위로 한 페이지를 펼쳐서 거기에 나오는 내용을 설명해보라는 질문으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어느 한 컨설팅 회사에서는 미국 전역에 있는 자동차가 헤드 라이트로 사용하는 전력량을 계산해 보라고 하는 식의 인터뷰가 주어졌다.
어느 한 스타트업에서는 진짜 금과 가짜 금이 들어있는 가방들 중에서 저울을 최소한으로 써서 가짜 금이 들어있는 가방을 찾아보라는 문제를 주었다.
그 당시에 이런 질문들을 처음 받고 적지 않게 당황했던 기억과 미국 회사들은 IQ 테스트로 인재를 뽑는구나 라고 생각을 했었다.
다행히도 실리콘밸리는 IQ 테스트 방식의 질문으로는 회사들이 원하는 인재들을 뽑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점차 줄여나가서 지금은 대부분 퍼즐 문제들이 인터뷰에서 사라졌다.
뜬구름 잡는 IQ 테스트용 퍼즐 문제가 아닌 알고리즘, 코딩, 시스템 디자인 등의 실용적인 질문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대부분의 테크 회사들이 비슷한 방식의 인터뷰 방식을 채택해서 인채 채용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인터뷰가 문제 풀기 식 시험처럼 되면서 진짜 실력보단 누가 문제를 많이 외우고 빨리 풀는지 대결하는 경진 대회처럼 변질해버렸다.
또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터뷰의 경우엔 인터뷰 자체를 엔지니어들에게 전적으로 인터뷰를 맡기고 대부분 1:1 인터뷰로 진행이 되다 보니 인터뷰 문제의 난이도가 들쭉날쭉 해져서 인터뷰가 복불복이 되어버리고, 심지어 인터뷰 문제 족보까지 돌게 되면서 회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회사에 족보를 외워서 회사에 입사한 직원들로 인해 오는 부작용이다.
잘못된 인재 채용은 조직의 전반적인 문화에 영향을 준다.
게다가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인재들을 회사 시스템으로 걸러내려면 적어도 1-2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타격이 만만치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이런 뻔히 보이는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은 데에는 마땅한 대체 방안이 없고 현재 자리 잡은 인터뷰 방식보다 딱히 나은 방법을 찾기 못 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인터뷰 족보로 유출이 된 문제를 못 쓰게 하고 인터뷰 문제를 창의적으로 만들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사실 인터뷰 문제를 만드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회사에서는 이를 위해 그만큼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 투자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가뜩이나 몸값이 비싼 엔지니어 인력을 인터뷰 문제를 만드는데 쓰기보단 회사 제품 개발하는 일에 쓰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 될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 컨트롤이 더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식의 방식을 시도한 회사는 몇 되지 않는다.
인터뷰 질문 난이도 조절을 위해서 회사 차원에서 인터뷰 문제들을 만들고 관리해서 인터뷰에 낼 수 있는 문제를 정해주는 회사들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해진 인터뷰 문제들이 유출이 됐을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인터뷰어의 입장에서도 유출된 족보를 달달 외우고 와서 인터뷰를 보는 지원자를 가려낼 방법이 딱히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인터뷰 과정을 바꾸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인재 채용을 위한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서 쉽게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다.
리크루팅과 트레이닝에 들어가는 비용도 크지만 무엇보다 인터뷰에 들어가는 엔지니어들의 시간으로 쓰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예를 들면, 서류부터 시작해서 0.1%의 합격률을 가진 회사, 즉 1000명 중에 1명을 뽑는 회사에서, 그중 10%가 면접까지 간다고 가정했을 때 한 명의 엔지니어를 뽑기 위해서 100명을 면접을 봐야 한다.
엔지니어 면접의 경우 최소 5번에서 8번의 테크니컬 인터뷰를 봐야 하는 것을 생각했을 때 최소 500시간을 써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1억 연봉을 받는 엔지니어로 따졌을 때 3달 즉 1 쿼터에 해당하는 2500만 원이 한 명의 엔지니어를 뽑기 위해 인터뷰에 들어가는 비용인 셈이다.
여기에 새로운 교육과 함께 문제까지 직접 만들어서 인터뷰를 봐야 한다면 그 비용은 배 이상이 될 것이다.
