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블로그에서, 뜨개와 퀼트를 능숙하게 다루시는 이웃님을 만났다. 구경만 하던 작품들 사이에서 어느 날, 만들다 만 작업물과 그에 사용된 실이 함께 판매되고 있었다. 작은 꽃들이 연달아 매달린, 참 예쁘고 사랑스러운 패턴. ‘예쁘다!’는 생각과 함께, 뜨개의 ‘ㄸ’도 모르는 내가 덜컥 주문했다. 그것도 아주 비싼 항공우편으로.
일단 실은 받았지만 어떤 바늘을 써야 할지도 당연히 모른다. 이웃님은 4호 바늘을 추천해 주셨고 나는 그대로 따라 샀는데, 알고 보니 대바늘이었다. 코바늘로 만들어야 할 패턴을, 엉뚱한 도구로 시작한 셈이다. 당연히 만드는 방법도 몰랐고, 사진을 찍어 챗GPT에게 물어보고, 따라 해 보다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겨우 50퍼센트쯤 비슷한 모양을 만들어냈다. 여전히 고수의 솜씨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아주 멀리서 보면 언뜻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한창 즐겁게 꽃을 만들다가 어느새 흥미를 잃어버렸다. 다른 만들고 싶은 것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내가 만든 모자를 직접 쓰고 싶었고, 예전에 가게에서 살까 말까 망설였던 겨자색 모자가 생각나 마이클즈에 가서 실을 사고 인생 첫 모자를 완성했다. 만들고 보니 겨자색이 생각보다 튀는 것 같아, 이번엔 베이지색 실을 사서 또 하나 완성! 겨울 동안 따뜻하게 잘 쓰고 다녔다. 첫눈 오는 날, 스키장에서도 내가 만든 모자와 함께였다.
남은 실로 핸드워머 만들기에 도전했지만, 대차게 실패하고 말았다. 같은 튜토리얼을 따라 했는데도 짝짝이 핸드워머가 여러 개 완성됐다. 사실 크리스마스 즈음 아이의 선생님들께 핸드워머를 잘 만들어 선물하고 싶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실패한 핸드워머, 나만이 할 수 있는 핸드워머를 하고 간 날,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직접 만든 거냐”라고 물어봐 주셨을 땐 웃으며 “네”라고 대답했지만, 속으론 ‘좀 더 예쁘게 잘 만들어서 드리고 싶었는데’ 하는 마음이 남았다.
그럴수록 친구들이 떠올랐다. 재봉틀 취미가 있는 친구는 나에게 여러 개의 가방을 만들어주었고, 뜨개를 잘하는 친구는 직접 뜬 목도리를 선물해 주었다. 뜨개를 시작하고 나서야 그 선물들이 얼마나 귀한 정성과 마음이 담긴 것이었는지 새삼 느낀다. 자기 일도 바쁠 텐데 나를 생각해 시간을 들이고, 실을 고르고, 하나하나 짜내 만든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나도 그런 마음을 전하고 싶다. 친구들에게 받은 사랑, 나도 뜨개로 보답하고 싶은데, 내가 만든 건 누가 봐도 초보의 손에서 나온 연습작품이다. 조금 더 쉬운 튜토리얼을 찾아 유튜브를 뒤적이며 새로운 작품을 시작해 보고, 매번 중간에 포기하고 실을 다시 푸는 일이 반복된다. (사실 어제도, 오늘도 그렇다) 그렇게 찾고 또 찾다 보면, 어느새 만들고 싶은 것들은 모자에서 핸드워머로, 튤립꽃에서 보틀커버로 바뀌어가고 점점 더 소박해진다. 어쩌면 결국엔 손바닥만 한 열쇠고리 크기의 작품을 선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내가 만드는 것이 작더라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작지 않다고 믿고 싶다.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것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뜨개는 참 따뜻하고 포근한 취미다. 보들보들한 실을 만지는 기분도 좋고 실 색깔도 예쁘다. 예쁜 작품을 선물해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고, 새롭게 마음을 전하고픈 이들을 생각하는 나만의 뜨개시간. 혼자서 하는 취미생활이지만 마음 가득 따뜻함을 느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