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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페르소나 논 그라타 2부 -11-

현실은 영화를 뛰어 넘는 거야.

by proofs

*

― 오셨습니까? 정현모는 차에서 내려 선녀바위 앞 <미션> 카페에 들어서고 있었다.

― 선배님은 여전하시군요. 김선호가 말을 꺼냈다.

― 여전하긴 뭐가 여전해. 이제 나도 점점 늙어가는 것 같아. 둘은 서로 안부를 묻더니 사건에 대한 얘기로 빠져들었다.

― 선배님이 괜히 보자고 하지는 않았을 테고. 중요한 정보가 있다면 좀 내놔 보십시오. 김선호가 말을 꺼냈다.

― 맨입으로 되나? 그는 슬쩍 웃었다.

― 최영은 사건 현장검증하면서 이 사건은 뭔가 이상하다고 얘기 한 것 같은데 기억나?

― 네. 기억하죠.

―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열심히 뒤지고 있는데 용의자 특정이 안 됐지? 반석동에서 일주일전 발견된 사체 얘기는 알고 있을 테고. 방준호는 우리 관할이니까. 마지막으로 최영은 사체가 발견됐고.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 세 사건은 모두 연결돼 있는 것 같아. 아직 사건은 끝나지 않은 거야.

―살인이 더 있을 것이라는 말인가요? 설마. 최영은 사건은 동기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아요. 팀장은 외국인 노동자나 동종 전과자자로 탐문을 좁히고 있는 중입니다. 동기를 찾는 것도 경찰의 일이었다. 그는 박현민을 만난 이야기. 오래전 최영은과 한정혜의 학교생활과 관련돼 의심이 가는 인물도 추가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선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잠시 후 그는 탁자위로 책을 한권 올려 놓았다.


― 이게 뭡니까? 김선호는 뜬금없다는 듯 책을 집었다. <신곡> 이었다.

― 자네 혹시 이것 읽어 봤나?

― 아뇨.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내용은 대충 압니다. 설마? 선배님이 농담 하실 분은 아니고.

― 그래 맞아.

― 에이. 선배 이건 영화가 아닙니다. 어떤 미친놈이 이대로 살인을 저질러요? 말도 안 돼. 김선호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 나도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형사하면서 더 한 사건도 본 적 있지? 현실은 영화를 뛰어 넘는 거야. 이건 의도적인 살인이야. 신효선은 검게 그을린 얼굴로 목이 꺾여 죽었어. 방준호는 거꾸로 엎드린 채 낙엽에 머리를 파묻고 화살 같은 칼이 꽃혀 있는 채로 발견됐지. 최영은은 어땠나? 욕조에 얼굴을 들이밀고 퉁퉁 불어서 모습을 드러냈지. 알겠어? 거기 체크한 부분을 봐. 김선호는 그가 가져온 책의 내용에서 관련부분을 찾아서 확인했다. 제1원은 플레게톤 강이야. 남에게 폭력을 휘두른 자들이 가는 곳이야. 강에서 빠져나오려는 자를 켄타우로스가 화살로 쏘아 맞추지. 방준호 사건이야. 다음은 탐욕 지옥이지. 신효선의 얼굴을 봤나? 신효선의 얼굴은 독살됐고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어. 목이 돌아갔고. 원한이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죽음을 만들 수 있어. 굳이 이렇게까지 공을 들일필요가 없다는 거야. 자네는 사건을 조사 중이니까 다음에 누가 타겟이 될 수 있을지 알거 아냐.


― 음......김선호는 책의 내용을 들춰보았다. 여기가 미국도 아니고.

― 내가 유나바머 얘기하지 않았나? 신념을 가진 천재 싸이코 패스가 무서운 법이라고.

― 그런 놈들을 조심해야 해. 어떤 계기로 그 괴물이 내면에서 튀어나오는 거지.

― 선배님 생각은 알겠는데 팀장이 안 믿을 것 같아요. 오히려 저한테 미친놈이라고 하겠죠.

