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벤쿠버의 햇살은 눈부시고 아름다웠다. 이곳에서 보내게 될 2년의 시간이 꿈같이 느껴지던,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고 낯설기에 더 재미있었던 처음의 시간들이었다.
짐을 풀고, 장을 봐서 냉장고를 채우고, 사야 할 것들을 사러 다니고, 면허증을 교환하는 등등의 일들을 처리하고 나니 빠르게 1주일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한국에서 미리 신청해 놓은 커뮤니티센터의 데이캠프에 갈 시간이다!
밴쿠버 학교의 여름방학은 6월 마지막 주에 시작해 8월까지 이어진다. 학교의 학사일정과 커뮤니티센터 프로그램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데, 2달간의 여름방학, 2주간의 봄방학 및 겨울방학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가 이루어지는 ProD day까지 커뮤니티센터에서는 몇 시간짜리 프로그램부터 종일반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신청해 놓은 데이캠프 프로그램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이루어지는데 기관 내에서의 놀이시간도 있지만 밴쿠버 아쿠아리움, 과학박물관, 버나비 박물관 등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필드트림도 주 1, 2회 가게 된다.
메일로 도착한 여러 동의서와 확인서를 서명하는데 특이사항에 '아이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는 말을 적어 놓았다. 제일 하고 싶은 말은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이었지만 영어에는 이런 표현이 없으니 대신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의사소통이 안될 시 즉시 데려가겠다는 말을 써넣어두었다.
첫날 커뮤니티센터의 교실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나갈 시간이 되었지만 우두커니 혼자 앉아있는 아이에게 계속 눈길이 갔다. 시간을 4년 전으로 돌려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적응하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이가 캠프에서 보내는 동안 나는 전화가 걸려오진 않을까 초조해하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아이는 아침을 기다리며 캠프에 즐겁게 다녔다. 아침마다 몇 번 버스를 타고 갈지 고민하고, 필드트립을 가며 몇 번 버스를 타봤는지 자랑도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필드트립을 가는 것도 많이 걸어야 해서 힘들다고 투정도 부릴 때도 있었지만, 밴쿠버에서 내가 데려가 주지 않았지만 아이가 가본 곳이 있다는 것이 그만큼 넓어진 아이의 세계일 것 같아서 그 경험이 귀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이는 캐나다에서의 새로운 규칙을 배워나갔다. '음식이 있으면 작은 것이라도 나눠서 함께 먹는다'라는 규칙 대신 '음식은 셰어 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고(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도 피넛이 들어간 음식을 전혀 들고 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동할 때는 앞 뒤로 선생님을 두고 중간에 있어야 한다는 leader sandwich도 배웠다. 화장실이 교실에 딸려있는 어린이집에서, 그동안은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혼자 갔다 왔지만, 이곳에서는 선생님에게 말을 하고 가야하는데 말을 하지 않고 가서 지적도 여러번 받기도 했다.
5주의 캠프시간, 5개의 캠프 티셔츠와 함께 우리가 밴쿠버에서 지낸 첫 번째 여름이 지나갔다. 9월, 학교에서 캠프에서 만난 아이들을 보았다고 했다. 처음이기에 낯선 학교에서 아는 얼굴들이 몇몇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었는지. 아이는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은지 매일 데이캠프 티셔츠를 입고 나갔다.
캐나다에서의 첫 번째 도전,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