이 엄청난 비용 때문에 인터뷰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은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각도로 새로운 시도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직을 하면서 대략 10군데 크고 작은 회사에서 인터뷰를 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인터뷰 경험이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회사들 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몇몇 대기업들은 틀에 박힌 인터뷰 방식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중견급 규모의 회사들이나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한 중견급 회사에서는 지나치게 엔지니어 기술 관련 평가에만 치우쳐져 있는 기존에 인터뷰 방식에 추가적으로 비엔지니어와의 인터뷰를 넣어서 다양한 각도에서 지원자를 평가하려고 하고, 기술 질문에도 지원자 이력서에 나온 프로젝트를 심도 있게 질문해 나가면서 검증 절차를 거치는 인터뷰도 추가가 되었다.
기존에 있는 방식을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해 보려는 모습이었다.
또 어느 기업에서는 기술 인터뷰를 심도 있게 진행하기 어려운 45분의 짧은 인터뷰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과제식으로 프로젝트를 주거나 5시간 동안 5개의 인터뷰 대신에 같은 시간 동안 1-2개만 진행하면서 현장에서 작은 과제를 완성하는 식으로 하는 인터뷰 방식도 시도되고 있다.
단순 문제풀이 방식의 인터뷰가 아닌 프로젝트를 통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실제 능력을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대기업에서는 온사이트 인터뷰를 하루에 1차, 2차로 나누어서 1차 성적이 안 좋으면 점심 먹고 바로 탈락시키는 방식을 도입해서 냉정하지만 인터뷰에 소비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도 했고 또 어느 스타트업에서는 2:1 심층 면접을 통해서 1:1 인터뷰의 단점인 객관적이지 못 한 평가를 극복하고 거기에 강도 높은 검증 과정을 도입했다.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매니저, 프로덕트 매니저 등도 인터뷰에 참여를 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지원자를 평가하려는 모습 또한 보였다.
문제 풀이식의 인터뷰의 위험성은 충분히 공감이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시도를 통해 실리콘밸리 만의 해결책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이 된다.
앞으로 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인터뷰어들의 대한 교육과 충분한 시간의 투자이다.
대졸 신입 / 인턴들의 인터뷰 시기는 물론이고 경력직은 대부분 상시 채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매주 한두 번씩 인터뷰를 기본적으로 할 정도로 엔지니어들에게 할당되는 인터뷰 수가 상당하다.
반면에 인터뷰어에 거 주어지는 교육은 제대로 안 갖춰져 있고 대부분 한두 번의 다른 직원 인터뷰를 참관하는 것이 교육을 대체한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엔지니어 입장에서 인터뷰에 투자되는 시간은 굉장히 제한적이다.
보통 일과 중에 랜덤 하게 인터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많게는 일주일에 2번씩 인터뷰를 하게 돼서 대부분 인터뷰를 위해 따로 준비할 시간 없이 인터뷰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인터뷰어 입장에선 효율성을 위해서 똑같은 인터뷰 문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그 문제들이 유출이 됐을 때는 여파가 커지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이겠지만 인재 채용의 진화를 위해선 회사들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을 갖춰서 인터뷰어들의 수준을 높여야 하고 인터뷰어들에게도 인터뷰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줘서 인터뷰 자체의 수준도 높일 수 있어야 진정한 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인사평가의 방식은 미국에서도 회사마다 또 회사에 규모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을 하고 있는데 그동안 상대평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단순히 말하면 회사는 상대평가를 통해서 직원들을 경쟁시켜서 등급을 나눈 다음에 줄을 세워서 더 잘한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주고 등급에 따라서 보상 수준의 차별을 준다.
상대평가는 평가하는 입장에선 가장 간편하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효율성보다 혁신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그리고 자신의 성장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를 주도하게 되면서 조직원들에게는 성장이, 조직에게는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가 왔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이 회사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하면 남들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서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가 아닌 ‘이 회사는 내가 필요한 성장과 원하는 보상을 줄 수 있을까’가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이에 따라서 인사평가 역시 조직 혁신과 직원 성장에 맞춰서 진화 중이다.
그리고 진화하면서 생겨나고 있는 게 절대평가이다.
조직원들 간의 경쟁 유도를 통해서 생산선을 높이려는 상대평가와는 달리 절대평가는 나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서 개인의 성장을 통한 조직의 성장과 혁신을 유도한다.