―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 연쇄살인이라는 것을 이제 피할 수 없게 될 거야. 난리가 날거라는 거지. 동기가 뭔지. 누가 희생자가 될지를 파악해봐. 언론이 지금은 연결을 못 짓고 있는데. 다음에는 엮어낼 수도 있어. 경찰은 알아야지. 아 그리고 말이야. 방준호 현장검증을 했잖아. 그때는 몰랐는데 최영은 살해 현장에서 확인한 것을 다시 살펴보니 용의자는 체구가 작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방준호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족적을 확인했어. 같은 족적이 최영은 사건에서도 발견된 거야. 최영은 사건은 실내에서 발생한 일이라 확인이 조금 더 수월했고. 그런데 이상한 점은 방준호 사건과 족적과 비슷해서 설마 했지. 국과수에 의뢰해 확인하니 일치 확률이 높다고 나왔어. 눌림 자국이 신발자국과 동시에 있는데 그렇게 발이 작은 신발은 없어. 그렇다면 이건 뭔가 다른 것이라는 거지.


― 뭔데요? 김선호는 대답을 구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 몰라.

― 아... 진짜. 뭡니까? 장난도 아니고. 기계장치 같은 것이라면서요.

― 나도 모르겠네...... 내가 자네한테 얘기하고 싶은 것은 단테의 지옥에서 그 인간들이 어떤 이유로 무슨 벌을 받고 있는지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어. 살인을 저지르는 자와 피해자들 사이에 관계가 있겠지. 사건은 끝난 게 아닐 테고. 가해자의 경우 족적을 확인했을 때 일반적이지 않은 아주 작은 발을 가지고 있다, 내 기억으로는 자네가 나한테 형주에서 있었던 대학생 사망사건 수사를 제대로 못했다고 했잖아. 이번 사건이 그 사건과도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것 같다면서 그럼 그것도 동시에 확인해야지. 과거 사건을 뒤져야해. 왜 쓸 때 없이 외노자들을 들추고 있나? 김선호는 고민에 쌓였다.

― 정주서 수사팀도 머리가 굳은 자들이라 새로운 생각을 하지 못해. 그냥 관성대로 하는 거지. 그럼 사건은 미제에 빠지겠지 조만간. 새로운 뭔가가 발견되지 않는 한. 철두철미한 놈이 과연 다른 증거를 남겼을까? 자기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다면.

김선호는 돌아오는 길에 지금까지의 수사방향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시내중심가 원형교차로를 돌면서 반석동쪽으로 빠져나오며 곳곳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와 천막을 치고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살던 그곳에서 밀리면 갈 곳이 없기에 살고 있는 터전을 빼앗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보였다. 이들은 왜 시위에 참여한 것인가. 생각해 보니 이들이 전세금을 떼였을 리도 없다. 누군가의 사주인가? 저곳에 사람들이 모인지도 오래됐다. 재개발추진위원회는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가. 언제 결론이 날 것인가. 김선호는 그런 생각을 하며 교차로를 돌고 있었다. 정주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선배님? 지금 어디세요? 용의자 특정했답니다. 정주현의 목소리는 흥분 돼 있었다. 곧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끝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찬 목소리처럼 들였다.

― 그래? 확실해? 뭐야 어떻게 된 거야?

― 근처에 살고 있는 쓰리랑카 출신의 노동자래요. 최영은 사건이 있었던 날 굿판 시작 할 때모습을 보였고 반석동에서 신효선의 집 근처를 돌아다녔던 놈이래요. 일단 빨리 들어오세요. 김선호는 속도를 높여 형주서로 향했다. 단서가 생겼다니 다행이다. 그게 진짜 범인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지만. 수사본부는 간만에 활기를 보였다. 정주시와 형주서 수사팀은 서로 자리를 맞대고 앉아 이제 다 끝났다는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조서작성해서 끝내자는 말들을 눈빛으로 나누고 있었다.

―누가 대려 왔대? 김선호가 정주현에게 물었다. 2반에서 cctv를 찾아서 사건 시간대에 겹치게 등장하는 인물이 있는지 확인한 모양이에요.

―결정적 증거는 있어? 오늘 아침만 해도 별거 없었잖아. 쟤 아닌 거 같은데.

―정황은 일치하는 게 많아요. 살해사건이 있던 날에 현장에서 휴대폰 확인한 것도 나오고요. 신효선 집에서도 쟤 지문이 나왔데요. 근데 자기는 죽인 적 없다고 하고.

― 불법체류자고 시흥에서 폭력사건을 벌여서 이쪽으로 도망쳐 내려온 모양이에요. 폭행관련해서 조사를 받은 기록은 나와요. 지난번 반석동 패싸움 사건에도 개입됐고. 그런데 그것뿐이라서. 2반에서 최선배하고 정선배가 공장 찾아가서 물어보려고 갔는데 도망가다가 잡았대요.

