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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아 미소작가 Oct 29. 2019

디지털노마드는 모두 미니멀리스트다

◈디지털노마드는 모두 미니멀리스트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는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1997년 <21세기 사전>에서 처음 소개한 용어로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일하는 디지털 유목민'을 뜻합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삶은 많은 이들이 원하는 삶이지요. 어쩌면 시간과 장소의 자유가 진정한 부(富)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부자라고 해서 모두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닌가 봅니다. <4시간만 일한다>에서 팀 페리스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나는 빌 게이츠의 친구로 현재 개인 투자 회사와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천만장자의 아들을 알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상근 요리사, 하인, 청소부, 그리고 지원 인력이 딸린 아름다운 집들을 사들여 왔다. 각 타임 존마다 집을 한 채씩 소유하는 것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골칫거리'가 답이다. 그는 자기 집에서 자신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일꾼들을 위해서 일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충이 있습니다. 발길이 닿는 도시마다 자신의 집을 세운다 해도 그것이 진정한 자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이 자유를 동경합니다. 부자들을 동경하는 이유도 그들의 자유로운 삶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자들 역시 너무나 많은 것을 소유했을 때는 그것으로 골머리를 앓습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2018년 3월 1일에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만인 3월 2일 직장이 있던 거제에서 시댁이 있는 서울로 상경을 했지요. 작은 트렁크 두 개만 들고서. 4인 식구 짐 치고는 간소한 편이었습니다. 그렇게 서울에서 지낸 십 개월.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편하고 홀가분해서 신기할 지경이었지요. 만약 저희 부부가 비우는 삶을 살지 않았다면 이렇게 하루 만에 짐을 싸서 가볍게 떠날 수 있었을까요? 인간이 살아가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물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지 않습니다.


물론 많은 짐을 가지고도 열심히 이동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학 시절 인도 배낭여행을 갔을 때입니다. 저는 유럽과 미국에서 여행을 온 배낭여행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짐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거의 제 키만 한 배낭을 그들은 매일 들고 다녔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의 짐에는 베개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반대로 인도 현지인의 삶은 간소했습니다. 현지인의 방에 배낭여행객들의 짐을 풀어놓으면 방은 순식간에 가득 찼습니다. 펼쳐놓은 짐을 하루 혹은 3일 만에 싸서 그들은 다시 떠났습니다. 집을 싸는데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열심히 떠나고 또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저는 여행의 일정이 길어질수록 짐이 나의 카르마(업)처럼 느껴졌고 내 여행을 느리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하나씩 비워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배낭이 가벼워지는 여행을 하던 어느 날, 저는 낙타를 타게 됐습니다. 낙타를 몰아주던 인도인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참 짐이 많구나.”


“응? 난 이것도 줄인 건데...”


“그래? 하지만 넌 이걸 알아야 해.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물건은 네 것이 아니야. 신이 잠시 너에게 맡겨놓은 것이란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역시 인도인다운 말이라며 웃어넘겼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나에게 각인이 되어 쉴 새 없이 나를 비우게 만들었습니다. 인도 여행 말미에는 정말 가벼운 마음과 홀쭉해진 배낭으로 여행을 했습니다. 그 홀가분함에 반해 한국에 돌아오기 싫을 정도로 그 느낌은 강렬했지요. 물론 저는 다시 한국에 돌아왔고, 물건을 수집하는 원래의 나를 되찾았습니다. 한국에서 채움보다 비움을 추구하며 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항상 마음속에는 홀가분한 삶에 대한 갈망이 남게 되었습니다.


사실 물건 분량의 여부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나는 적은 물건으로도 살아갈 수 있으며, 어디든 떠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용기가 더 중요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있다면 자유는 한 발짝 나에게로 다가옵니다.


서울로 올라온 후 우리 부부에게 긍정적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터전을 뒤로하고 망설임 없이 쉽게 이동할 수 있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쉬운 이동은 자유와 기회의 발판이 됩니다.


미니멀라이프와 디지털 노마드는 맞닿아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는 한 곳에 정착하는 것이 아닌 유목민의 삶을 살기에 많을 짐을 이고 지고 이동할 수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가벼워져야 합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전제 조건은 1. 쉬운 이동 2. 디지털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미니멀라이프는 디지털노마드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을 충족시켜 줍니다. 미니멀리스트가 모두 디지털노마드는 아니지만 디지털노마드는 모두 미니멀리스트입니다.


디지털노마드가 되려면 대표적인 노마드인 몽골인들에게 힌트를 얻어야 합니다. 몽골인들이 평생에 걸쳐 소유하는 물건의 개수는 평균 삼백 여개라고 합니다. 우리가 평생 동안 소유하는 물건의 개수는 몇 개일까요? 자신의 방을 둘러보며 헤아려 보세요. 쉽게 삼백 개를 넘길 것입니다. 그 많은 것을 끌어안고 혹은 그 많은 것을 버리고 당신은 쉽게 떠날 수 있을까요?


<떠남과 만남>에서 구본형은 이야기합니다.

“여행은 그러나 도피가 아니다. 우리는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버리기 위해 떠나는 것이고, 버린 후에 되돌아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우리가 얻으려는 것은 없다. 오직 버리기를 위해 떠난다. 소유한 것이 많으면 자유로울 수 없다. 매일 걸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배낭 하나도 무거운 짐이다. 무엇을 더 담아 올 수 있겠는가?”


인생이란 여행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진 않을까요?


"삶을 변화시키는 마법, 비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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