물론 절대평가의 도입이 말처럼 간단치는 않다.
우선 평가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평가가 쉽지가 않다.
상대평가처럼 줄을 세워서 차례로 등급을 매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형평성 있는 평가 기준을 세우는 게 어렵다.
게다가 절대평가는 평가의 권한이 직속상관 혹은 매니저에게 전적으로 있기 때문에 매니저의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들어가는데 팀이 크면 클수록 매니저가 평가를 해야 하는 직속 부하직원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한 명 한 명 업무 내용을 제대로 평가할 만큼 자세히 알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절대평가에서 매니저와 팀원들 간의 정기적 1:1 미팅이 필수가 되었다.
매주 매니저와 1:1 미팅을 통해서 수시로 대화를 나누고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목표를 세우고 또 조정하면서 목표 달성을 위한 조언이나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고 매니저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는 것 과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매니저는 팀원들과 1:1 미팅에 시간을 많이 할애를 해야 하게 되면서 매니저의 역할이 팀원들과의 가까이서 소통을 하는데에 집중되어 갔다.
동료평가 (peer review) 또한 절대평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1:1 미팅을 통해서 매니저가 팀원들과 소통을 하긴 하지만 객관성을 더하기 위해서 가까이에서 프로젝트를 통해 같이 일을 한 동료들의 피드백이 평가에 중요한 데이터 포인트이다.
특히나 협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일의 특성상 동료평가는 피드백의 역할뿐만 아니라 조직원들의 성장을 통한 협업의 능률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게 되면서 경쟁이나 분쟁보다는 협력과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는 분위기를 이끌게 되었다.
이러한 동료평가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동료 간의 솔직한 피드백 문화가 필수이다.
개인적으로 친하다고 좋은 리뷰를 주고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어서 좋은 리뷰만 준다면 동료평가로써 가치가 떨어진다.
좋은 평가를 하려면 근거에 의한 객관적인 관점에서 평가를 해야 한다.
피드백은 동료의 성장과 개선을 위해 객관적인 의견을 주는 것이지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맹목적으로 칭찬만 해서는 안 된다.
동료평가와 함께 자기 평가(self-assessment)도 이루어지는데 보통 자신이 한 일을 자세하게 피력할 수 있는 과정이다.
가장 자세히 그리고 또 과장되게 자기 평가를 하는 게 대부분인데 매니저는 자기 평가와 동료평가를 합쳐서 종합적인 평가를 하는데 검증 절차 과정(validation process)을 통해 그 과장된 부분을 가려내고 객관적인 사실들만 평가 내용으로 넣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검증 절차에서 평가 대상자와 같이 일한 팀 내의 리드들을 통해서 종합한 평가 내용이 진의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서 평가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조직 내에서 평가에 대한 일관된 기준을 세우고 모니터링을 위해서 캘리브레이션 세션 (Calibration session)이 생겨났다.
매니저들이 평가 결과를 두고 토론과 합의를 통해서 평가등급을 나누고 정하게 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상대평가가 이루어지긴 하지만 조직원의 평가가 직속상관으로부터만 이루어지는 게 아닌 매니저들과 조직 내의 시니어 직원들과의 토론과 합의를 통하면서 평가 공정성의 균형을 맞춘다.
평가의 목적은 조직 혁신과 직원 성장에 있기 때문에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서 치열하게 도전을 하고 그 과정에서 혁신과 성장이 발생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현실은 이론처럼 순탄하지만은 않다.
매니저가 절대평가에 대한 개념이 잡혀있지 않다면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대평가보다 못한 결과를 내기도 한다.
1:1 미팅 시간을 목표 설정이나 주기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이 아닌 업무의 연장으로만 쓰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고 동료평가를 객관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인 친분이나 감정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인사평가에서 모두가 납득할만한 형평성 있는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팀이 붕괴되는 가장 큰 위험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절대평가의 정착을 위해서 회사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끊임없이 인사평가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직원들과 매니저들의 평가 역량과 수준은 높이기 위해서 교육을 통해서 진화를 해나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조직관리 방식은 OKR (Objectives & Key Results) 즉 목표와 핵심 결과 지표를 통해 조직을 관리하는 법이 있다.
