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대신 아이에게 물어보기
매일 아침 오후 등하교 시간에 아이들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선생님을 자주 뵙지만, 학부모 상담 날에 마주한 담임선생님은 왠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미리 정해진 시간에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을 교실로 찾아가는 것은 처음이기에 낯설고 어떤 시간이 될지 설레기도 했다.
교실에 들어가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따뜻하고 활기찬 교실 분위기였다. 모든 책상들이 칠판을 바라보도록 배치된 것이 아니라, 둥근 테이블들이 교실에 있었다. 네 명이 같은 테이블을 쓰는데, 테이블 중앙에는 연필, 지우개, 색연필 같은 문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한국에서는 자기 필기구를 챙기지 않으면 학교 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괜히 잔소리를 듣곤 하지만 여기에는 필기구를 챙기지 않아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교실 한쪽엔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시는 흔들의자가 있었고, 그 주변으로 폭신한 카펫이 깔려 있었다. 블록과 보드게임이 놓인 놀이 공간도 보였다.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아이들의 글과 그림들까지- 우리 교실이다,라는 소속감을 가지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교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아이가 보내는 하루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아늑하고 즐거운 공간에서 지낸다니,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기까지 한다.
엄마는 늘 궁금하다. 우리 아이는 학교에서 잘 지낼까? 친구들과 잘 어울릴까? 뭘 좋아하고 잘할까? 또 어려워하는 건 없을까? 하지만 선생님은 선생님이 파악한 우리 아이를 설명하는 대신 우리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며 20분 동안,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의 목소리를 부모가 듣도록 해주셨다. 사실, 선생님이 파악한 우리 아이의 모습보다 그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걱정이 많았던 엄마를 늘 놀리곤 했었는데 그런 엄마를 닮아 나도 어느새 걱정이 많아졌나 보다. 우리 아이가 친구는 잘 사귈지, 영어를 못해서 아이들과 잘 어울리긴 할지 걱정이 많이 된다고 나의 걱정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선생님은, 선생님 책상 주변에 붙어있는 학생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들로만 봐도 이 학교에 아주 오래 계셨고 저학년을 오래 맡으셨던 경력 있는 선생님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영어를 못하는 채로 학교에 들어와 잘 적응하고 잘해 나가는 것을 많이 보았다며 우리 아이도 그렇게 될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의 걱정, 근심, 염려도 선생님의 단호한 확신 속에 가벼워져 갔다.
아이는 자신의 교실을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어서 기뻤나 보다. 그날 내내 교실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야기를 했다. 좋은 학교, 좋은 선생님을 느끼고 온 첫 학부모 상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