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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휘찬 Sep 28. 2021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누군가에게 어른이 되기

최근에 대구의 한 호떡집에서 일어난 사건을 뉴스로 보았다. 한 60대 남성이 호떡을 잘라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기름이 끓고 있는 철판에 호떡을 집어던져 주인에게 2~3도의 화상을 입혔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주인은 호떡집의 영업을 중단한 채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상처 부위에 따라 피부이식을 해야 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호떡 좀 잘라주지, 뭘 그렇게 안된다고 하느냐'라고 손님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주인의 입장에 서서 '별 것도 아닌 일에 성질을 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까지 입히는지 모르겠다'라고 할 것이다. 나는 후자인데 호떡을 잘라주지 않는다는 안내문구가 있고 없고를 떠나 호떡을 반으로 자르는 그 사소한 일에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이성을 잃어버리는 그 손님을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뉴스에 나온 CCTV 영상을 보면 가해자가 있는 힘껏 호떡을 던지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가 얼마나 분노에 찼는지 알 수 있다. 그 순간이 공포스러운 것이다. 낮은 장애물조차 넘지 못하는 약한 정신상태는 어디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을 '분노조절장애'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박지선 교수님은 분노조절장애는 마동석 앞에서도 화를 내야 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분노조절장애가 아니라고 했다. 마동석 앞에서는 조절되지 않느냐며... 결국 직업, 성별, 나이에서 약자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에게 '갑질'이라는 말로 통용된다. 


이 사건을 보다 보니, 나도 비슷한 일을 겪은 것이 생각났다. 학생 시절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어느 날 40대 정도의 한 남자 손님이 커피를 주문했다. 그 사람은 주문을 할 때부터 영 태도가 좋지 못했다. 계속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커피를 주문했고 직원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통화를 하느라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매뉴얼대로 직원은 주문을 재확인까지 했지만 그 사람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맞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음료가 나오고 역시나 그 사람은 자기가 시킨 게 아니라며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그 사람이 주문한 내용을 이미 잘 알고 있었고 따라서 관리자 역시 음료를 바꿔줄 수 없다고 응대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은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관리자에게 반말을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못 바꿔줘?! 어?!"라고 재차 묻더니 결국 뜨거운 커피를 버리겠다며 바 안쪽으로 집어던졌다. 당연히 바 안쪽은 온통 커피가 튀고 직원들에게도, 제조 중이던 다른 손님의 커피에도 커피가 튀었다. 다행히도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그것을 수습하는 데는 꽤 많은 수고가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그 사람을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의 제목을 따서 '커피 뿌린스'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커피를 뿌린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커피 뿌린스 역시 어린 여자 직원을 약자로 생각했기 때문에 커피를 던질 수 있었을 것이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내가 겪은 이 사건은 최근의 호떡집 사건과 참 많이 닮았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을 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야비하고 비겁하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그런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욕구나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뉴스에서 뿐만이 아니라 주위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우리의 육체는 성장을 하고, 성장에 이어 노화가 이루어진다. 성장이나 노화는 피할 수 없이 누구나 똑같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지만 인격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 나이와 인격의 성숙도는 절대 비례하지는 않는다. 나이를 한 살씩 먹으면서 어린이는 어른이 되지만, 이는 단지 어린이 시기를 지난 사람을 지칭할 뿐이고 진정한 어른은 혼자서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어른이어야 한다. 사소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을 다스리며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언할 수 있는 사람, 더 많은 경험을 한 만큼 단단해진 인격으로 인생의 선배가 되어 누군가에게 현명하고 정직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따지면 나 역시 아직 어른이 아니지만 화가 난다고 호떡을 기름통에 던지거나 커피를 직원에게 뿌리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부끄러움을 피할 만큼은 나를 다스리고 있고 앞으로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삶을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른으로서의 권위와 존경은 나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에 따라오는 것이다.


나이로 누군가를 다스리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누군가에게 

어른 흉내를 내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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