사실 OKR은 오래전에 인텔에서 처음 생겨나서 적용이 되었었는데 이걸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이 받아 들고 진화시켜서 실린 콘 밸리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그중에서 구글이 OKR을 가장 잘 받아들여서 회사의 핵심 목표 설정 프레임워크로 적용하고 성공적으로 운영을 하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수많은 실리콘밸리 회사의 조직관리의 정석으로 받아들여져서 적용되고 있다.
사실 OKR이라고 해서 프로세스 자체에는 특별한 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말하면 목표(Objective)를 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측정 가능한 핵심 결과(Key Result)를 정해서 따르는 방식인데 여기에 OKR만의 특징들이 있다.
우선 목표는 도전적이고 달성하기 힘든 수준으로 잡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보통 60-70%만 달성해도 성공으로 인정하고 100% 달성시엔 충분히 도전적이 이 않은 목표로 간주하고 그다음 목표 설정에는 더 높은 목표를 잡도록 한다.
목표는 보통 3-5개 정도로 선정하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용어 사용을 요하고 목표당 달성이 가능하고 정량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3-4가지 핵심 결과를 정하는 것을 권장한다.
주로 분기마다 OKR을 정하는 게 보통인데 회사-> 부서-> 팀-> 개인별로 레벨마다 각각 OKR를 정하게 돼서 분기마다 목표 달성 진행 상황을 평가하는 주기적인 확인 작업이 이루어지게 되고 이는 다음 OKR을 정하는데 밑거름이 된다.
OKR의 예를 살펴보자.
목표 (Objective): XX 제품의 수익을 10% 늘리자
핵심 결과 (Key Results):
새로운 기능인 ABC 기능을 출시하기
3가지의 테스트를 통해서 어떤 기능이 XX 제품의 수익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XX 제품의 품질 향상을 통해 서버 에러율을 0.1%까지 줄이기
3가지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서 트래픽을 10% 증가시키기
이처럼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와 그를 이루게 도와주는 핵심 결과를 세워서 분기별로 실행시켜 나간다.
제대로 실행만 된다면 OKR은 조직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조직 전체가 단계적으로 공통된 목표를 향해서 유동적으로 효율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회사/부서/팀/개인 각 레벨마다 디테일은 다르지만 같은 방향의 분기별 목표를 두고 실행해 나가는 방법이기 때문에 OKR은 빠르게 변하는 실리콘밸리의 환경 속에서 각종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데 핵심 역할을 해주고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리고 민첩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는 경우는 OKR은 단순히 껍데기에 불과하다.
개인의 OKR이 혹은 팀의 OKR이 회사의 OKR의 영향을 주지 않고 방향성도 맞지 않도록 정한다면 의미가 없다.
혹은 개인들이 회사의 OKR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왜 하는지도 이해가 없이 단순히 개인적인 목표과 결과를 정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때문에 실제로도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는 조직 차원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조직원들이 OKR에 대한 명확한 개념 이해가 필요하고 왜 OKR을 정하고 따르는지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투명한 운영 방식이 필수이다.
조직원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필요하고 분기마다 전 분기의 OKR을 공개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매분기 새로운 OKR을 정하면서 유동적으로 점차 나은 결과를 유도해나가야 한다.
OKR은 권위주의 적인 탑다운 (Top-down) 방식이 아닌 밑에서부터 시작돼서 올라가는 바텀업 (Bottom-up) 방식을 통해서 책임감을 주고 동기부여를 주려고 한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게 아니라 조직원들이 각자 속한 부서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팀 내의 분기 계획을 함께 만들어서 회사 전체 큰 그림에 한 부분을 맡게 된다.
물론 조직관리가 진화를 하고 있는 것이지 완벽하게 정착을 한 것은 아니다.
모른 회사들에서 OKR이 만병통치약처럼 아무 데다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최근 일 했던 한 팀에서는 팀 내 분기가 끝날 때까지 회사 OKR은커녕 하위 단위인 팀 단위에서의 OKR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정해진 목표와 그 핵심 결과 지표를 중간중간에 상황에 따라 바꾸기까지 하고 분기 말마다 끼워 맞추기 식 평가가 이루어지게 되면서 OKR의 의미가 퇴색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점점 OKR이 대세가 되면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아지고 회사들마다 OKR의 장점을 유지하고 자신들만의 조직관리법을 개발해서 쓰기도 하면서 조직관리에도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안정보단 모험과 도전, 그리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실리콘밸리를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실리콘밸리와의 시너지가 점차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다.
