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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are you from?

by 메이

밴쿠버에는 아시아계 인구가 많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밴쿠버로 가는 비행기가 만석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사실 그전에도 밴쿠버에 다녀온 사람들이 올린 글들을 읽고 각종 정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을 때, 한국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긴 했다. 그러나, 밴쿠버 공항에 내리자마자 중국인들이 많아서, 길을 걸어가는 데도 중국인들이 정말 정말 많아서, 어디를 가나 중국인이 정말 정말 정말! 많아서 깜짝 놀랄 정도이다. 거리에서는 영어보다 중국어를 더 자주 들을 수 있고, 도서관에 가보면 프랑스어 서가보다 중국어 서가가 훨씬 더 많다.



밴쿠버 웨스트지역과 리치먼드에는 중국계 인구가 많아, 이 지역에서는 40~50%가 중국계라고 해도 놀랍지 않다. 그리고 아이의 학교에도 중국계가 많다. 우리 아이가 처음 학교에 가게 되었을 때, 아이는 자신과 생김새가 비슷한 동양인 친구를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보다. 말을 걸고 싶은데 할 줄 아는 영어는 별로 없었기에 자신이 아는 몇 개 안 되는 영어 표현 중 Where are you from?을 물어볼까 말까 하다 고민하다가 나에게 먼저 물어봤다. 엄마, 메건한테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물어봐도 돼?


우리는 외국어를 배울 때 흔히 "어디에서 왔어요?"라는 표현을 배운다. 영어 시간에는 "Where are you from?" I am from Korea. 식의 영어회화 수업이 있었고, 고등학교 제2외국어 스페인어 시간에 배운 "¿De dónde eres tú?"가 아직도 기억에 나는 것을 보면 외국인을 처음 만났을 때 할 수 있는 표현으로 제대로 배운 것 같다. 하지만 캐나다에 와서 이 질문을 할 수가 없다. 단순히 생김새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어디에서 왔냐"라고 묻는다면, 상대방이 외국인 취급을 받는 기분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아이는 아이처럼 막 캐나다에 왔을 가능성도 있지만, 대부분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캐나다인이다.



대신, "What is your cultural heritage?"라는 표현이 있다. 아이의 수업에서는 자신의 문화적 유산(cultural heritage)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부모가 헝가리 출신인 Maxx, 이란계 인 Kirash, 친가는 뉴질랜드, 외가는 영국 출신인 Rowan, 아빠는 캐나다, 엄마는 한국 출신인 Alice, 아빠는 캐나다, 엄마는 일본 출신인 Lisa, 아빠는 캐나다, 엄마는 대만 출신인 Tyler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다양한 cultural heritage를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몇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오직, 우직하게, 한국인만 나오는 우리 가족의 cultural heritage가 캐나다에게서는 특이하게 느껴질까 싶기도 했다.



너무나 다양한 배경에서 온 사람들이 모인 이곳, 밴쿠버에서는 고향이 어디인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본국에서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 모든 것이 새로운 이곳에서 내게 익숙했던 규범과 규칙들을 느슨하게 내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이 캐나다에서의 학교생활을 경험하는 내 아이는, 나보다 더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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