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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이고 싶은 1학년

by 메이

가족 여러분께
학생들이 9월 13일(수)부터 새 학급과 새로운 선생님과 함께 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귀하의 자녀는 2023-24학년도 동안 12반(Grade 1/2)에서 Ms.Miles선생님과 함께하게 됩니다.
9월 13일(수) 아침, 자녀가 오전 8시 57분까지 해당 반의 지정된 모임 장소(첨부된 지도에서 반 번호 확인 가능)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필요한 경우, 학교 직원이 안내를 도와드릴 예정입니다.
곧 자녀의 새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환영 메시지가 전달될 예정이니 참고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학교 직원팀 드림


궁금했던 아이의 반편성 결과가 드디어 나왔다! 통보 방식은 이메일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름과 학반이 개인정보로 취급돼서 학교 홈페이지에 반편성 결과를 올릴 수 없기에, 담임선생님이 일일이 학생들에게 개인 톡으로 "너는 내년에 0반이야!"라고 알려주곤 했었다. 답장은 대부분 "네~"로 끝났고. 이런 일들은 담임선생님보다는 행정팀이 맡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었다. 게다가 보호자에게 보내는 이메일방식이라니. 더 확실하고 빠르고 간편하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아이는 1, 2학년이 함께 있는 통합학급에 배정되었다! 나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캐나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라고 한다. 애초에 교과서 없이 선생님이 준비한 유인물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같은 책으로 동일한 진도를 나가지 않아도 돼서 통합학급이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영어를 아직 잘 못하는 우리 아이가 2학년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2학년과 같은 반이 된 것을 무척 신나 했다. 밴쿠버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웃에 사는 한국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한국 아이들은 먼저 나이를 물어본다. 우리 아이는 한국 나이로 7살이었기에 그렇게 말했지만, 며칠 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아이들은 너는 6살인데 왜 7살이라고 했냐며 따지고는 너는 동생이고, 나는 형이니까 형이라고 부르라고 교육을 시켰다. 아이에게는 이 일이 꽤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를 떠올랐는지, 아이가 "나 이제 2학년이랑 같은 반이니까 2학년이라고 말해도 돼?"라고 묻는다. 이렇게 나이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나이가 달라도 함께 공부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캐나다의 mixed class는 정말 새로운 개념이다.



1년간 mixed class를 경험하며 학부모로서 느낀 점 하나. 캐나다의 1학년은 학업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아서, 아이가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2학년의 리딩 레벨이나 글쓰기 활동이 1학년보다 앞서 있다 보니, 우리 아이는 이를 보며 자극을 받았는지 리딩 레벨을 따라잡으려고 신경 쓰기도 했다.



mixed class의 2학년 학부모들은 이미 1년 동안 서로를 알아온 사이라서 안면이 있는 경우가 많고, 1학년 학부모들도 대개 유치원 때부터 함께해 온 터라 서로 친분이 있었다. 그들은 이미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기에,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 자체가 나와는 달랐다.


캐나다에서는 학생들이 등교 후 곧장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시작종이 울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담임선생님이 문을 열어줘야 들어간다. 학부모들도 아이를 바래다주고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며, 또는 하교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와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함께 small talk을 나누곤 한다. 그러나 낯선 얼굴인 나에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고, 늘 먼저 얼굴을 알아보고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사람은 나였다. 이 사실이 조금은 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첫 해는 씩씩하게 인사를 하며 지냈다. 내가 학교에서 제일 인사 잘하는 사람이었다. "인사만 잘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야!"라는 생각으로. 나도 점차 이 학교에 아는 사람들이 늘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처럼 아이도 씩씩하게 한 해를 보냈다. 한 살 더 많은 아이들과도 형, 누나가 아닌 이름을 부르는 친구가 되었고 서로의 집을 오가고 생일파티에도 가며 재미있게 지냈다.


그리고 다음 해에도, 아이는 2, 3학년 혼합반의 2학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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