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느라, 밀린 일들도 하느라 근처의 카페에 가는 정도의 주말을 보내곤 했던 우리가족은 캐나다에 와서 새로운 방식으로 주말을 보내고 있다. 캐나다에 오게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구는 어느때보다 컸다. 캐나다에서 안 하면 후회할 것들이 많아서 하느라 분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갔나 싶은, 12km가 넘는 하이킹도 아무런 장비나 간식없이 다녀왔고, 그 가운데 캠핑이 있었다.
주말에 자연휴양림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해서 근처의 숲을 찾곤 했었다. 항상 숙소는 단독인 숲속의 집! 화장실을 사람들과 함께 공용화장실을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고 잠도 편안하게 자고 싶었다. 그러던 우리, 우연히 찾은 Canadian Tier에서 단 70달러에 텐트와 침낭 2개, 캠핑의자 2개까지 갖춰진 세트를 할인해서 파는 상품을 발견하고 덥썩 사버렸다! 캠핑초보가 텐트를 가졌으니 이제 캠핑을 갈 수 있으려나? 캠핑을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인 bcpark.ca 로 가서 근처의 캠핑장 하나를 예약해보았다. 캠핑가기 전 필요한 것을 다 꺼내보았더니 정말 한 짐이다. 작은 이사를 하는 느낌!
하지만 캠핑장에 도착해서 보니 우리의 짐은 작고 귀여운 수준이었다. 정말 넓은 캠프사이트에는 나무가 있고, 다른 사람들은 텐트 뿐만 아니라 캠핑카, 패밀리카도 있었고 빨래도 널어놓았다. 자연휴양림에 갔을 때 캠핑장을 구경가면 거의 평상 하나 정도의 공간만 있었는데 거기에 비하면 차도 여러 대 주차하고 텐트도 여러 개 칠 수 있을 정도로 넓었고 테이블도 같이 있다.
첫 캠핑을 하는거라 스트레스가 컸나보다. 챙겨간 음식을 간신히 먹고서는 두통약을 먹고 나는 빨리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새벽 3시쯤, 남편이 나를 깨웠고 눈을 떠보니 텐트 밖으로 동물 소리가 들린다. 조용한 새벽시간이라 작은 움직임도 아주 크게 들렸고 남편이 곰이 온 게 아니냐고(곰이 사는 곳이다). 공포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다른 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얇은 텐트 안에서 몹시 두려웠다. 다행히 시간이 조금 지나고 아무 소리도 안 나긴 했지만 꼬마가 긴장했는지 과호흡이 왔다. 천천히 숨 쉬어보라 했지만 가빠지는 숨소리... 남편도 긴장을 해서 그 후로 밤새 거의 못 잤고 뜬 눈으로 밤을 새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캠핑이 어떤 건가 싶어서 한 번 가본 캠핑,
그러나 우리 가족은 캠핑 체질은 아닌 것으로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사놓고 한 번만 쓰기에는 아까운 텐트, 어쩌면 이번엔 다를 수도 있다고 기대하며 캠핑사이트에서 같은 캠프그라운드를 예약해보았다. 그러나 초보 캠퍼에게 반갑지 않은 비소식이 있다. 1주일 내내 비가 내리는 날씨라 캠핑에 대한 기대 대신 걱정으로 시작하게 된다. 우리는 캠핑을 갈 수 있을까, 나는 왜 캠핑장을 예약했을까, 밤에 춥지는 않을까, 고생하느니 취소할까 등 많은 고민과 후회 속에 며칠을 보냈다. 캠핑장을 예약한 날 아침, 며칠간 이어지던 비는 그치고 거짓말처럼 날이 맑았다. 안 갈 수 있는 핑계도 사라졌으니 걱정하던 마음은 접어두고 캠핑을 떠나기로 했다.
지난번 캠핑에서 캠핑장을 둘러보다 걸어갈 수 있는 해변이 있었고, 사람들이 물놀이하는 사람들을 보고 부러워했던 우리, 이번엔 캠핑 가기 전날 Canadian Tier에서 고무보트도 사서 챙겼다. 집에서 바람도 넣어보고 구명조끼를 잎고 시승까지 했으니 물놀이를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
그러나 아이와 내가 보트에 타고나서 노를 저어보는데 내가 탄 보트는 내가 가고 싶어하는 방향으로 가질 않고 뱅뱅 돌더니 어느새 계속 뒤로 가는것이 아닌가! 어느새 안전로프를 지나치기 직전에, 겨우 로프를 잡고서는 해변가로 올 수 있었다. 왜 타지도 못한다고 탄다고 한걸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기억이다.
여름이 가기 전에 캠핑 가고 싶었던 나, 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내가 준비해 둔 대로 캠핑을 다녀왔고, 여름날, 캐나다의 캠핑장에서 보낸 추억이 생겼다. 곰을 만날까 무서워했던 밤, 물에 떠밀려갈까 무서웠던 낮. 아찔하고 강렬한 캠핑의 추억. 여전히 집에는 텐트가 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