―그것도 이상하지. 자신이 사람을 죽이려 하는데 근처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놈이 어디 있어.

―지금 조사실에 있어요. 김선호는 정주현과 함께 조사실 유리창으로 용의자 케나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에 온지는 4년쯤 됐고 한국말을 못하지는 않았다. 2반의 최경수가 조서를 작성하는 듯 보였다. 용의자는 잔뜩 주늑든 얼굴이었다. 마치 무너지는 하늘에서 벗어날 틈새를 찾고 있는 것 같은 표정으로 유치장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다.

―통역은 없어도 돼? 저러다가 나중에 인권단체에서 뭐라 할 것 같은데.

―우리말을 곧 잘해요.

―쟤 범인 아닌 것 같아. 벌써 기자들 냄새 맡고 개떼처럼 몰려 들텐데조사해서 아닌 걸로 나오면 또 개망신이야.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왜 못 잡냐고 불안해서 살겠냐. 이런 소리나오고 언론에서 잔뜩 벼르고 있는 것 같은데.

―어디가세요? 오후 회의 어떻게 하시려고요? 팀장님이 한소리 할 텐데.

―도서관

―이 판국에 도서관은 왜요?

―회의 해봐야 뭐해. 애먼 놈 잡아서 족치는 분위긴데. 영장청구해서 일단 시간이라도 벌어보라고 해. 난 알아볼게 있어서 잠깐 어디 들렀다가 올게. 적당히 팀장한테 둘러대. 혹시 알아 진짜 단서를 찾아낼지.


생각을 좀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김선호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공공도서관에 온 것은 수 십 년만이었다. 차를 주차하고 정현모가 건내 준 책을 들고 안으로 향했다. 조용히 집중해서 읽을 장소가 필요했다. 도서관은 놀랄 정도로 시설이 좋았다. 마치 영화에서 보던 외국의 유명 대학 같았다. 칸막이가 돼 있는 퀴퀴하고 낡은 오래전 도서관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실내는 밝고 의자도 안락했다. 일렬로 길게 늘어선 책상에 앞에는 독서 등이 있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무엇인가에 집중해 있었다. 금요일 오후라 도서관은 한산했다. 도서목록을 검색해 <신곡>의 해설서와 다양한 버전의 번역본을 찾았다. 종류도 많았다. 아늑해 보이는 자리에 앉아 <지옥>을 펼쳤다. 베르길리우스가 단테를 안내해 지옥의 입구로 하나씩 들어가는 중이었다. 김전호는 해설서와 정현모가 준 책을 읽어가며 지옥 부분을 여러 번 정독해 보았다. 연옥편도 찾아서 내용을 확인했다. 맙소사. 그는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오래전 보았던 영화 <세븐>이 떠올랐다. 영화 속 사건은 연옥에 있는 인간의 7가지 죄를 소재로 한 것이다.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인범은 교만. 질투, 분노, 나태, 탐욕, 탐식, 방탕한 자들을 자의적으로 처단하고 스스로를 분노의 제물로 삼았다. 사실 연옥은 이 죄를 반성하고 천국으로 가는 것을 써 놓은 것인데 <세븐>은 그 부분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은 듯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신곡>을 뒤지고 있는 상황이 어이가 없다. 하지만 사건은 현실에서 일어났다. 정현모의 말처럼 현실에서는 언제든 영화이상의 일이 일어나는 법이다. 연옥을 소재로 한 영화가 나왔으니 지옥을 소재로 살인사건을 저지르지 말란 법도 없다. 정현모는 곳곳에 형광펜으로 중요한 부분을 지적해 놓았다. 그가 말한 방준호 살해 현장은 그의 말대로 12곡의 내용과 비슷해 보였다. 이 미친놈의 싸이코패스는 진짜 학창시절 당한 폭력 때문에 이 연쇄살인을 저지른다는 말인가? 검시팀의 입장에서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베르길리우스가 단테를 태워 지옥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로 잘 알려진 인상 깊은 구절부터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세 시간동안 김전호는 꼬박 관련된 내용을 해설서를 보면서 읽어 내려갔다. 꿈도 희망도 없는 잔혹하고 잔인한 곳이 지옥이다. 책의 묘사는 끔찍했다. 왜 오랜 시간동안 지옥이 이런 모습으로 형상화 됐는지 알 것 같았다. 아케론강을 건너면 음욕에서 시작해 사기, 배신, 질투, 폭력과 배신을 한 이들이 잔인한 형벌을 받고 있다. 형벌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형주에서 살해된 자들은 모두 이런 죄를 저질렀다는 것인가. 의문이었다.




