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리와 동백

드로잉- 고창

by 최민진

1

선운사 도솔천

얼음 조각을 오리가 맴돌고

마른 풀이 내려앉는다.


동백이 봉오리를 올렸다.

꽃을 비치는 듯

잎이 검고 푸르게 붉다.

언 봉오리 견디어 피어날까.

산기슭 동백나무 숲에

하나인 듯 둘인 듯 모여 선다.

4월의 바람 불면

지나는 빈 마음에 피어나리.


2

학이 내려앉는 들*

보리 푸른 들을 걷는다.

지난가을 잎 돋우고

어린 보리가 한겨울을 지났다.

부푼 흙 다지는 손길에

잠 깨어 자라

4월이 오면 푸르게 피어나리.

지나는 이들이 물결을 더하리.


겨울나무 내리는 언덕

창가에 앉았다.

찻잔 속 보리잎이 파릇하다.


지난해 거둔 보리를 조금 담아왔다.


*고창 학원농장




(고창 청보리밭)

keyword