여전히 회사들은 다른 회사에 있는 새로운 인재 영입을 위해 힘쓰고, 또 회사 내의 인재 유지를 하기 위해서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동시에 잦은 이직률에 영향을 덜 받고 인적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팀 단위 조직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탄력 있는 팀을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지게 되고 팀 내에서 누군가 팀을 떠난다면 팀 내에서 그 영향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고 동시에 새로운 인력을 빠르게 보충할 수 있는 것이 탄탄한 팀을 구축하는데 필요 요소가 되었다.
팀이 점점 하나 혹은 소수의 유닛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지식이 팀 전체에 공유가 이루어지면서 몇몇 소수의 시니어 직원들에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를 수치로 측정은 버스 지수(Bus factor)라는 게 있다.
팀 구성원 간에 공유되지 않는 정보 및 기능으로 인한 위험을 버스에 부딪힐 경우를 대비하여 측정하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팀 구성원중 누군가 갑자기 없어졌을 때 프로젝트가 중단될 수 있는 팀 구성원의 최소의 수이다.
10명으로 이루어진 팀이 있고 그중 명이 정보를 독점하고 혼자서 하드 캐리하고 있다면 그 팀의 버스 지수는 1이 된다.
버스 지수가 낮을수록 소수의 인원에 의존도가 높은 것이고 버스 지수가 높을수록 팀이 지식 공유도 문서나 협업을 통해서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버스 지수가 높으면 새로운 인력이 보충됐을 때도 빠르게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만들어져서 팀 구성원들의 유동성을 높여준다.
OKR을 이용한 분기마다 새로운 계획을 하고 목표를 세우는 것도 이런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탄력을 키우고 최적의 결과를 내게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이제는 팀 내에서도 팀원 중 누군가 팀을 옮기거나 이직을 하게 된다면 배신자로 낙인이 찍힌다던가 불이익을 주게 되는 경우는 웬만하면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공개적으로 함께 축하해주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팀에서는 축하해 주는 동시에 빠르게 대체자를 찾아서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떠나는 직원도 남은 기간 동안 인수인계를 하면서 마지막까지 맡은 바 책임을 다하다가 나간다.
당연한 과정인 거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과정인데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과정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울 정도로 자리 잡았다.
나도 처음에는 그동안 같이 일하던 정들었던 동료가 떠나게 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섭섭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감정이 들었는데 이제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면서 다음에 다른 회사에 또 보자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들이 이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따라오게 된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직원들의 이직과 함께 회사 간의 간접적인 기술 이전과 지식 공유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어 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 광고팀에서 일하던 엔지니어가 구글 광고팀에 가서도 일 하고 스냅챗 광고팀에서 가서도 일을 하면서 전반적인 테크 업계에서 엔지니어들 통한 간접적인 기술 이전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내가 전에 일을 했던 팀만 봐도 구글, 스퀘어, 스트라이프, 핀터레스트,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회사의 페이먼트 팀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현 회사의 페이먼트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이들이 모여서 전 회사에서 만들던 페이먼트 시스템을 그대로 베껴와서 구축하는 게 아니라 경력과 경험을 통해서 실수했던 점은 보완하고 서로 다른 경험들을 토대로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너지 효과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얼핏 들으면 기술 유출이 아니냐 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오픈 소스가 보편화되어 있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오히여 회사 차원의 테크 블로그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기술을 공개하고 공유하면서 커뮤니티와 함께 발전해나가는 생태계가 마련되어 있다.
한 회사만의 비밀 기술 보단 오픈 소스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다 같이 발전을 시켜나가고 있어서 이런 식의 기술 이전 또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물론 이직을 할 때 직접적으로 경쟁 관계가 있는 회사로는 사내 기물 유출을 막기 위해서 이직을 못 하게 막기도 하지만 사실 표면적으로 막고 있을 뿐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는 않다.
인재들의 잦은 이직마저 실리콘밸리의 특유의 방식으로 장점으로 녹여내고 밀레니얼 세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