제12곡




단테는 절벽을 따라 제7환 제1원에 이르러 머리는 황소이고 몸은 사람의 모양을 한 미노타우로스가 날뛰는 모습을 본다. 더 나아가 펄펄 피가 끓어 오르는 강물속에 남에게 폭력을 행사한 자들이 빠져 있는 것도 본다. 죄인들 중 강속에서 몸을 뺴내려 하는 자가 있으면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가 그에게 활을 쏜다.









12곡의 내용은 방준호 살해방법과 비슷했다. 신효선, 최영은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살해로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곳 지옥의 하부는 6층이었다. 7환은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른 자의 지옥이다. 끓고 있는 피의 강에서 고통 받고 죄에 따라 그 깊이가 다르다고 했다. 이곳에서 탈출하려는 자는 켄타우로스가 화살로 이들을 맞춰 다시 형벌을 가한다. 방준호는 뒤통수에 화살과 같은 칼이 꼽혀 마치 타조처럼 낙엽에 머리를 쑤셔 박고 엎드려 죽어 있었다. 신효선은 무속인이었다. 살해된 지 일주일이 넘어 발견됐고 청산가리에 의한 독살이지만 발견된 자세는 기묘했다. 테이블에 엎드려 누운 채로 발견돼 있었는데 머리가 뒤로 꺾여 있었다고 했다. 신효선의 현장사진을 본 기억을 떠올렸다. 아크로바스틱한 자세처럼 고개를 180도로 돌려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정주현과 사건현장 사진을 보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 무슨 기괴한 자세냐’ 고 했다. 죽음 이후 목뼈를 꺾어 목을 뒤로 돌려 놓은 것이 분명했다. 제4원에 나오는 형벌이었다. 그 형벌은 미신을 이용한 점쟁이, 마법사. 거짓선지자와 예언자들이다. 앞이 아니라 뒤를 보도록 고개를 돌리게 만든 것이다. 신효선은 책 속에 나오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숨졌다. 그렇다면 그녀는 제대로 된 무속인이 아니었던가? 무속과 예언을 빌미로 사람을 속이고 고통에 빠져들게 한 것이란 말인가. 김선호는 오래전 사건으로 알게 된 무속인이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황해도 일대의 강신무를 만신이라 하는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세습무와 강신무는 다르다고 했다. 세습무는 무형문화재처럼 연극과 공연 같은 모습으로 굿을 한다. 하지만 신을 모시고 신점을 보며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무당은 만신이라 부르는 강신무라는 것이다. 책의 내용대로라면 살해범은 신곡에 나오는 대로 신효선을 거짓된 예언자로 여겨 그녀를 죽게 만들었다. 또 다른 희생자 최영은은 가슴에 수없이 많은 일정한 자상을 입고 숨진 뒤 욕조에 머리를 박고 죽어 있었다. 범인은 뜨거운 물을 틀어 놓았고 자창에 의한 상처로 피가 욕조를 채웠다. <신곡>의 죄인들은 피가 끓고 있는 강에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김선호는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정현모 선배의 말처럼 머리좋은 싸이코패스가 살인범이 되면 잡기가 힘든 것이다. 최영은 방준호 사건에서 발견됐다는 이상한 작은 족적은 무엇인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인가? 최영은은 여자이기에 물리적으로 쉽게 제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방준호는 180이 넘는 거구다. 작은 족적을 가진 여자가 물리력으로 방준호를 쉽게 제압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망추정시간은 새벽 두시에서 네 시쯤이다. 방준호는 방어흔 흔적이 없다. 최영은을 살해한 방식만 봐도 그렇다. 수 십 번의 자창을 동일한 방식과 힘으로 찔러 살해했다. 사람이 한 짓이 아닌 것 같다는 정현모의 말은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약물을 하고 아무런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또 남는다. 동일하게 반복해서 찌른 횟수의 문제이다.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면 한정혜 사건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김선호는 도서관에서 나왔다. 다음 타겟은 최영은과 어울렸던 다른 인물일 것이다. 모임에 왔던 인물. 김선호는 정주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수연에게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라고 했다. 이유를 묻는 그에게 일단 만나서 이야기 해준다고 했다. 최영은과 함께 여러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가했던 인물은 강수연이었고 그녀도 그 모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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