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제 의뢰인인 c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성공한 대기업 ceo입니다. 아내 역시 전문직 종사자이지요. 자녀는 셋이 있는데 모두 유학파에 사회적으로 잘 자리를 잡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고민이 있습니다. 풍족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성공한 삶을 사는 그가 무슨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의 집이 문제였습니다. 그는 한 번도 마음 놓고 집으로 손님을 초대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비즈니스 관계가 발전하면 집으로 초대해서 식사해야 할 경우도 종종 생기기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그는 참 난감했다고 합니다. 한번 손님 초대를 하려면 며칠 동안을 집안을 청소해야 했고, 아내 역시 굉장히 부담스러워해서 나중에는 되도록 집에서 손님 치르는 일을 피했습니다.
그는 정리 정돈을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자신의 집무실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관리합니다. 하지만 집은 다릅니다. 집은 가족 모두의 공간이고 주로 집안일을 맡아 하는 아내는 정리와는 담을 쌓은 호더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정반대의 성향은 두 사람이 부부로 만나다 보니 트러블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호더-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일종의 강박장애를 겪는 사람
바쁜 출근 시간마다 물건이 어디 있는지 묻는 것으로 항상 싸움은 시작됐고. 아침마다 서로 얼굴을 붉히며 출근하기를 여러 번. 퇴근해서도 난장판인 집에 있는 것이 싫어 일부러 늦게 퇴근한 적도 많았다고 C는 고백합니다.
이제 와서 부인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고 그는 이야기합니다. 다만, 지금 가장 고민인 것은 아이들입니다. 독립해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은 난장판인 집에 오기 싫어한다고 합니다. 가족모임을 해도 바깥에서만 만나려고 하고 명절이나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방문을 꺼려할 정도로 집이 엉망입니다.
C는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젊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원망하기도 어렵고 미안한 마음만 큽니다. 그는 정리와 청소 문제로 항상 다툼을 하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아이들이 지금은 자리를 잡고 일하고 있지만, 유학을 가지전까지는 굉장히 긴 방황의 시절을 거쳤습니다. 자주 싸우던 부모의 모습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죄책감이 듭니다.
여전히 아내는 버리는 것을 어려워하고 비움의 효과에 대해서 신뢰하지 않지만, C는 자신만은 변하고 싶어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했던가요?
완벽해 보이는 가정에 이런 고민이 있으리라고 누가 알았을까요?
부모도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가정에서 아이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앞서 이야기했던 성공한 여성 사업가인 B가 어려운 순간에서도 왜 가정의 정갈함을 지키려고 노력했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부부가 비움의 중요성을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아이들에게 집안일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 텐데, 아이들이 항상 그리워하는 집이 되었을 텐데 참 안타깝습니다.
집안이 더러운 것보다 더 문제인 것은 부부 사이에 라이프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툼을 빈번하게 만들고, 아이들은 이것을 보고 자라게 됩니다.
성공한 이가 자신의 치부와 같은 이야기를 남에게 털어놓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C는 저를 찾아와 다급함을 호소했고, 이 이야기를 알려도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젊은 날 나는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놓친 것이 많습니다. 집안일을 아내의 역할로만 생각하고 방치했던 게 가족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내가 정리 쪽에는 아내보다 재능이 있으니 좀 더 신경 썼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 책을 쓰기까지 가장 큰 영감을 주었던 이가 의뢰인인 C입니다. 젊을 적 방치했던 공간, 하찮게 여겼던 공간이 60세가 다 되어서야 뼈저리게 다가온다는 그. 비움의 효과는 나비 효과와 같습니다. 작은 비움이 큰 성공을 불러오고, 작은 방치가 큰 후회를 몰고 옵니다. 작은 공간이 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